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빈 "코인으로 선거 치를 돈 마련했다는 이준석, 청년정치 미래 맞나" [4류 정치 청산 - 연속 인터뷰]

김은지 2023. 10.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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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 인터뷰
"정치, 경험한 가장 진입장벽 높은 직업군
공정하지 못한 환경서 청년정치 이뤄지고
집안 재력·셀러브리티에 운동장 기울었다"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이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1995년 '베이징 발언'으로부터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그 사이에 우리 정치는 4류에서 조금이라도 랭크가 올랐을까. '헌정사상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1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일말의 기대마저 내려놓는다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과연 우리 정치, 우리 국회, 우리 정당은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4류 정치'를 청산하고 선진 정치로 나아갈 수 있을까. 데일리안은 '4류 정치 청산'을 주제로 하는 연속 인터뷰를 통해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스물세 번째 순서로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을 만났다.

1982년생인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은 유명 산업디자이너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표 체제였던 지난 2016년 인재영입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같은 해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 2017년 디지털대변인으로 활약했고 2019~2020년에는 문재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선거법, 현역 기득권들에게만 유리
미국은 1년 정도 경선 캠페인 진행해
남은 사람이 자금과 봉사자 모으는 방식"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카페에서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을 만났다. 김 전 행정관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4류 정치를 벗어나려면 피선거권이 있는 누구나,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선거법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명백하게, 선거법이 현역 기득권들에게만 유리하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김 전 행정관은 "명절 때 게첩하는 현수막에는 두 가지 충돌하는 법안이 적용된다. 도전자들이 정당하게 국민에게 명절 인사를 할 수 있게 선거법에 보장이 돼있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옥외광고물관리법으로 떼어버린다"라고 설명했다. 김 전 행정관은 "선거법상 도전자는 사무실을 설치할 수 없고 후원회도 모을 수 없다"는 점도 불공정한 예시로 들었다.

또한 김 전 행정관은 미국의 상황을 예로 들어 "미국은 1년 정도 경선 캠페인을 하는데 처음에는 한 20~30명이 시작을 했다가도 중간중간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그 때 (남은 사람들은) 캠페인 자금도 모으고 자원봉사자도 모으고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전 행정관은 "경험해본 모든 다양한 직업군 중에 정치가 가장 진입 장벽이 높다"고도 평가했다.

김 전 행정관이 말한 진입장벽은 '정치를 하기 위한 자격요건'을 의미했다. 김 전 행정관은 "돈과 나이가 많고,인지도가 높고 이런 것들이 너무나 명확하게 돼 있다. 정치의 문턱이 낮아져 누구나 젊은 나이에서부터 선출직 정치인이 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차근차근 세비를 받으며 훈련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않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행정관은 국민의힘의 대표적인 청년정치인인 이준석 전 대표, 그리고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에 대한 비판도 꺼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뛰어놀 수 있게끔 판을 만들려면 선거법이 도전자들에게 공정해져야 한다"면서 "지금의 선거법 하에선 재력가 집안 출신과 셀러브리티, 변호사 활동을 (정치 활동과) 같이 하는 사람 등이 (위주라) 공정하지 못한 환경에서 청년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전 행정관은 "예를 들어 나처럼 작은 사업을 하더라도 정치권에 뛰어들게 되면 사업을 다 접어야한다"며 "이런 선거법 하에서는 아무리 청년 정치를 외치더라도, 보면 이준석 전 대표는 '코인(가상자산)'으로 선거를 치를 돈이 있다고 하고 천하람 위원장은 변호사이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이 청년 정치를 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미래일까"라는 의구심을 표출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렇게 공정하지 못한 환경에서 청년 정치를 하라고 해도 너무 하기가 어렵다"면서 "요즘 세상에 언제까지 청년들에게 '너희가 더 아파봐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하겠느냐"라고 비판했다.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이 27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유명 산업 디자이너이자 여성 청년 리더 출신
"처음엔 정치 몰라 순수하게 돕기 위해 왔다
이재명 체제? 강력·유능한 정당 효능감 줘야"

