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자랑? 저의 참혹한 운동 실패사를 공개합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가은 기자]
살면서 이런 걸 자랑하게 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실패의 아이콘이다. 이것은 내 성격유형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MBTI 유형 중 외향형이면서, 이것저것 호기심과 관심은 많지만 계획적이지는 않는 유형의 인간이다.
마무리는 잘 못하지만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은 또 어찌나 많은지 이것저것 배우고 무언가 시도는 많이 하지만, 끝마친 것은 거의 없다. 시작을 했으면 꾸준히 해야 하고 끝을 봐야 하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 이유와 변명거리가 다양하게 생긴다.
특히 운동으로 말할 것 같으면 참혹할 지경이다. 참으로 다채롭게 실패한 것 투성이다. 최근 카이스트에서 '실패 자랑 대회'를 연다는 기사를 보고, 나의 운동 실패기를 써보기로 했다.
▲ 운동 운동도구 |
ⓒ Pixabay |
일단 집에서 하는 홈트레이닝. '홈트'는 돈도 들지 않고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어 편하니까 쉽게 매일매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홈트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온라인 장바구니에 푹신한 운동 매트와 실내 자전거를 담아놓고 결제를 눌러버렸다. 운동 같은 건 끝까지 하는 의지가 별로 없는 대신 내가 아주 잘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쇼핑이다.
"그래, 운동도 장비 발이지. 뭐든 돈을 들여야 잘한다고 하잖아. 이거 사면 매일매일 운동할 수 있어" 하며 나는 호기롭게 덜컥 실내 자전거와 홈트용 매트부터 사버렸다. 그러나 역시 반전은 없었다. 자전거는 이미 옷걸이가 된 지 오래이다. 당근마켓에 그렇게나 많은 실내 자전거가 올라와 있을 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안 그래도 좁은 집이 실내 자전거 때문에 더 좁아졌다.
다들 한 번쯤은 하는 요가는 약 삼 개월쯤 하다가 그만두었다. 몸에도 잘 맞고 하는 동안 몸도 편하고 재미도 있었는데, 이사를 가게 되는 통에 그만두고는 잘 맞는 요가원을 찾지 못해 포기했다.
헬스는 시작은 했으나 재미가 없어서 삼 개월을 끊어놓고 채 10번을 못 간 것 같다. 헬스장에서 가르쳐 주던 라켓볼도 헬스장을 가지 못하게 되면서 이별하게 되었다. 한때 유행하던 복싱도 삼 개월쯤 하다가 계속 뛰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때려치웠다.
수영은 하다 말다 하다 말다 해서 평영까지는 어찌어찌 배웠는데, 얼마 전 다시 시작했다가 퇴근 후에 지친 몸으로 수영장까지 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었다. 새로 산 수영복이 무색할 지경이다.
한동안은 골프를 배워볼까 싶어 연습장을 드나들기도 했으나 좋지 않은 어깨와 팔꿈치 통증으로 포기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배드민턴을 배운다며 배드민턴 채를 사달라기에 함께 치기로 하고 샀지만, 배드민턴 채가 한 다섯 번쯤은 햇빛을 봤으려나?
거기에 간단하게 '줄넘기'라면 매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줄넘기도 샀다. 그런데 사놓고 채 다섯 번도 뛰지 않은 채로 신발장 안에 고이 모셔져 있다. 남들은 운동하면 뿌듯하다던데 나에게 있어 운동이란 실패와 좌절감만 주는 아주 밉살스러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나이는 점점 먹어가고 몸무게는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경신해 가고 몸의 통증들이 점점 심해진다.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살을 빼야 하고, 신체활동을 늘려야 한다는 경고를 받는다.
이렇게 살다가는 큰일 날 것만 같다. 병이 닥칠 것 같기도 한 불안감에 짓눌려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운동을 찾아 헤맨다. 무슨 운동을 해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고 멍해졌을 때 동네 청소년 수련원에서 이름도 생소한 SNPE 바른 자세운동 (Self Natural Posture Exercise: 인간 본연의 자세를 회복하는 운동)이라는 새로운 운동법을 발견했다.
▲ 요가하는 여성 여성이 엎드려 요가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
ⓒ Pixabay |
'이거 또 괜히 시작해서 마의 3개월을 못 넘기고 헛수고하는 거 아냐?' 싶다가도, '아냐,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게 낫지'라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르고 다시 도전해 본다.
이번에는 실패를 방지하기 위해서 목표를 제대로 정하고 운동을 하려고 한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면서 6개월 동안 지속하기가 나의 목표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 운동들이 실패한 이유는 목표를 정해놓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자세가 안 좋아서 통증이 있는 거니까, 다른 건 몰라도 자세를 바로잡는 운동이라면 쉽게 할 수 있겠지"라는 오해를 안고 시작한 지 한 달 째이다. 시작하기는 했지만 운동을 가는 화요일과 목요일은 아직도 마음 속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운동을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자면 10개도 넘게 댈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실패할 수 없다.
결국 어제는 소낙비가 왔는데도 우산을 쓰고 나가서는 꿋꿋이 운동을 갔다. 운동을 하는 순간보다 나에게 더 뿌듯하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비가 오는데도 운동을 갔다는 점일 정도이다. 나는 이것도 힘든데... 도대체 '운동 중독'이라는 사람들의 머릿 속이 궁금할 뿐이다.
문득 궁금해져 사전에서 '실패'라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실패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실패: 일을 잘못하여 뜻한 대로 되지 아니하거나 그르침'.
과거 내가 했던 운동들이 전부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은, 끝까지 꾸준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다 정말 '실패'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이번에는 꼭 꾸준히라는 습관을 들여서 이 운동을 성공적으로 마쳐봐야지.
무엇이든 21일 3주 정도 매일 지속하다 보면 습관이 된다고 하던데, 이번에는 꼭 이 운동이 내 습관이 되기를 기대한다.
혹시 또 아는가, 6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다 보면 나도 운동의 즐거움을 깨닫고 인스타에 '#오운완(오늘운동완료)' 태그로 글을 업로드하는 날이 오게 될는지도. 나도 '평생 운동'으로 정착할 수 있기를, 나의 운동에 더는 실패가 없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태원 찾은 이상민 "한번 포가 떨어진 곳은 다시 안 떨어진다"
- 3·1운동을 소재로 한 '조국' 들고 복귀한 친일파
- "끔찍한데요" 상사와의 대화에서 진심이 튀어나왔다
- 100일, 1년, 10년... 참사의 나라에 유족으로 산다는 것
- 울릉도는 '백패킹의 성지'가 아닙니다
- 내가 아침마다 이-팔 전쟁 뉴스를 검색하는 이유
- 이-팔 전쟁에 학교서 온 공지... 이제 시작이구나 싶었다
- 유족 만난 국회의장,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여야 지혜 모아야"
- 당정대, 이태원참사 1년 묵념하며 추모…"국민안전 최우선과제"
- 외신이 본 이태원 참사 1주기 "한국은 변한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