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명가'의 신성, 주전을 탐하다..."찾아온 기회, 놓치고 싶지 않다"
(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남자 프로배구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이 3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의 맹활약을 앞세워 연패의 사슬을 끊어냈다. 정한용은 기량은 물론 멘탈까지 한뼘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V리그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대한항공은 2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KB손해보험과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5-23 23-25 25-20 21-25 15-10)로 이겼다.
대한항공은 시즌 2승 2패, 승점 7점을 기록하며 한 경기를 덜 치른 OK금융그룹(2승 1패, 승점 5)을 제치고 단독 3위로 올라섰다. 2연패를 끊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도 큰 수확이다.
대한항공의 이날 승리 일등공신은 정한용이었다. 정한용은 팀 내 가장 많은 29득점을 책임지며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공격 점유율 30.3%, 공격 효율 47.5%, 공격 성공률 65%의 괴력을 뽐내며 KB손해보험을 무너뜨렸다.
특히 살얼음판 승부가 펼쳐진 5세트에 블로킹 2개 포함 4득점으로 해결사로 우뚝 섰다. 팀 선배 임동혁이 5세트 공격 점유율 80%, 공격 효율 및 성공률 50%의 무시무시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는 했지만 이날 KB손해보험전에서 가장 빛났던 대한항공 선수는 이견의 여지 없이 정한용이었다.
대한항공은 주포 링컨 윌리엄스가 13득점, 공격 점유율 22.73%, 공격 성공률 36.67%, 공격 효율 16.67%로 주춤했음에도 정한용의 활약을 앞세워 2시간 20분 동안 벌어진 혈투를 승리로 마감할 수 있었다.
정한용은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팀이 앞선 2경기를 모두 풀세트 끝에 져서 오늘 경기도 약간 불안감이 있기는 했다"면서도 "3연패에 빠지면 팀 분위기가 안 좋아질 수 있어서 어떻게든 이기고 싶었다. 4세트를 KB손해보험에 내줬지만 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한항공은 토종 에이스 정지석이 지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소집 기간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 중이다. 살림꾼 곽승석까지 부상으로 빠져 있어 개막 초반 승수 쌓기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2020-2021, 2021-2022, 2022-2023 시즌 3년 연속 통합우승의 기세를 몰아 올 시즌 4년 연속 통합우승과 2년 연속 트레블(컵대회 우승, 정규리그 1위, 챔피언 결정전 우승) 도전이 정규리그 개막 직후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항공은 일단 정한용의 급성장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정한용은 지난 시즌 135득점, 공격 성공률 55%로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원포인트 서버로 출발해 경기 상황에 따라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조커'로 역할이 격상됐다.
2023-2024 시즌에는 팀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도 "정한용은 확실하게 여러 가지 부분에서 지난 시즌보다 크게 성장했다"며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치켜세웠다.
정한용 역시 팀 선배들의 부상으로 찾아온 주전 입성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프로 선수로서 매 순간 코트에 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정한용은 "항상 게임을 뛰고 싶었다. 형들이 아픈 건 팀적으로도 그렇고 형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지만 나에게는 좋은 기회가 왔다"며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꼭 잡고 싶다. 앞으로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어 "승부처에서 중요할 때 내게 공이 오면 부담이 된다"면서도 "토미 감독님께서 이런 부담감을 이겨내야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하신다. 덕분에 실수가 나오더라도 과감하게 때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 17년차인 대한항공 베테랑 유광우는 정한용이 앞으로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선수 생활 내내 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들과 호흡을 맞춰왔던 가운데 정한용에게도 '싹'이 보인다는 입장이다.
유광우는 "정한용은 충분히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실력과 가능성이 있다. 경기장에서 얼마나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이 부분을 만들어 주는 게 동료들이고 선배들이 해야 할 몫이다. 우리 팀에 또 한 명의 에이스가 생길 수 있으니까 많이 밀어주고 당겨주고 도와줘야 한다"고 웃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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