김 전 행정관은 2016년 입당 당시 "청년들이 자리 잡고 뜻을 세울 자리가 없다"며 "청년들 스스로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며 세계 속에서 경쟁하며 자신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도록 삶의 주도권을 쥐어주고 싶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전 행정관은 2005~2011년 LG전자에서 근무하며 휴대전화 디자인과 디자인 전략 등을 담당했다. 2013년에는 빈컴퍼니를 창업해 전통 소재와 문양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어 해외 산업 박람회와 전시회 등에 출품해왔다. 데뷔작 '드링클립'으로 2012년 독일 IF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10여 회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김 전 행정관의 작품은 초·중학교의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산업 디자이너의 길을 뒤로 하고 정치에 뛰어든 인재영입 당시를 회상하면서 "문재인 대표가 영입 제안을 할 때는 정치를 하나도 몰랐다. 사회생활과 사업을 하던 중이었으니 30대 중반이었다. 정치를 몰랐기 때문에 순수하게 당을 돕기 위해서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성 청년 리더로 영입됐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일반인에 가까웠다. 일반인에 가까운 사람이 정치라는 그런 세계로 뛰어들었다는 상징성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부연했다.

지금에 와서 정치에 임하는 자세가 치열해지고 다가오는 22대 총선에서 도전자 입장이 된 것에 대해선 "민주당이 희망이라는 생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민주당이 잘 돼야 한다'라는 생각이 계속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1대 총선에서 김 전 행정관은 서울 마포갑 지역구에 도전했지만 현역 노웅래 의원에 밀려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기도 하다.

김 전 행정관은 이재명 대표 체제를 공고히 한 현재 민주당에 대해선 "어쨌든 지금이라도 하나로 똘똘 뭉치는 기회가 됐다. 대표께서 건강을 많이 상하면서까지 이렇게 하나가 되는 계기를 만드셨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지금 (의석) 168명인데 밖에서는 (당원들이) 만족스럽지 못해 한다. 의석의 양도 양이지만 강력하고 유능한 정당으로서 국민께 효능감을 드려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민생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지는 정치"에 대해 계속해 역설하기도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작은 가게도 열어서 구석구석 청소도 해보고, 정말 민생의 무게를 나누고 짊어져 본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서 서민이 원하는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언제까지, 매일 변호사와 기득권 엘리트 그런 사람들만이 (들어와야 하느냐)"라며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좋은 정치를 하고 민생과 미래를 아는 정치인이 내년 22대에 반드시 많이 당선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금, 미래에 쓰여야…국정운영 엉망
사회적 약자들 국가 믿을 수 있게 해야
다른 사람이 '김빈만큼만 하라' 했으면"

김 전 행정관에게 근황을 묻자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의 조속한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공계 청년 일자리와 청년주거예산, 과학기술 연구개발(R&D)과 관련한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시위도 열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우리의 소중한 세금이 청년의 미래와 과학기술의 미래에 쓰여야 하지 않겠느냐. 왜 일본의 잘못에 우리 국민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라며 "국정운영이 엉망"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행정관을 만난 날은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이틀 앞둔 날이기도 했다.

김 전 행정관은 22대 국회에 만약 입성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선 "사회적 참사와 관련한 재난 안전 같은 것들"이라며 "사회적 약자분들이 좀 더 국가를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제시했다.

이어 "이달 29일이 이태원 참사 1주기이다. 지금 마포에도 유가족이 계신다"라며 "특별법이 통과가 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모르지만, 특별법 통과 시점이 내년 1월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렇게 되면 이제 조사위원을 구성하고 활동하는 것들이 다음 국회 때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아니면 다시 법안을 제정해야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 전 행정관이 서울 마포갑에서 보낸 시간은 5년이다. 그 동안 마포갑 곳곳을 누벼온 김 전 행정관은 "이제야 구민들이 나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라며 웃었다.

김 전 행정관은 "5년간 지역을 다녔다. 만약 정말 승리를 해서 22대 국회에 들어간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김빈만큼만 해라'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라면서 "드러내지 않더라도, 열정적이고 진심이 느껴지는 정치인으로 인식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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