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쓰지 않았다고 실랑이…'뇌사' 이란 소녀, 결국 사망했다

한지혜 2023. 10. 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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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와 실랑이를 벌이다 의식을 잃고 뇌사 상태에 빠진 이란의 10대 소녀가 결국 숨졌다.

28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날 이란 소녀 아르미타가라완드(16)가 "불행하게도 뇌 손상으로 상당 기간 혼수상태에 빠졌었다"며 "몇 분 전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테헤란에서 사람들이 의식을 잃은 아미타 가라완드(16)를 플랫폼으로 데리고 나오는 CCTV 모습. 사진 이란 IRNA통신 캡처


가라완드는 지난 1일 수도 테헤란 지하철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뒤 치료를 받아오다가 지난 22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인권 단체들은 지도순찰대 소속 여성 대원들이 단속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폭력이 가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가라완드가 저혈압 쇼크로 실신해 쓰러지면서 금속 구조물 등에 머리를 부딪쳤다며 폭행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IRNA 등이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가라완드가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친구들과 열차에 올라탔다가 곧 의식이 없는 상태로 들려 나오는 장면이 담겼다. 다만, 진상을 밝힐 핵심 증거인 지하철 내부 CCTV 영상은 공개하지 않아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 당국에 체포된 후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을 애도하고 이란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가 지난달 22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EPA=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당시 스물두살이던 쿠르드계 이란인 여성 마흐사아미니의 의문사와 닮았다. 아미니는 지난해 9월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돼 조사받던 도중 쓰러져 사흘 만에 숨졌다.

유족은 아미니의 머리와 팔다리에 구타 흔적이 있다며 경찰의 고문이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은 없다며 아미니의 기저 질환이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이후 이란 전역에서는 아미니의 의문사에 항의하고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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