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유 밀수 이미 상한선 뚫었다…中 시장선 '북한산' 어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북한이 올해 초 들여온 정제유가 이미 연간 상한선의 1.5배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북한이 그간 누적된 대북 제재로 인한 식량난, 원유난, 달러난의 삼중고를 중국, 러시아에 의존한 밀수와 불법 사이버 활동 등을 통해 돌파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한선 뚫는 유류 밀수
제재위는 지난 27일(현지시간) 공개한 중간 보고서를 통해 "지난 1월 1일부터 5월 1일 사이 안보리의 제재 대상 선박 9척을 포함한 25척의 북한 선적 선박이 남포, 청진, 흥남, 송림 등 지역으로 총 46차례에 걸쳐 정제유를 운송했다"고 밝혔다. 제재위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유류를 싣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이 북한의 항구로 향하는 위성 사진 46장이 실렸다.
제재위는 이어 "각 선박이 중량의 90% 정도의 유류를 운반했다고 간주하면, 총 78만 1497배럴이 북한에 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에 따르면 북한의 연간 정제유 반입량은 50만 배럴로 묶여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이를 훌쩍 뛰어넘은 셈이다.
결의 2397호 통과 당시 안보리의 유류 제재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생명줄'을 겨냥한 최후의 카드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중국 등이 불법 해상 환적을 통해 제재를 회피하도록 도와주면서 실효성이 반감되고 있다. 지난 3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와 공동 조사를 통해 "북한의 불법 해상 석유 밀수에 중국 폭력 조직 삼합회(三合會)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북제재로 인해 수출이 금지된 북한 수산물이 중국 시장에서 버젓이 팔리는 모습도 보고서에 담겼다. 중국 연길 서부시장에는 '북한 해산물 도매'라는 간판을 내건 점포가 있었고, '북한산'이라고 표기된 어포도 매대에 놓여 있었다. 다만 중국 측은 "해당 점포가 손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북한산'이라고 했을 뿐, 실제로는 합법적으로 수입한 러시아산을 판매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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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기 거래 결론 못 내…중·러가 조사 막나
한편 제재위의 이번 중간 보고서에는 역대 처음으로 북ㆍ러 군사 협력 관련 언급이 담겼다. 제재위는 "북한의 무기와 포탄 수출 혐의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북한이 여타 회원국으로 무기 판매나 군수 지원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 다수의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제재위는 미국을 비롯한 회원국으로부터 제출받은 북ㆍ러 간 무기 거래 정황에 대해 들여다봤지만, 뚜렷한 결론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제재위는 보고서에 "북한의 포탄, 로켓, 미사일이 러시아로 넘어갔고, 그 배후에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이 있다"는 미국의 주장을 실었다. 다만 이와 함께 "북ㆍ러 간 모든 물자 운송은 대북 제재를 준수해 이뤄진다"는 러시아의 해명도 병기했다.
또한 미국이 북ㆍ러 무기 거래를 중재한 혐의로 독자 제재한 슬로바키아 국적의 무기상과 관련해서도 제재위는 "북한에 보낼 상업용 항공기 등을 대가로 러시아에 줄 20여가지 무기와 군수품을 확보했다"는 미국의 지적과 "근거 없는 미국 측 주장"이라는 러시아의 항변을 보고서에 동시에 담았다.
무기 거래를 확정적으로 담지 못한 배경엔 러시와 중국 측의 입김이 거론된다. 최근 유엔 대북제재위는 수사권이 없는데다 러시아와 중국 측에서 파견된 전문가와의 이견 등으로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릭 펜턴-보크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조정관은 지난 8월 NK프로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기술이 급격히 성장하는 와중에 유엔 안보리가 교착 상태에 빠졌고, 제재위가 발간하는 보고서도 상당히 희석된(diluted)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국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전문가 두 명 때문에 제재위가 결론에 제대로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북ㆍ러 무기 거래를 겨냥한 한ㆍ미ㆍ일 외교장관의 공동성명을 반박하며 "어떤 국가나 국가들의 그룹도 (다른) 국가들의 민족적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나 다른 나라의 대내외 문제에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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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으로 연 2조원 훔쳐
제재위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사활을 걸고 있는 해킹을 통한 가상화폐 탈취 수익도 상당한 규모였다.
제재위는 민간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의 올해 초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북한이 탈취한 가상 화폐가 17억 달러(약 2조 3000억 원)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체이널리시스는 "북한이 탈취한 가상 화폐가 2021년 약 2021년 4억 2900만 달러(약 5000억원)에서 1년 만에 3배가량 증가했다"고 분석했는데, 이를 제재위 또한 그대로 인용했다.
제재위는 그러면서 "북한의 정찰총국이 갈수록 정교한 사이버 기술을 이용해 자금과 정보를 탈취하고 있다"며 "가상화폐, 국방, 에너지, 보건 분야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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