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연탄 1600장 마련한 청년들…“배달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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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햇골마을은 달동네다.
마을 주민들에게 연탄 1600장을 배달하기 위해서였다.
초보 배달원인 청년들은 한 장에 3.65㎏짜리 연탄 4~6장을 지게에 싣고 오르막을 올랐다.
마을 꼭대기에 사는 최연소 주민 윤석호(55)씨는 "2년 전 생활이 어려워지고 이곳에 왔다"며 "지난해에 이어 연탄을 또 건네준 청년들의 사랑을 잘 간직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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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은행 “하반기 인천 지역 첫 연탄봉사”
전도 않고 2시간 동안 연탄만 실어날라…
인천 햇골마을은 달동네다. 16가구가 머물고 있는데 모두 연탄보일러를 땐다. 마을에 연탄 후원자를 연계하는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에 따르면 이곳 주민들 평균연령은 78세. 난방비를 아끼려고 이불을 겹겹이 깐 뒤 패딩 점퍼를 입고 사는 어르신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입동을 10여일 앞둔 28일. 인천 에드노스청년교회(박영래 목사) 교인 26명이 햇골마을을 찾았다. 마을 주민들에게 연탄 1600장을 배달하기 위해서였다. 연탄은 2030 청년들이 3주간 모은 후원금으로 마련됐다.
마을에 평지는 없었다. 초보 배달원인 청년들은 한 장에 3.65㎏짜리 연탄 4~6장을 지게에 싣고 오르막을 올랐다. 배달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일부 인원은 외투를 벗고 반소매 차림으로 연탄을 나르기도 했다. 연탄 봉사를 처음 경험한 이는 “이런 골목에도 집이 있다”며 놀란 모습이었다. 8가정에 연탄 200장씩 전달하는데 약 2시간이 걸렸다.
연탄은행은 이날 손길이 올 하반기 지역 내 첫 연탄 봉사라고 했다. 어르신들 역시 연탄 창고 인근에서 청년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30여년간 이곳에 거주한 유춘석(78)씨는 “아들과 딸이 둘씩 있는데 살기 바빠서 그런지 자주 못 만난다”면서도 “손주 같은 젊은이들과 만날 수 있어 좋고, 연탄 후원도 모자라 배달까지 해주니 고맙기 그지없다”고 반색했다. 마을 꼭대기에 사는 최연소 주민 윤석호(55)씨는 “2년 전 생활이 어려워지고 이곳에 왔다”며 “지난해에 이어 연탄을 또 건네준 청년들의 사랑을 잘 간직하겠다”고 했다. 한근례(81)씨는 집에 있던 달걀과 사탕을 꺼내 청년들을 대접했다.
청년들의 봉사는 전도 목적이 아니었다. 배달을 마치기까지 말로 예수를 전하는 인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 교회 청년 대표인 송하민(28)씨는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 식으로 복음을 전하고 싶지 않았다”며 “그저 교회 이름으로 하나님 나라를 나타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년들이 후원한 연탄은 주민들의 한 달 연탄 사용량에 미치지 못한다. 정성훈 인천연탄은행 대표는 “5월까지 연탄을 때는데 그러려면 한 가구당 연탄 1500장이 필요하다”며 “한 달이면 200장이 바닥나기 때문에 25일 안에 또 다른 후원자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에너지 취약층에 가장 먼저 찾아왔다”며 “올해 역대급 한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연탄 사용 가구에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요청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2023년 연탄 사용 가구는 7만4167가구로 파악된다.
인천=글·사진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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