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발로 기어서 예배드리며 지킨 한옥 예배당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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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을 앞둔 할머니 '원로 권사'들이 찬송가 301장 '지금까지 지내온 것'을 불렀다.
다리 수술로 잘 걷지 못해 두 손과 두 발로 기어서 밭일을 하면서도 교회 승합차에 올라 주일예배 수요예배 금요예배는 물론 새벽예배까지 모두 성수하는 이 권사들이야말로 100년 한옥 예배당을 지켜낸 주인공들이다.
이 교수의 '주문도 한옥 예배당 100년 이야기'가 주문도 기행을 돕기 위해 각주를 생략한 이야기체 책이라면 역사편찬위원회가 엮은 이 자료집은 그 근거를 밝힌 각주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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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도 한옥 예배당 100년 이야기’
‘서도중앙교회 130년 역사 자료집’ 동시 출간
구순을 앞둔 할머니 ‘원로 권사’들이 찬송가 301장 ‘지금까지 지내온 것’을 불렀다. “목사님 허리가 아파서 서 있을 수가 없어요.” 앞 열은 의자에 앉고 뒤 열은 앞 열 의자를 붙잡고 서서 찬양한 할머니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어깨춤을 덩실 추었다.
다리 수술로 잘 걷지 못해 두 손과 두 발로 기어서 밭일을 하면서도 교회 승합차에 올라 주일예배 수요예배 금요예배는 물론 새벽예배까지 모두 성수하는 이 권사들이야말로 100년 한옥 예배당을 지켜낸 주인공들이다. 네발로 기어서라도 예배에 참석하며 교회와 고향 땅을 목숨처럼 지켜낸 섬마을 100년 예배당 이야기다.
지난 28일 인천 강화군 서도면 주문도리 서도중앙교회(박형복 목사)에서 ‘선교 130주년, 한옥예배당 100주년’ 기념 감사예배가 열렸다.
강화도 남단 서쪽 끝 선수선착장에서 하루 세 번 주문도로 직행하는 배를 타고 40여분을 달려야 4.55㎢ 크기의 나귀 턱뼈 모양의 섬에 도착한다. 여의도 절반 크기의 주문도엔 술집과 노래방과 다방이 없고 교회와 학교와 해변이 있다(국민일보 2022년 12월 31일자 7~8면 참조).
주민의 75% 이상이 기독교인 섬의 정중앙 교회에서 이 지역 배준영 국회의원과 김찬호 대한기독교감리회 중부연회 감독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모여 한 세기 넘게 지켜낸 신앙을 기억하며 기념예배를 드렸다.
할머니 권사들의 특송이 끝나자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은퇴 교수가 벌떡 일어나 앙코르를 외쳤다. 이 교수는 이날 ‘주문도 한옥 예배당 100년 이야기’(신앙과지성사) 책을 탈고해 봉헌했다. ‘눈물의 섬 강화 이야기’(대한기독교서회)를 비롯해 ‘한국 기독교 문화유산을 찾아서’ 시리즈로 전국의 기독교 유적을 11권의 책에 담아낸 바 있는 이 교수는 이곳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배당”이라고 꼽았다.
소득뿐 아니라 재산의 십일조를 드린 주문도 교인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1923년 당시 성공회 강화성당과 온수리 교회에 뒤지지 않는 한옥 예배당이 마련됐다. 이 교수는 130년전 섬의 북쪽 응구지 나루터엔 술집만 열 곳이 넘었고 연중 뱃사람들의 굿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나 윤정일 전도사의 복음 전도로 2년 만에 마을 굿당을 훼파하는 등 찬송과 기도 소리로 거룩한 섬으로 변모한 과정을 책에 담았다. 독립운동가 이동휘 장군의 영향으로 “마을마다 교회 하나, 학교 하나를 세우자”는 강화도 전역 ‘1동 1교 운동’에 참여해 주문도에 영생학교를 설립하고 일제 강점기 민족교육을 한 역사도 서술했다.
주문도 출신 박상경(서울 대성교회) 장로는 ‘서도중앙교회 130년 역사 자료집’(더웨이)을 함께 봉헌했다. 563쪽에 걸쳐 방대한 교회의 역사를 담은 사료집이다.
이 교수의 ‘주문도 한옥 예배당 100년 이야기’가 주문도 기행을 돕기 위해 각주를 생략한 이야기체 책이라면 역사편찬위원회가 엮은 이 자료집은 그 근거를 밝힌 각주들인 셈이다.
자료집엔 6·25 전쟁 발발 직후 섬 인근 바다에 추락한 미군 B29 비행기의 승무원 구조작전에 참여한 교인들과 주민들, 그로 인해 공산군에 피랍 희생된 교인들과 사후 미군들에게 수여 받은 훈장의 기록 등도 고스란히 담았다.
박 장로는 “노인 하나가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면서 “130년 서도중앙교회 역사 속에 도서관 같은 선조들이 계셨고 수많은 이야기가 있어 일부나마 엮어 보존하게 돼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박 장로는 이 자료집을 자비로 출판해 교회에 나눴고, 이 교수 역시 책의 원고료를 받지 않고 저술했다. 이 교수는 “주문도, 기도의 섬에 빚진 마음”이라고 말했다.
주문도(인천 강화)=글·사진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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