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인터넷 단절된 ‘블랙아웃’ 가자…머스크 "스타링크 지원"
" “세상의 눈에서 사라지고 있다” "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한 가자지구의 한 팔레스타인 사진기자와 주고받은 마지막 음성 메시지 내용 일부다.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음성 메시지로 WP와 연락이 닿은 그는 “가자지구에서 더는 통화나 문자가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매체는 이 메시지 직후 앱을 통한 통신도 끊겨 더는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27일 대규모 공습으로 인터넷과 통신망이 마비된 가자지구를 ‘디지털 암흑(digital darkness)’ 상태라고 전한 WP는 현재 상황을 보도했다. 230만 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은 서로 연락할 수 없고 외부 세계와의 접촉과 정보도 차단된 상황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안부도 확인할 수 없는 ‘끔찍한 침묵(terrifying silence)’이 흐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가자지구에 가족, 친구를 둔 사람들은 안전을 확인할 길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칼릴은 매일 가자 북부에 사는 가족과 연락하곤 했다. 그는 “27일 공습 이후 가자지구의 누구와도 접촉이 안 된다”라며 “연결고리가 끊겼다”고 토로했다. 요르단 암만에 사는 가자 출신 슈랍은 24시간 동안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 있는 가족에게 유·무선 전화, 인터넷을 활용해 연락하려 했지만 소용 없었다며 울먹였다.
이런 상황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가자지구에 인터넷 제공 서비스 ‘스타링크’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했다. 스타링크는 그가 소유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다.
머스크는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스타링크는 가자지구에 머무는 국제적 구호단체들의 연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글은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통신을 차단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올린 게시물에 대한 답이었다.
실제로 머스크의 X(옛 트위터) 계정엔 “스타링크로 가자지구 민간인들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한 네티즌은 “당신은 스타링크가 선과 인류를 위해 쓰인다고 말해왔다. 이제 그것을 증명할 때”라고 적었다. 머스크의 계정에 ‘SOS(구조요청)’을 남긴 이들도 많았다. 아랍 매체 ‘알아라비야’는 이날 오전 기준 ‘가자를 위한 스타링크(#starlinkforgaza)’ 해시태그가 각종 소셜미디어(SNS)에서 374만 건 이상 게재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머스크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를 무상 제공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공격으로 통신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지원해 위성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해군 함정을 공격하기 위해 스타링크 지원을 요청했을 당시 위성 통신망을 차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날 머스크는 스타링크 지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전쟁이 격화하는 지역에선 위성 장치를 설치하고 가동하는 게 어려워 스타링크 사용이 힘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스타링크 도입에 적극적이다. 이샤크 사드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통신부 장관은 이미 스타링크와 접촉하고 있다며 “장비를 가자지구로 들여오기 위해 이집트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반발했다.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 장관은 X(옛 트위터)에 “하마스가 테러리스트 활동에 이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하마스가 억류한 인질을 석방한다는 조건을 걸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스타링크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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