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X파일]전설의 원내정당 ‘희망의한국신당’을 아시나요
굵고 짧았던 정당 역사, 1년 여 만에 소멸
신당 창당 후 지역구 당선, 현실 정치의 벽
편집자주 - ‘정치X파일’은 한국 정치의 선거 결과와 사건·사고에 기록된 ‘역대급 사연’을 전하는 연재 기획물입니다.
신생 정당이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특정 정당은 100여명 이상의 국회의원 당선자를 내는데 무슨 얘기인가 싶겠지만, 총선을 앞두고 창당했던 수많은 정치세력이 이미 경험했던 일이다.
가장 최근의 총선인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한 정당은 단 세 곳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그리고 정의당이다. 정의당이 단 1명의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한 것을 고려할 때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양분했던 선거다.
다른 정당 후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서울 종로의 경우 정당 소속 후보만 10명에 달했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물론이고 우리공화당, 민중당, 가자!평화인권당, 공화당, 국가혁명배당금당, 국민새정당, 민중민주당, 한나라당 후보가 출마했다.
어디에선가 들어본 듯한 정당도 있지만, 과거 유명했던 그 정당과 이름만 같을 뿐 사실상 다른 정당이다. 총선 때마다 수많은 정당이 창당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겪는다.
유권자 선택을 받아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하는 정당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계열 정당 그리고 진보 정당의 맏형인 정의당 정도가 고정 멤버다. 신생 정당 상당수는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한 채 잊힌 존재가 된다. 총선 때 창당했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그 어려운 총선 지역구 당선자 배출 정당이지만, 대다수 국민은 물론 정치인들에게도 낯설게 느껴지는 존재도 있다. 전설처럼 전해지는 그 이름, ‘희망의한국신당’이다. 언제 있었던 당이며, 누가 그 당의 국회의원이었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희망의한국신당이 원내 진출에 성공한 시기는 2000년 제16대 총선이다. 제16대 총선이 있기 두 달 전인 2000년 2월에 창당했다. 당시 충청권 맹주였던 자유민주연합(자민련) 내부의 계파 갈등이 번지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희망의한국신당 정치적 터전은 충청이었다. 희망의한국신당 간판은 정치인 김용환이다.
충청을 상징하는 대표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이른바 ‘7인회’ 멤버의 일원으로서 권력 피라미드 최상단에 있었다. 정치인 김용환이 신당을 창당해 총선에 나선 것은 당시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다.
국민의정부 탄생의 배경이었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은 내각제를 둘러싼 교감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1999년 내각제 개헌 연기 선언이 나오자 자민련 내에서 이에 반발하는 정치인들이 탈당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내각제가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 속에서 다른 길을 찾은 셈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정치인 김용환이다. 정치인 김용환은 희망의한국신당 후보로 2000년 4월 제16대 총선에서 충남 보령시·서천군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창당은 정치인들이 뜻을 모으면 가능하지만, 당선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당시 충청권에서는 지역 정치의 맹주였던 자민련이 있었고, 보수정치의 명맥을 이어온 한나라당도 건재했다. 게다가 새천년민주당도 지지 기반이 만만치 않았고, 정치인 이름값으로는 거대 양당에 뒤지지 않는 민주국민당도 경쟁의 대상이었다.
당시 희망의한국신당은 충남 공주시·연기군, 아산시, 당진군 등에도 국회의원 후보를 냈다. 하지만 아산시에서 10%가 조금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을 제외한다면 다른 후보들은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다. 당선권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의미다.
희망의한국신당 간판이었던 정치인 김용환은 달랐다. 그는 3만5125표를 얻으며 38.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물론 자민련의 이긍규 후보(31.5%)를 꺾고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김용환 후보는 보령시에서 47.1%를 득표할 정도로 강세를 보였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희망의한국신당이 배출한 유일한 국회의원. 김용환 의원 덕분에 희망의한국신당은 국회 본회의장에 원내 정당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었다. 정치인 김용환의 당선은 탄탄한 지역 기반 덕분이었다.
유력 정치인 가운데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으로 당선되는 경우는 있지만, 신생 정당을 창당해서 도전해 당선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존 정당의 벽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무소속으로 당선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이번에 뽑아만 주면 ‘친정 정당’에 돌아가겠다는 선거운동 당시의 약속에 유권자들이 호응하기 때문이다.
아예 다른 살림을 차려서 창당할 경우 전통적인 지지층들의 호응을 얻기 힘들다. 신당 창당은 춥고 배고픈 광야에 몸을 던지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내년 4월10일로 예정된 제22대 총선도 마찬가지다. 여러 정치세력이 각자의 이유로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지만, 지역구 당선자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렇다면 2000년 제16대 총선의 성공 사례. 희망의한국신당은 어떻게 됐을까. 2000년 2월, 그러니까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창당했던 희망의한국신당은 2001년 10월, 해산의 과정을 겪었다.
희망의한국신당 간판이자 유일한 국회의원이었던 정치인 김용환이 당 해체 선언과 한나라당 합류를 선택하면서 소멸의 길을 피할 수 없었다. 정치인 김용환은 한나라당 부총재로서 새로운 정치의 길을 모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제16대 총선에서 원내정당 일원이었던 희망의한국신당은 현역 의원이 사라지면서 국회 본회의장에 초대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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