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와 전쟁 2단계 시작" 이란 "레드라인 넘었다"

박소영 2023. 10. 2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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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작전을 확대하자 이란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반발하는 등 중동 정세가 한층 악화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진입했다고 28일(현지시간) 선언했다. 하마스 섬멸을 목표로 한 가자지구 지상전이 본격화됐단 의미다. 이스라엘군이 전차 등을 동원해 가자 북쪽에 '교두보'를 확보한 가운데 하마스·헤즈볼라 등을 지원해온 이란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스라엘 "2번째 단계"…이란 "레드라인 넘었다"

이스라엘 지상군 진입 이틀째인 28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 내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불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29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의 범죄가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것은 모두를 행동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미국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이스라엘에 전방위적인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며 "미국은 ‘저항의 축’에 메시지를 보냈지만, 전쟁터에서 분명한 응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저항의 축은 이란이 지원하는 중동의 반(反)이스라엘 성향 동맹을 뜻한다. 하마스를 비롯해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예멘 후티 반군 등이 포함된다. 라이스 대통령이 말한 '응답'은 이들이 시리아와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잇달아 공격한 것을 가리키는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전날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날 가자지구에서 시작한 지상 군사작전으로 전쟁이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며 "길고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단계의 목표는 하마스의 통치와 군사력을 파괴하고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 기자회견에서 하마스와의 전쟁이 2단계에 돌입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기갑·공병·보병으로 구성된 전투병력이 27일 오후부터 가자지구 북부 지상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마스 측도 27일 오후부터 가자 내에서 이스라엘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투입된 지상군은 가자지구 북부 일부를 장악했고 방어선을 구축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무장대원들 다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자시티를 봉쇄하기 위해 동쪽에서 계속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국경을 넘어선 이스라엘군의 동향도 일부 포착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6일과 28일 가자지구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플래닛랩스 제공)을 토대로 "이스라엘군이 가자 내부로 3㎞ 정도 지점가지 진격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스라엘군은 전날 하루 동안 하마스 지휘소 등 450곳을 공습해 하마스 항공대의 수장 이삼 아부 루크베를 제거했다. 아부 루크베는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 기습 공격 당시 하마스의 드론(무인기)과 패러글라이더 공격 및 공중탐지와 방공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미국의 상업위성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28일 위성으로 촬영해 공개한 가자지구 북부 모습.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도시가 초토화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인질 위해 전면전 대신 제한적 작전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이 시작됐지만 애초 예상됐던 대대적인 전면전 대신 제한적인 작전과 공습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하마스 기습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가장 길고 야심 찬 지상 공격"이라면서도 "이스라엘 수뇌부가 침공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등 일부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것보다는 훨씬 제한적인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군 정보국장을 지낸 아모스 야들린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는 전격전이 아닌 저강도 분쟁으로, 인치·미터 단위로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BBC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한조각 한조각씩 해치우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WSJ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 작전을 침공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인질 협상의 문을 열어두는 한편 민간인 사상자 발생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추정했다.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가족들이 28일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상전의 확대 양상에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을 둔 이스라엘 가족들은 반발했다. 200여명이 넘는 인질들이 대부분 가자의 지하 터널에 억류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터널과 시가지에서 벌어지는 전투로 인질도 위험해 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인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오전 인질 가족들을 만나 "인질 귀환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상 공세 확대와 인질 구출은 충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질 협상의 중재 역할을 맡은 카타르는 그러나 지상전 확대로 협상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팔, 통신 복구 중…아랍·이슬람권 반발


팔레스타인들이 28일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다친 어린이들을 안고 대피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상전 확대로 봉쇄 상태인 가자지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더욱 불안해졌다. 식량·물·연료가 바닥을 보이고 전기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위해 통신망과 인터넷을 차단시키자 주민들은 30시간 넘게 외부와 단절됐고, 가족끼리도 생사를 알기 어려웠다. 29일이 돼서야 전화와 인터넷이 복구되고 있다.

국제사회와 아랍·이슬람권도 술렁이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총장은 "인도적 지원을 위한 즉각적인 휴전과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27일 유엔 긴급 총회에선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측에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기 위해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28일 미국 뉴욕에서 팔레스타인 국기와 피에 묻은 인형 등을 가지고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이스라엘이 유엔 결의에 추가 폭격과 파괴로 응답했다"고 규탄하며 아랍연맹에 긴급 정상회담 소집을 요구했다.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오만·이집트 등에선 이스라엘의 지상전 확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칼리드 빈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국방장관은 30일 미 백악관을 방문해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등을 만나 관련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7일 이후 세계 곳곳에서 수십만명이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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