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잭 내치고 웃었던 두산처럼…'플럿코와 이별' LG가 원하는 '해피엔딩'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LG 트윈스의 의지는 확고했다. 전력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위험한 도박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와 결별을 공식발표하고 한국시리즈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LG 구단은 지난 27일 "플럿코가 금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동안 재활에 매진했지만 구단과 협의 끝에 한국시리즈 등판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플럿코는 올해 LG가 1994 시즌 이후 29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1경기에서 11승 3패 평균자책점 2.41의 특급 성적을 찍으며 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특히 전반기가 눈부셨다. 17경기 11승 1패 평균자책점 2.21로 '에이스'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켈리가 같은 기간 18경기 6승 5패로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플럿코 없이 LG의 한국시리즈 직행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플럿코는 후반기 4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3.38로 다소 주춤했다. 감기 몸살과 코로나19 감염 여파로 컨디션이 악화됐고 몸 상태 이상까지 호소했다.
지난 8월 26일 NC 다이노스전 4이닝 6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 이후에는 아예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왼쪽 골반뼈 타박상 진단을 받고 재활에 매진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감감무소식이었다.
LG 코칭스태프는 당초 플럿코가 10월 초에는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지만 플럿코의 재활은 진척이 없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지난 4일정규리그 1위 확정 직후 "플럿코는 지켜봐야 한다. 근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본인이 아프고 힘들다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강제로 시킬 수는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LG가 플럿코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플럿코는 KBO리그 첫해였던 2022 시즌에도 정규리그 28경기 15승 5패 평균자책점 2.39로 활약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힘을 못 썼다.
플럿코는 지난해 9월 25일 SSG 랜더스전에서 담 증세를 호소, 한 타자만 상대한 뒤 교체됐다. LG가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면서 한 달 동안 회복할 시간이 있었지만 플럿코는 실전 등판 없이 가을야구에 나서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플럿코는 작년 10월 25일 키움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등판했지만 1⅔이닝 8피안타 6실점(4자책)으로 난타당했다. LG는 6-7로 석패하면서 1차전 승리의 기세를 잇지 못했다. 3, 4차전까지 내리 패하면서 업셋(Upset)의 희생양이 되어 시즌을 허무하게 마감했다.
LG는 그래도 플럿코의 2022 시즌 준플레이오프 2차전 아쉬움보다 정규리그 전체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총액 140만 달러(약 19억 원)라는 거액을 안겨주면서 재계약을 결정했다.
플럿코는 이에 화답하듯 2023 시즌 전반기 에이스로 우뚝 섰지만 후반기에는 또다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LG는 결국 플럿코를 한국시리즈 준비 기간에 플럿코를 미리 미국으로 떠나보냈다.
플럿코의 현재 몸 상태와 실전 공백을 감안하면 한국시리즈에서도 어느 정도 제 몫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판단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저해되는 걸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포스트시즌을 외국인 투수 없이 치르는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LG의 경우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만을 바라보면서 '윈나우'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의 플럿코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LG의 생각이다.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도 2015 시즌 LG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외국인 투수 앤서니 스와잭의 태업 기미가 보이자 과감하게 플레이오프부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실제로 스와잭은 불성실한 태도로 코칭스태프의 눈 밖에 났고 시즌 종료 후 곧바로 팀을 떠났다.
두산은 2015 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치고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마운드에서 강점이 있는 전력은 아니었다. 외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20경기 6승 5패 평균자책점 5.10으로 KBO리그 입성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고 불펜 역시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두산의 2015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은 5.41로 리그 9위였다. 마무리 이현승이 41경기 3승 1패 2홀드 18세이브 평균자책점 2.89로 활약한 것을 제외하면 게임 후반을 확실하게 책임질 카드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를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정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두산의 결단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현 키움)을 3승 1패로 제압하고 시리즈를 승리로 장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리그 2위 NC 다이노스를 3승 2패로 업셋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기세가 오른 두산은 한국시리즈까지 집어삼켰다. 삼성 라이온즈를 4승 1패로 꺾고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니퍼트, 장원준, 유희관 등 선발투수들이 제 몫을 해냈고 정규리그에서 부진했던 노경은이 스와잭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서 쾌투를 펼쳤다.
2015 시즌 두산과 2023 시즌 LG를 비교하면 LG의 전력이 월등히 강하다. 특히 켈리가 후반기 전반기 부진을 씻고 반등한 데다 리그 최강의 불펜진(ERA 3.43)이 버티고 있어 플럿코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남은 건 플럿코를 떠나보낸 선택이 옳았음을 한국시리즈에서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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