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는 아파트…매물 늘고 거래량 뚝, 이곳으로 눈 돌렸다
40대 직장인 A씨는 서울 광장동의 한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마음을 최근 접었다. 전용면적 84㎡의 호가가 15억~16억원 선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데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 상단이 연 7%를 돌파하면서다.
A씨는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거란 생각이 드니까 무리해서 집을 못 사겠다”면서 “그 사이 집값이 좀 내릴 수 있으니 내년 상반기까지 관망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특례보금자리론을 축소하는 등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서울만해도 아파트 매물이 쌓이고, 거래가 뜸해지는 등 여러 지표가 두 세 달 전과는 딴판이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354건으로, 전달(3849건) 대비 13% 감소했다. 이달 들어선 감소세가 더 뚜렷하다. 이날까지 집계된 거래량은 958건에 불과하다. 현재 월말인 점을 감안하면 9월 대비 71%가량 급감한 셈이다.
서울지역 아파트 매물도 계속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연초 5만513건(1월 1일 기준)에서 이달 29일엔 7만7557건으로 2만7000건(약 54%) 이상 늘었다. 4~8월 6만여 건을 유지하다가 9월부터는 매물이 쌓이는 속도가 빠르다. 경기지역은 이날 기준으로 아파트 매물이 14만 건을 돌파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거래량은 시장 선행지표 격인데 이달 들어 큰 폭으로 줄어든 걸 보면 확실히 매매 심리가 둔화된 걸 알 수 있다”며 “정부가 대출을 조이고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당분간 관망하는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박 전문위원은 이어 “서울은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반등해 아직 매도인과 매수인 간 호가 차이가 크다”며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까지 집값이 약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도 주택 하락세가 감지됐다. 이달 주택가격전망CSI는 108로 9월(110)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주택가격전망 CSI가 100 이상이면 1년 뒤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란 소비자들의 답변이 많다는 의미다. 다만 이 수치는 올해 들어 매달 오름세를 보이다가 10월을 기점으로 다소 꺾였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에서도, 10월 넷째 주(23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0.05% 상승했다. 전주(0.07%)보다 상승세가 둔화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도 지난주(0.09%)보다 오름세가 0.07%로 줄었다. 이중 강북구는 0.01% 하락해 서울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매매시장 불확실성으로 전세 수요는 꾸준히 유입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10월 넷째 주 전세 가격은 전국이 0.13% 올랐고, 서울도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0.18% 올랐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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