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원칙적 합의"했다지만…물밑 줄다리기는 계속
미국과 중국이 다음 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만나는 것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을 방문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미국 당국자들의 면담에서 이런 결론이 나왔다면서, 미·중 양국이 정상회담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방미 첫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만난 왕 부장은 둘째 날 바이든 대통령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잇달아 면담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미국과 중국은 경쟁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양측이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두 정상 간 회담을 위해 협력하는 것을 포함해 고위급 외교를 더 추진하자는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간 양국 실무진은 다음 달 11~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별도의 정상회담을 진행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의 만남이 이뤄지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이다. 시 주석이 미국을 찾는 것은 지난 2017년 4월 이후 6년 만이다.
이미 중국 측은 샌프란시스코에 호텔 예약을 마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왕 부장은 바이든 대통령 면담 자리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는 시 주석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다만 WSJ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왕 부장의 이번 워싱턴 방문만 가지고 아직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확실한 보장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봤다.
중국 입장에선 선뜻 회담을 확정 짓기에는, 앞으로 남은 3주 동안 발생할지 모를 돌발 상황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근 대화 국면 속에서도 대중 반도체 수출을 추가 규제했던 미국이 갑자기 대만에 무기 판매를 또 승인한다든지 할 경우 시 주석이 국내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왕 부장이 방미 기간 내내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고, 정확한 시간과 장소, 회담 방식 등 세부사항을 정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는 분석이다. 미정부 관계자는 WSJ에 행사 직전까지도 중국은 시 주석의 참석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1년 남겨 놓은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2곳으로 전장이 넓어지며 외교력에 상처를 입은 바이든 대통령에겐, 미·중 관계가 잘 관리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절실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인류 최악의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원료가 멕시코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도 중국의 도움이 간절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 주석과의 회담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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