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만명 소상공인 무슨 죄" 지원금 8000억 환수 '없던 일' 됐다

허진 2023. 10. 2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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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오른쪽) 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서 공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연합뉴스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선지급된 재난지원금의 환수를 최대 200만원까지 면제하기로 국민의힘과 정부가 29일 의견을 모았다. 8000억여원의 재정이 투입돼 약 57만여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당·정·대 고위 협의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같은 결정엔 ▶매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 위기 확산을 긴급히 막으려 지원이 결정돼 소상공인 등에게 귀책 사유가 없고 ▶현재 고금리로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환수 면제를 통해 경영 부담을 완화시켜줘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난 27일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9월 23일~2021년 12월 31일 사이 지원 요건을 확인하지 못하고 간이과세자 등에게 우선 지원한 1·2차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의 환수를 면제할 근거가 되는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에게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당·정·대는 또한 ▶소상공인의 이자비용 경감을 위해 기존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 프로그램’과 ‘새출발기금’의 확대를 촉구했고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매출 증대를 위해 전국민 소비 캠페인 ‘12월 연말 눈꽃 동행축제’를 개최해 전국적 할인행사를 실시하고, 온누리 상품권 구매한도도 특별 상향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에서 두 번째),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애서 첫 번째), 추경호 부총리(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오른쪽에서 두 번째)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협의회를 시작하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


이날 회의에선 가계부채 리스크 대응을 위한 대책도 논의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가계부채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금융 불안정과 도미노 신용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함과 동시에 과도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안정화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잘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라며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 부채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의 몇십배 위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실장은 특히 “과거 정부에서 유행한 ‘영끌 대출’이나 ‘영끌 투자’, 이런 행태는 정말로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684조8018억원으로 9월말(682조3294억원)에 비해 2조4723억원이 늘었다. 월 증가 폭으로는 한 달 만에 3조4380억원이 뛴 2021년 10월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때도 이런 가계부채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지난 27일 정무위에 출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4%에 달했던 것을 전 정부에서 물려받아 저희(윤석열 정부)가 101% 이하로, 4%포인트 이상 떨어뜨렸다”(이 위원장), 김 위원장은 “지금의 어려움은 우리 정부가 출범할 때 가계부채가 엄청나게 높은 상태로 (이어받았고), 그 상태에서 이자가 굉장히 올라간 것. 지금은 이자 부담을 줄여 주는 게 우선적인 목표”(김 위원장)라고 했다.

당·정·대는 이같인 금융당국의 기조를 반영해 “현 정부 들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과도한 부채 억제를 위해 시행 중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 개선의 효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추가 개선 조치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50년 만기 대출이 사실상 DSR 규제를 피해가는 방법으로 사용되는 만큼 DSR 산정 시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개선하고, 투기 우려가 큰 다주택자나 집단대출에 대해선 50년 만기 상품의 취급 제한을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제8회 금융의날 기념식에서 김주현(왼쪽)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념 촬영을 위해 대기하는 모습. 연합뉴스


특히 국민의힘은 가계부채의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 높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개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특례보금자리론 지원 여력을 서민·저가 주택 등에 집중해 당초 공급 목표를 넘겨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고 ▶금융회사 자체 채무 조정 활성화와 연체이자 제한, 추심부담 경감 등을 담은 ‘개인채무자보호법’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변동금리 비중 축소를 위한 변동금리 Stress DSR을 연내 신속히 도입하고, 장기·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의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Stress DSR이란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DSR 산정 때 가산금리를 높이는 걸 말한다. 커버드본드란 이중으로 원리금 상환을 보장받아 일반 채권에 비해 금리가 낮은 채권을 뜻한다.

이날 회의에선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도 논의됐다. 확산 방지에 최대 방점을 두고 농가의 방역 수칙 준수 여부와 무관하게 살처분 보상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음달 10일까지 전국 모든 소에 럼피스킨병 백신 접종도 완료할 계획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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