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출신 켈리, KS 이어 WS도 승리 투수…'역수출 신화' 정점
2014년 12월 18일, 프로야구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는 새 외국인 선수로 오른손 정통파 투수 메릴 켈리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26세였던 켈리의 계약 총액은 35만 달러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MLB) 등판 경험이 전혀 없는 무명의 젊은 투수라 좋은 대우를 받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켈리는 첫 시즌이던 2015년부터 김광현과 리그 정상급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4년간 총 119경기에 나가 48승 3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특히 KBO리그 마지막 시즌이던 2018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7이닝 5탈삼진 2실점(비자책)으로 승리 투수가 돼 SK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켈리는 그 후 "미국으로 돌아가 못다 이룬 MLB 꿈에 재도전하겠다"고 했다. 5선발을 찾던 MLB 애리조나 다아몬드백스가 한국에서 꾸준하게 활약한 켈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켈리를 앞세워 우승까지 해낸 SK는 그의 뜻을 존중해 보류권을 풀어줬다.
그 후 5년이 흐른 올해 가을, 켈리는 고향팀 애리조나 유니폼을 입고 MLB 최고 무대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29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7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해 애리조나의 9-1 승리를 이끌었다.
6회까지 2-1로 접전이 이어졌지만, 켈리가 탈삼진 9개를 잡아내는 압도적인 투구로 텍사스 타선의 추격을 저지했다. 지역 매체 애리조나 스포츠는 "2020년 이후 WS에 선발 등판한 투수가 7이닝 이상을 책임진 건 켈리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전날 1차전 연장 11회 혈투 끝에 패했던 애리조나는 이 승리로 월드시리즈 승부를 1승 1패, 원점으로 돌렸다. 또 켈리는 역대 최초로 월드시리즈와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승리를 따낸 투수로 기록됐다.
월드시리즈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경험한 선수는 켈리가 역대 다섯 번째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무대를 먼저 밟고 월드시리즈에 나선 선수는 한국인인 류현진 외에 켈리가 유일하다. KBO리그 '역수출 신화'의 정점을 찍은 켈리에게 연일 미국 언론의 찬사와 감탄이 쏟아지고 있다.
켈리는 "월드시리즈 출전이라는 꿈을 꾼 적은 있지만, 과거엔 진짜 '꿈'에 불과했다"며 "애리조나 구단이 날 이곳으로 이끌어줬다.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기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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