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한우’ 작업장 가보니…3주치 확보해 럼피스킨병도 비껴가

지난 24일 충북 증평 롯데 신설품질혁신센터에서 프리미엄 한우 제품이 포장되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지난 24일 충북 증평 롯데마트 신선품질혁신센터. 2018년 완공한 연면적 5만6200㎡(약 1만7000평) 규모로 겉모습은 주변의 회색빛 공장과 유사했지만, 내부로 들어가니 선홍빛 한우 고기를 다듬는 손길이 분주했다. 입구에서 비누로 손을 씻으니 알코올로 한 번 더 세척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내부에는 ‘알코올 분무기를 10분마다 뿌리세요’라고 적힌 간판이 보였다. 박봉범 미트(meat) 팀장은 “도마와 칼 위생을 위해 알코올을 수시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센터는 롯데마트에서 판매되는 한우 가격을 절반 가까이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한다. 인근 충북 음성에 있는 국내 최대 한우 공판장과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센터는 경매로 가져온 축산물을 바로 다듬어 산소 주입 포장을 통해 전국 110여개 마트와 360여개 슈퍼에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박효상 미트 생산 팀장은 “수십 년 된 일본 육류 가공센터를 직접 찾아다니며 위생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해 수백억원 들여 조성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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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노하우 쌓인 일본 시설 견학도

한우 가격은 럼피스킨병 영향으로 최근 급등하는 모양새다. 하루에 10% 이상 오른 적도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지난 26일부터 시작한 할인 행사를 위해 2~3주치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놨기 때문에 영향을 최소화했다. 센터는 이날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MD(상품기획자)가 직접 경매로 사들인 고품질 한우를 가공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전소은 MD는 “색깔이 너무 밝거나 어두워서도 안 되고, 꽃이 피듯이 마블링이 고르게 나야 식감이 부드럽다”고 전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부터 ‘마블나인(9)’이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한우를 판매해왔다. 명칭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정한 등급 체계 중 최상위인 ‘1++’ 중에서도 마블링 점수(BMS)가 최고(9점)인 한우를 의미한다.

김주원 기자

지난 24일 경기 성남 롯데마트 판교점에서 박일호 파트장이 1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한우 ‘마블나인’ 덩어리를 자르고 있다. 고객들이 원하는 두께로 잘라 판매하기도 한다. 사진 롯데쇼핑

이날 마블나인이 실제 진열된 롯데마트 판교점에 들러보니 앞다리 부분인 삼각살(228g)이 2만 2754원에 팔렸다. 박일호 파트장은 “백화점에서 4만원은 넘게 팔릴 고급 상품”이라며 “이보다 저렴한 정육면체 크기 찹스테이크도 일반 한우보다 깊은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마블나인 상품을 고른 40대 여성 고객은 “인근 백화점에도 고급 한우가 있지만 여기가 저렴한 데다 품질도 좋아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마블나인 진열대를 한우 판매 장소에서 가장 가운데에 놓고, 단골이 원하면 100만원 이상의 고기 덩어리를 크기에 맞게 썰어 주는 맞춤형 제품도 내놓고 있다. 오프라인 구매자들은 롯데온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마블나인을 주문하기도 한다. 이날 앱에서 마블나인 제품을 검색해보니 절반 이상이 동난 상태였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번 추석의 마블나인 판매량은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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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조정에 일본 오염수 방류로 인기↑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추석 소고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4.5% 늘었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구이용 한우 제품이 지난해 추석보다 판매량이 6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한우 인기는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으로 명절 선물 가격 상한이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라간 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대체재로 반사 이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이런 기세를 몰아 오는 한우 데이에 다양한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 한우 데이는 소를 뜻하는 한자 우(牛)에 최고를 뜻하는 일(一)이 3개가 들어간 점에 착안해 전국한우협회가 2005년부터 11월 1일로 지정했다. 롯데마트는 내달 1일까지 마블나인을 행사 카드로 이용할 때 최대 50% 할인한다. 이마트도 같은 기간 냉장 한우 전 품목을 최대 40% 할인한다. 홈플러스도 같은 기간 농협안심한우(100g)를 최대 50% 할인하는 ‘K-미트 페스타’를 진행하고 있다. 30일부터 사흘간 4만원 이상 구매하면 3000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한다.

지난 24일 경기 성남 롯데마트 판교점에서 고객이 프리미엄 한우 마블나인을 보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증평=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