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절친’ 홀란·‘선배’ 손흥민 맹추격…흐뭇한 득점왕 경쟁 본격 스타트
김희웅 2023. 10. 29. 15:02
건강한 황희찬(27·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은 막을 자가 없다. 시즌 초반부터 득점을 차곡차곡 쌓은 황희찬이 이제는 절친한 동료들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경쟁에 나선다.
황희찬은 29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프턴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벌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2023~24시즌 EPL 10라운드 홈경기에서 1-2로 뒤지던 후반 26분 동점 골을 터뜨렸다. 울버햄프턴은 그의 득점 덕에 2-2로 비겼고, 12위로 올라섰다.
이날 황희찬은 4-4-2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마테우스 쿠냐와 전방에서 손발을 맞췄다.
전반은 쉽지 않았다. 황희찬은 양 팀이 1골씩 주고받은 전반 추가시간, 울버햄프턴 페널티지역에서 볼 터치가 순간적으로 길어져 볼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인 파비안 셰어의 발목을 걷어찼다는 판정이 나왔다. 결국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뉴캐슬 공격수 칼럼 윌슨이 페널티킥을 처리하며 리드를 내줬다.
VAR 판독 끝에 나온 판정이었지만, 석연찮은 판정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황희찬은 개의치 않고 자기 발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후반 26분 동료 토티 고메스의 침투 패스를 페널티 박스 오른쪽 지역에서 받은 황희찬은 순간적으로 왼발로 볼을 멈춰 상대 수비를 벗겨냈다. 이후 한 박자 빠른 왼발 슈팅으로 뉴캐슬 골네트를 출렁였다. 그의 올 시즌 6호 골.
황희찬은 뉴캐슬전 골로 EPL 득점 부문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황희찬 위에 있는 4명 중 2명이 연이 있는 선수들이다.
EPL 득점 선두는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9골)인데, 황희찬과 홀란은 과거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당시 공격 라인에서 찰떡 호흡을 선보인 둘은 지금까지도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2위는 ‘국가대표 선배’ 손흥민(토트넘·8골)이다. 손흥민 역시 지난 시즌 부진을 털고 올 시즌 예년의 모습을 되찾았다. 왼쪽 윙 포워드가 주 포지션인 손흥민은 올 시즌 스트라이커로 변신해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의 이적 공백을 완벽히 메우고 있다.
공동 3위는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뉴캐슬 공격수 윌슨이다. 7골을 넣은 둘은 황희찬보다 1골 앞서 있다. 브라이언 음뵈모(브렌트퍼드) 알렉산더 이삭(뉴캐슬) 제로드 보웬(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이 황희찬과 함께 6골을 기록 중이다.
황희찬은 지난 10일 10월 A매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파주NFC(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해 득점왕 경쟁과 관련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황희찬은 “흥민이 형과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최고 리그에 한국 선수 둘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흥민이 형에게 힘이 될 존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선수로서 자랑스럽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도록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몇 골’을 예상하느냐는 물음에 “홀란이 너무 좋은 결정력을 가져서 쉽지 않겠지만, 흥민이 형도 최다 득점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도 내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매 경기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는 데 집중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홀란, 손흥민과 득점왕 경쟁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는데, 소속팀 복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을 지켰다.
2021~22시즌 EPL에 입성한 황희찬은 2년 만에 본인의 EPL 최다 득점(5골) 기록을 경신했다. 첫 시즌 리그 30경기에 나서 5골을 낚아챈 황희찬은 지난 시즌 27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었다. 이전 시즌에는 부상 탓에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는데,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맹렬한 기세를 뽐내고 있다.
국내 팬들이 흐뭇하게 바라볼 EPL 득점왕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분위기다. 황희찬, 손흥민, 그리고 홀란이 펼칠 선의의 경쟁이 주목된다.
김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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