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 의료비지원 재심사 문턱에…지원금 6개월만 67% ‘뚝’

최은희 2023. 10. 29.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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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지원 재신청, 320명 중 68명 불과
‘과거 병력과 연관 있다’며 연장 신청 불승인도
이태원 유족 “재심사 과정서 마음 상해… 치료 거부하기도”
신현영 “의료비 지원 감소, 정부 소극적 지원 때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 2월1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시민합동분향소 앞에서 시민들과 함께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기리는 159배를 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정부의 의료비 지원이 갈수록 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4월을 기점으로 지원한 의료비 금액이 급감해, 재신청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의료비 지원이 4월을 기준으로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참사 직후 6개월 동안 의료비 지원 기간을 정해 지난 4월28일까지 의료비를 지원했다. 이후 의료비 지원 연장을 원할 경우 복지부에 따로 신청한 뒤 의료진 검토를 통한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의료비 지원 월별 내역을 살펴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월 평균 약 602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했다. △2022년 11월 9000만원 △12월 6700만원 △2023년 1월 3500만원 △2월 4100만원 △3월 6800만원이었다.

그러나 4월부터 지원한 금액은 월평균 1930여만원에 불과했다. △4월 2500만원 △5월 1800만원 △6월 1600만원 △7월 2300만원 △8월 1200만원 △9월 2200만원 등이었다. 10월12월까지 접수된 의료비는 400만원이었다. 

실제로 4월 이후 의료비 지원 연장을 신청한 피해자는 320명 중 68명에 그쳤다. 부상자 본인의 경우 32명, 사상자 가족은 35명이었다. 추가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하다며 의료비를 연장 신청한 이는 5명(부상자 4명 중복)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의료비 지원 연창 신청이 거절당한 사례도 파악됐다. 신청인의 질환과 이태원 참사 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기왕증(과거의 병력)이 있던 참사 유족 A씨는 이런 이유로 의료비 연장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의료비 지원 금액이 4월을 기점으로 67% 줄어든 건 재심사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심리 상담 지원을 받으려면, 6개월 단위로 검사받듯 재심사를 통해 연장해야 해서 다들 마음이 많이 상했었다”라며 “‘구걸하듯 지원을 받는 게 맞나’라는 생각에 치료 자체를 거부하는 유족들도 적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이태원 참사 현장에 조성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의료비 지원 신청절차가 복잡하면, 심리지원이 필요해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 다수가 국가트라우마센터를 통한 심리지원보다는 민간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조인영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10·29이태원참사TF 소속 변호사는 “정부가 지원하는 심리상담에 대해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불신이 큰 상황”이라며 “실제로 참사 유족들은 (국가트라우마센터의) 지원 상담을 잘 이용하지 않고, 필요하면 의료비 지원을 받아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별도로 상담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심사 이후 병원을 바꾸는 경우 유족의 입증 부담이 크다고도 했다. 조 변호사는 “유족이 진료받는 병원을 바꿀 경우 행정 절차가 복잡해진다”면서 “병원이 정부에서 사전 안내를 받는 시스템이 아니라, 유족이 직접 피해자임을 입증한 뒤 치료를 받고 병원이 향후 환급받는 구조다. 또다시 참사 피해자임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충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현영 의원은 “의료비 지원이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건강 상태가 좋아져서라기보다는 의료비 신청의 문턱을 높인 정부의 소극적인 지원 체계 때문”이라며 “이제는 트라우마로 인한 만성질환의 대비와 지원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고 적극적인 의료비 지원을 위해 피해자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까다로운 의료비 재심사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장 신청 시 의사 소견만 필요한 정도로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은빈·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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