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인 아무 것도 못하는 아이... "가스라이팅 표적되기 십상"

김종성 2023. 10. 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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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김종성 기자]

지난 27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초등학교 3학년 딸(금쪽이)과 6세 쌍둥이 아들의 부모가 찾아왔다. 엄마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는 금쪽이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말을 하지 않으니 소통이 될 리 없고, 힘든 일이 있어도 표현하지 않으니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없어 답답하다는 것이다. 엄마의 입에서 답이 나올 때까지 스무고개를 하는 식이었다. 

영상 속의 금쪽이는 그 무엇도 스스로 하는 법이 없었다. 아침에 잠에서 깬 후에는 엄마의 품에 안겨 겨우 침대 아래로 내려왔고, 엄마가 직접 옷을 입혀주고 머리 손질도 해줬다. 금쪽이는 당연한 듯 누군가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준비가 끝났지만, 정확히는 엄마에 의해 준비가 끝남을 당했지만, 금쪽이는 버티고 서서 등교를 거부했다. 가기 싫은 이유조차 말하지 않았다. 
 방송의 한 장면.
ⓒ 채널A
 
엄마의 애타는 마음

시간은 계속 흐르자 엄마는 애가 탔다. 결국 데려다 주기로 결정하고 밖으로 나섰다. 물론 등굣길에도 가기 싫다며 떼를 썼다. 교문까지 통과했는데도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제자리에 한참 서 있자,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엄마는 금쪽이를 교실까지 데려다 주어야 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만 9세 치고는 손이 많이 가는 편이라며 나이에 맞지 않는 모습이 많다고 지적했다.

하교 후, 금쪽이는 하얀색 물약이 싫다며 감기약 먹기를 거부했다. 엄청난 실랑이 끝에 겨우 복용하긴 했으나 무려 1시간이나 소요됐다. 금쪽이는 익숙했던 빨간색 약이 하얀색 약으로 바뀐 것이 불만이었던 것이다. 이를 캐치한 오은영은 금쪽이가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향인 것 같다며, 새로운 음식도 잘 먹지 못할 거라고 추측했다. 변화에 저항하게 된 원인을 찾아야 했다.  

"금쪽이의 자율성은 만 3세 수준이에요." (오은영)

금쪽이는 화장실에 가는 것도 엄마에게 허락을 구했고, 뒤처리조차 엄마의 도움이 필요했다. 침대에 돌아간 후에는 쪼그려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엄마가 옆에 온 후에야 자리에 누웠다. 스스로 표현하지 않고, 대화는 엄마의 자문자답으로 이뤄졌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자율성 부족을 지적했다. 초3 연령에 맞게 스스로 해결하거나 감당할 의지가 현저히 부족했다. 

접근 방향을 달리해서 엄마의 육아 방식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었다. 식사 시간, 엄마는 수저를 놓는 사소한 일부터 음식을 식히는 것까지 아이들 식사의 작은 부분까지 직접 챙겼다. 밥 먹고 삼킬 타이밍까지 알려주고, 직접 떠먹여주기도 했다. 금쪽이는 고기가 질기다며 입 안의 음식을 뱉었는데, '내가 먹어봤는데 괜찮다'는 엄마의 눈치를 봐야 했다. 엄마는 왜 모든 걸 간섭하는 걸까. 

오은영은 식사 장면을 금쪽이네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장면이라고 언급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식사 시간을 줄여보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모든 것을 대신해주고 결정하다보니 아이들의 자율성이 지나치게 제한된다는 점은 아쉬웠다. 게다가 고기가 질기다는 금쪽이의 주관적인 생각을 부정하는 점도 문제였다. 그것이 모녀간 소통이 어려운 이유였다. 

엄마가 모든 걸 결정하고 대신해 주다보니 금쪽이는 엄마가 답을 제시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반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태도는 학원에서도 이어졌다. 선생님을 한없이 기다리고,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모든 걸 결정해 주던 엄마가 없어서일까. 친구와의 대화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결정하기 어려워하는 문제가 더 심해지면 나중에 '의존적 성격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오은영)

엄마 없이 아이들만 집에 있는 상황에서 동생이 문에 발을 찧어 아파하자, 금쪽이는 대뜸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리고 판단을 떠넘겼다. 그리고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동생이 이불에 아이스크림을 묻히자 울기 시작했는데, 아기처럼 의사표현 없이 울기만 하다 결국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 후에야 안정을 되찾았다. 지나치게 의존적이었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의존성을 지적하며, 의존적인 사람은 타인에게 적절한 요구를 하지 못하고 휘둘리기 십상이라 우려했다. 이런 성향의 사람은 가스라이팅의 표적이 되거나 위험한 관계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한편, 엄마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금쪽이가 엄마의 어린 시절을 쏙 빼닮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엄마 역시 통제적인 환경에서 억압된 채 자랐다는 것이다. 

원인은 엄마에게 있었다

엄마는 불안정 애착 중 회피형에 가까웠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①부모의 부재 ② 일관성 없는 반응 ③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환경인데, 엄마의 경우에는 세 번째에 해당할 것이다. 회피형의 경우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귀찮아지기 시작하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학령기에 해야 할 일을 전혀 못하는 금쪽이가 힘들고 불편했을 것이다. 딸에게 거리감을 느꼈던 건 그 때문이었다.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모녀 독립 만세'였다. 양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녀의 독립과 자립이고, 부모는 이를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솔루션을 위해 모녀는 빙상장을 찾았다. 엄마 없이 난관을 헤치고 스스로를 믿는 긍정의 힘을 키우기 위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금쪽이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울음부터 터뜨렸다. 엄마는 금쪽이가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 기다렸다. 

무려 1시간이 흘렀고, 미동도 없이 버티던 금쪽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나갔다. 엄마는 두려움을 이겨낸 금쪽이가 대견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 날, '결정 장보기'를 위해 엄마는 마트로 향했다. 금쪽이는 무전기로 엄마가 무엇을 사야할지 결정했다. 재료 선택 과정에 아이를 참여시켜 스스로 내린 결정을 존중하는 경험을 쌓게 하는 솔루션이었다.

금쪽이는 자신이 고른 재료로 직접 요리에 나섰고, 가족들에게 맛있는 카레를 대접했다. 자신감이 붙은 금쪽이는 큰 목소리로 말해 문제를 맞히는 퀴즈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능숙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 혼자 등교도 문제 없이 성공했으며, 식당에서 주문도 거침없이 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자율성을 부여하자 금쪽이는 성장하고 또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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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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