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가.1st] '변형스리백' 바르사와 '전술 그 이상' 벨링엄

주드 벨링엄(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올 시즌 첫 엘클라시코의 주인공은 주드 벨링엄이었다.

28일(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에스타디 올림픽 류이스 콤파니스에서 2023-2024 스페인 라리가 11라운드를 치른 레알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를 2-1로 꺾었다. 레알은 리그 1위(승점 28)를 수성했고, 바르셀로나는 3위(승점 24)에 머물렀다.

경기 전에는 바르셀로나의 열세가 예상됐다. 프렌키 더용, 페드리, 쥘 쿤데 등 주전들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도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십자인대 파열로 이탈한 티보 쿠르투아와 에데르 밀리탕을 제외하면 부상자가 없었던 레알이 전력 상으로는 우위였다.

차비 에르난데스 바르셀로나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차비 에르난데스 바르셀로나 감독은 영리한 전술 변화로 이를 극복할 뻔했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4-2-3-1 전형으로 경기에 나섰는데, 공격 시에는 3-4-1-2 전형을 만들었다. 왼쪽 풀백 알레한드로 발데가 높이 올라가는 반면 로날드 아라우호는 이니고 마르티네스,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과 함께 스리백을 형성했다.

이를 통해 오른쪽 측면을 강화해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 비니시우스는 포메이션상 중앙 공격수이기는 하지만 주 포지션은 윙어여서 왼쪽으로 돌파하기를 즐긴다. 차비 감독은 아라우호와 주앙 칸셀루를 동시에 기용하는 방책으로 비니시우스를 잘 막아냈다.

또한 미드필더들의 수비력을 보완하기에도 좋았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는 주로 오리올 로메우가 맡았는데, 이날은 가비와 일카이 귄도안이 나란히 배치됐다. 두 선수는 수비적으로 탄탄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차비 감독은 이들 뒤에 센터백 3명을 배치함으로써 수비에서 위험을 최소화했다.

바르셀로나는 전반 6분 만에 귄도안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귄도안이 페란 토레스와 2대1 패스를 시도한 뒤 침투했고, 레알 수비가 공을 적절하게 걷어내지 못한 걸 낚아채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레알의 공세를 어느 정도 잘 막아내며 승리를 쟁취하는 듯했다.

주드 벨링엄(레알마드리드).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레알에는 벨링엄이 있었다. 벨링엄은 후반 23분 페널티아크 바깥에서 공을 잡은 뒤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을 때려 동점골을 만들었다. 골망을 찢을 듯한 슈팅이었으며, 마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골키퍼가 손을 갖다댔음에도 막을 수 없는 골이었다.

벨링엄은 경기를 뒤집기까지 했다. 후반 추가시간 2분 다니 카르바할의 크로스가 루카 모드리치의 발을 맞고 중앙으로 흐른 걸 완벽한 쇄도로 마무리했다. 카르바할이 공을 잡는 순간부터 침투를 시작했고, 모드리치를 맞아 바운드가 높게 뜬 상황에서도 정확하게 발을 갖다대 역전골을 터뜨렸다.

물론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이 용병술을 통해 경기 흐름을 바꾸긴 했다. 후반 7분 만에 페를랑 멘디를 에두아르도 카마빙가로 바꿔 안정감을 불어넣었고, 후반 18분 토니 크로스 대신 모드리치를 넣어 공격 시 수적 우위를, 호드리구 대신 호셀루를 넣어 제공권 확보를 도모했다.

그럼에도 득점 장면만 놓고 보면 사실상 벨링엄이 모든 걸 빚어냈다. 첫 번째 골은 정확하고 강력한 킥을 통해, 두 번째 골을 올 시즌 내내 빛났던 좋은 위치 선정을 통해 만들어냈다. 벨링엄은 역전골을 넣은 뒤 두 팔을 크게 벌리며 자신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음을 만천하에 보여줬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