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에 시부야 오지마”…日 인파사고 막으려 '역대급' 경계
"현재 인파가 몰려 하치코(ハチ公) 출구는 통행이 어렵습니다. 다른 출구로 우회해 주세요."
28일 밤, 일본 핼러윈 명소인 도쿄(東京) 시부야(渋谷)역 플랫폼에 발을 내딛자마자 혼잡을 경고하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앞둔 토요일, 시부야 역은 다양한 복장을 한 시민과 관광객들로 이른 오후부터 꽉 들어찼다.
시부야 역을 상징하는 '하치코 동상' 주변은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이날 아침부터 폐쇄됐다. 역 앞 스크램블 교차로에는 경찰들이 곳곳에서 확성기를 들고 "멈추지 말고 계속 이동하세요"라고 외치며 행인들의 이동을 철저히 통제했다.
교차로 각 모퉁이에는 높은 경찰차 위에 올라탄 이른바 'DJ폴리스'들이 "지금 신호가 바뀝니다. 건너가세요" 등의 안내 멘트를 쏟아냈다. DJ처럼 마이크를 잡고 흐름을 유도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시부야에는 매년 핼러윈 기간 수만 명이 찾아온다. 올해는 코로나19가 끝나고 외국 관광객도 크게 늘어 피크타임에 몰리는 인파가 6만 명에 달할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시부야구는 지난해에도 사고 방지를 위해 200여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DJ폴리스를 설치했지만 올해는 인원을 370명 이상으로 늘리는 등 경계를 '역대급'으로 강화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일어난 이태원 사고의 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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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는 핼러윈 이벤트장이 아닙니다"
시부야구는 핼러윈 기간 과도한 인파가 몰리면 한국의 이태원 참사 같은 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면서 일찌감치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하세베 겐(長谷部健) 시부야 구청장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사고 같은 일이 시부야에서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면서 "핼러윈이 목적이라면 시부야에 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구청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에는 핼러윈 기간 시부야 역 인근 방문을 삼가 달라는 동영상을 일본어·영어·중국어로 만들어 게재했다.
수주 전부터 거리 곳곳에는 "시부야는 핼러윈 이벤트장이 아닙니다" "노상 음주 금지"라고 일본어와 영어로 적힌 현수막이 붙었다. 시부야에서는 지난 2018년 술에 취한 20대 남성 4명이 옷을 벗고 자동차를 뒤집는 등 행패를 부려 폭력행위처벌법 위반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시부야 크레이지 핼러윈 사건' 등 크고 작은 음주 사건이 잇따랐다. 이후 시부야구는 조례를 제정해 핼러윈 기간 길거리나 공원 등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를 금지했다.
올해도 심야 노상 음주에 따른 문제를 막고자 28일 오후 6시부터 11월 1일 새벽까지 야외 음주를 금지한다. 인근 편의점 등 점포 38곳에 주류 판매 자제도 요청했다. 구 공무원 약 150명이 거리를 돌면서 음주 금지 등을 독려할 계획이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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