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 윤계상, 자연스럽게 바꾼 인생 캐릭터 [D:인터뷰]
누군가는 명준으로 기억을 해주시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
배우 윤계상이 ‘유괴의 날’에서 어리숙한 유괴범으로 변신했다. ‘범죄도시’ 속 장첸의 섬뜩했던 모습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허당미 넘치지만 마음은 따뜻한 초짜 유괴범 명준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자연스럽게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면서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한 윤계상이다.
윤계상은 어설픈 유괴범과 11살 천재 소녀의 세상 특별한 공조를 담은 ENA 드라마 ‘유괴의 날’에서 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괴를 계획하다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 김명준을 연기했다.
납치 대상이었던 11살 천재 소녀 로희(유나 분)에게 오히려 휘둘리던 명준이 결국 그와 함께 진실을 추적하게 되고, 나아가 가족 같은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유괴의 날’ 초반 로희에게 시종일관 면박을 당하는 어리숙한 모습까지 소화하면서 코믹함을 배가하기도 했다. 윤계상은 어른이지만, 어른스럽지 않은 명준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실제 성격까지 반영하면서 리얼리티를 높였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하기도 했다. ‘2% 부족한 면모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더라. 그래서 명준은 지식이 부족한 게 아니라 조금 순박하고 순수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 제게도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부분을 극대화했다. 지금은 나이가 좀 들어서 진중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 생겼는데, 그럼에도 본성은 늘 다르지 않나. 그런 부분을 자유롭게 표현하려고 했다.”
덥수룩한 헤어에 수염까지 기르면서 명준의 이 같은 면모를 강조했다. 자신의 공항패션 흑역사까지 참고하면서 ‘망가지기 위해’ 노력했고, 이 같은 디테일이 모여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호평까지 받을 수 있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하고 들어가는 사람이다. 명준이는 외모적으로도 순박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여겼다. 유도 선수 출신이기도 하고. 그래서 조금 편하게 임했다. 4kg 정도 증량을 했다. 원래 배우들은 쉬는 타이밍이 오면 내 마음대로 먹기도 한다. 그러다가 작품에 들어가면 살을 좀 빼는데, 이번엔 빼지 않고 거기에서 더 먹으니까 금방 찌더라. 거울을 보면서 명준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유괴의 날’은 천재 아이 프로젝트의 실험체를 둘러싼 진실을 추적하는 스릴러적인 재미도 담긴 작품이었다. 이에 명준이 위기를 맞이하고, 또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종 액션도 펼치게 되는데, 윤계상은 이러한 장면에서도 ‘명준스러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에 ‘유괴의 날’만의 코믹 스릴러적인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이 될 수 있었다.
“좀 더 자유롭게 했다. 허당미가 많이 보이게. 특히 액션도 멋있지 않아야 했다. 늘 우연하게 이기는 것처럼 연출을 하고자 했다. 각 잡고 하는 액션은 주인공이 멋있는 게 포인트인데, 명준이는 ‘뭐야, 어떻게 이긴 거야’. 이런 상황을 자꾸 만들어야 했다. 오히려 더 힘든 부분이 있었다. 일단 헤어를 만져주시는 분들부터 힘들어했다. 얼굴을 자꾸 가리곤 하니까.”
윤계상은 이 드라마에서 아픈 딸과 로희를 향한 애틋한 감정까지 안정적으로 연기해 내면서 깊이를 더하기도 했다. 부성애를 직접 느껴보진 못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이 없지는 않았다. 실제 경험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명준의 감정에 접근했다.
“나이가 드니까 부모님의 마음도 더 느껴진다. 아픈 자식이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어렸을 때 보단 훨씬 더 (감정적으로) 다가오더라.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강아지가 세 마리가 있다. 11살을 향해가는데, 그 친구들은 진짜 자식 같다. 그런데 한 아이가 구강암에 걸려 죽을 뻔했다. 오열하듯이 울었다. 지금은 치료를 해서 멀쩡한데, 그런 마음들을 떠올렸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나이에 만족하고 있다. 40대 중반으로 50살을 앞두고 있지만, 그래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늘어난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하다. 압박감을 느끼며 연기를 하기보단, 지금 할 수 있는 역할들을 소화하며 자연스럽게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가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자연스럽게 가고 싶다. 지금 50살을 바라보고 있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배우는 위, 아래로 10년인 것 같다. 그걸 넘나들면서 가는데 그게 참 재밌는 것 같다. 지금까지 잘 활동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나도 눈이 있으니까 내 모습이 보인다. ‘비주얼로 승부를 보는 역할을 하는 것보다는 내가 살아온 인생을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도 댓글을 가끔 보는데, 내 이름은 없어진 것 같더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누군가는 지오디 윤계상으로 기억을 하고, 누군가는 장첸으로 기억을 해주시고. 누군가는 또 명준으로 기억을 해주시면 너무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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