“차라리 전매!” 서울 분양·입주권 거래 7.2배↑

강창욱 2023. 10. 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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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경쟁 치열해지면서 장외 수요↑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과 입주권 거래가 올해 급증했다. 분양가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자 장외에서 기회를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은 이 거래가 지난해보다 7배 넘게 늘었다.

29일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해 1~9월 서울에서 이뤄진 분양·입주권 거래는 45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건보다 721.9% 늘었다.

인천은 지난해 722건에서 올해 4297건으로 495.2% 늘고, 경기 역시 2641건에서 5951건으로 125.3% 증가했다. 수도권 전체로는 3418건에서 1만700건으로 213.0% 늘었다.

분양권은 다른 사람이 이미 청약으로 당첨 받은 권리, 입주권은 재건축·재개발로 집을 내준 기존 주택 소유자가 새집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다. 분양권과 입주권을 사는 사람은 청약시장에서 가점이나 운으로 경쟁하지 않는 대신 매도자에게 흔히 ‘피’(프리미엄)라고 부르는 웃돈을 얹어준다.

실수요든 투자 목적이든 이런 거래(전매)에 사람이 몰리는 건 집값은 오르는데 청약 자격이 없거나 당첨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최근 수도권 청약시장에서 주요 지역 단지는 두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청약 문턱이 낮아지기도 했지만 분양가가 눈에 띄게 오르면서 ‘지금 가격에라도 잡아야 한다’는 이들이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로 올해 9월 말 기준 최근 1년 사이 전국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657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86만6000원보다 11.5% 올랐다. 수도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이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지난 5월 직방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부동산에 투자 중이라고 답한 사람 5명 중 1명 이상(20.7%)이 분양·입주권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기존 아파트(47.5%)를 빼면 가장 높은 비율이다.

올해 서울 지역 분양·입주권 평균 거래 가격은 15억4204만원으로 지난해 17억4476만원보다는 낮아졌다. 개별 분양·입주권이 저렴해졌다기보다 거래 급증으로 가격대가 다양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인천은 4억6779만원에서 5억4286억원으로, 경기는 4억3791만원에서 4억4818만원으로 평균 거래 가격이 각각 올랐다. 이들 지역은 애초 가격 범위가 넓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세가 몰리자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도권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분양·입주권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200.93㎡ 35층 입주권이다. 1월 중순 100억원에 팔렸다. 2위인 같은 아파트 116.93㎡ 25층 입주권은 지난 7월 53억5000만원에 넘어갔다.

인천에서는 지난 7월 29억3944만원에 거래된 연수구 송도동 ‘송도자이 크리스탈오션’ 205.89㎡ 41층 분양권이 가장 비쌌다. 경기 지역 최고가 매물은 의왕 내손동 ‘인덕원 자이 SK뷰’ 113㎡ 19층 입주권이다. 지난 4월 14억원에 팔렸다.

분양가 상승은 시세보다 수억원씩 저렴한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단지에 대한 관심도 부채질하고 있다.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 공급하는 ‘동탄레이크파크 자연앤 e편한세상’은 지난 24일 1순위 청약에서 544가구 모집에 13만3042명이 몰렸다.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규제지역 해제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품귀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부동산인포 집계 결과 올해 10~12월 사이 전국에서 공급 예정인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1만9097가구다. 전체 분양 예정 물량 9만5430가구의 20.0%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1.1%의 절반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과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분양가가 떨어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최근 이스라엘 전쟁까지 겹치면서 국제원유가격도 출렁이는 만큼 분양가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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