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심 얻으려 뭐든 할 것"…대통령의 숙명 '승부수' 온다
‘OOO 대통령의 승부수’
어느 시기, 어떤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도 위와 같은 제목의 언론 보도는 반복돼왔다. 행정부 수반이면서 정치인이란 양면성을 지닌 대통령에게 승부수는 숙명이었다. 국무총리를 포함한 전면 개각부터, 야당에 대한 대연정 제안까지 그 방식도 다양했다. 여권 핵심 인사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면 전환을 위한 다양한 카드를 고심 중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중동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고, 지방 방문을 이어가며 현장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민심을 얻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대통령실 개편, 다수의 장관을 바꾸는 중폭 이상의 개각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31일로 예정된 국회 시정연설에서 야당에 과감한 협치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간 윤 대통령이 존경심을 드러내 온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표적인 승부사로 불렸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창당 지원 사격을 통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결과가 항상 좋았던 건 아니다. 2005년 7월 던졌던 대연정 제안은 노 전 대통령의 뜻과는 반대로 흘러갔다.
지역주의 타파와 선거제 개편을 조건으로 노 전 대통령은 야당이던 한나라당에 국무총리와 내각 임명권을 양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철저히 외면했고, 지지층에선 “왜 권력을 나누어야 하느냐”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류탄을 (한나라당에) 던졌는데 우리 진영에서 터져버렸다”고 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도 여러 승부수를 던졌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뒤엔 청와대 비서실장과 7개 수석을 모두 교체하며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했다.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친서민 중도실용을 내세우며 50%대 지지율을 회복했다.
MB는 집권 3년 차인 2010년 ‘세종시 수정안(원안 대비 행정기능 축소)’이 부결된 뒤엔 40대 총리카드를 꺼냈다. 당시 49세였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현 국민의힘 의원)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김종필 전 총리 이후 39년 만의 40대 총리가 나올 가능성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고, 보수 세대교체론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말 바꾸기 논란 으로 낙마하며 악수가 됐다.
임기 막판까지 40%대 중반의 지지율을 유지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021년 3월 LH 부동산 투기 사태와 코로나19 백신 공급난이 겹치며 그해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했다. 지지율도 29%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은 TK(대구·경북) 출신으로 지역주의 극복에 힘썼던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청와대는 ‘국민 통합’을 총리 지명의 이유라 설명했다. 백신 공급난도 해소되며 지지율은 다시 40%대로 돌아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뒤 “국면 전환용 인사, 지지율 반등을 위한 인위적 쇄신은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대통령실 참모들 사이에선 “이번엔 다를 것”이란 말이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면 전환이 아닌 진정한 국정 쇄신이 필요할 때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시대마다 국민이 대통령을 택한 이유가 있었고, 그것이 시대정신이었다”며 “국민들은 윤 대통령에게 공정과 상식을 요구했다. 승부수도 거기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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