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대표의 ‘사즉생’ [이기선 칼럼]
인요한 혁신위, 일단 기대감 가져 볼만해
혁신위, 공천룰 정할 권한이 있는 지가 관건
김기현, 혁신위의 성공 위해 모든 걸 던져야
국민의힘 인요한 위원장과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혁신위원회가 ‘국민과 함께 혁신위’(이하 ‘혁신위’)라는 명칭으로 공식 출범했다. 혁신위는 오는 12월 24일까지 60일간 당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 활동을 벌이게 될 것이다.
정당의 혁신위원회는 통상 지지도가 떨어지는 등 위기적 상황에서 민심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설치된다. 이전의 민주당 혁신위도 그랬고, 이번에 출범한 국민의힘 혁신위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에 실시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p차로 참패한 뒤,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강력하게 대두되자 김기현 대표는 임명직 당직자들을 개편하는 선에서 대충 종결하고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혁신위 설치였다.
이번 혁신위에 대해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당 대표는 물론 대통령과의 관계도 재설정할 정도의 획기적인 제안을 하고, 그런 제안이 당 정책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혁신위 참여를 제안 받은 사람들 중에는 혁신안이 당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고사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김기현 대표의 시간벌기용’, ‘허수아비 혁신위원’이라고 까지 폄하하고 있다.
이런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서 인지 인 위원장은 “(당이) 꼭 먹어야 할 쓴 약을 제조해서…….(국민들이)시원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바른 길을 찾아가겠다”, “일주일이 지나면 당에서 좀 걱정을 많이 할 것”이라며 당 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인 위원장의 이런 자신감과 의지, 그리고 혁신위의 인적구성(40대 이하 8명, 여성 7명)으로 보아 일단은 기대를 가져봄 직하다. 일부에서는 혁신위원들이 대부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고 ‘비윤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기득권과 특정 정파에 매몰되지 않은 혁신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혁신위 활동과 관련해 정치인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부분은 총선 공천 룰일 것이다. 혁신위가 공천룰을 정할 권한이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의 가장 확실한 방법 중의 하나가 인적 쇄신임을 고려한다면 국민 눈높이와 시대정신에 맞는 공천기준이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혁신위의 당연한 책무라 할 것이다. 또한 이는 민주당과 차별화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경우는 공천권을 쥐게 될 이재명 대표 자신이 여러 사법리스크의 당사자이고, 잦은 말 바꾸기로 신뢰를 잃고 있다. 따라서 인적쇄신의 기준을 세우는데 곤혹스러울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도 어려울 수 있지만, 국민의힘은 적어도 그런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 문제는 혁신안이 당에서 수용될 것이냐 여부다. 정치인들은 곧잘 ‘선당후사’라는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하지만, 정작 의사결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다. 최고위원회나 의총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된다면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혁신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이 된다면 당은 자중지란에 빠질 게 뻔하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만든 혁신위가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그렇잖아도 당 지지율이 30% 초‧중반 대에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혁신안의 수용 문제로 당내 분란이 야기된다면 총선 결과는 뻔하다.
김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거기에는 혁신안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내년 총선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는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치인이 정계은퇴의 각오까지 밝힌 마당에 무엇을 주저할 것인가. 자신이 만든 혁신위의 성공을 위해 모든 걸 던져야 할 것이다.
당을 혁신하려면 소속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고, 그 대열의 맨 앞에 당 대표가 서야 함은 당연하다. 김 대표 자신부터 혁신의 대상이 돼 당을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불이익이라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수도권 출마도 그 방법 중 하나다.
글/ 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보수 통합' 메시지에 워크숍까지…국민의힘, '위기의 TK' 끌어안기
- 4세 여아에 '진정제 우유' 먹이고, 정액 주입한 20대男…감형 왜
- 이선균에게 3억5000만원 뜯어낸 유흥업소 女실장의 형량은? [법조계에 물어보니 259]
- 남현희 예비신랑 저격한 정유라 "내 또래 선수들 전청조 아무도 몰라"
- "성관계하다 다쳤잖아" 4700만원 뜯어낸 30대 女공무원, 피해男은 극단선택
- [현장] "이재명 대통령" 외치다 쥐 죽은 듯…당선무효형에 자기들끼리 실랑이
- '중폭' 개각할까…윤 대통령과 한 총리는 논의 중
- "명태균 영향력, 실제 있었나 아니면 과도하게 부풀려졌나" [법조계에 물어보니 554]
- 서양의 풍자·동양의 서정… '아노라'와 '연소일기'가 그린 현대 사회의 균열 [D:영화 뷰]
- 장유빈 제네시스 대상 “세계적인 선수로 다시 인사 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