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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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세계... 기적의 현장 영화속 주인공 소년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랐어요.
화산이 폭발하는 기적이 일어나면 사람들의 일상도 폭발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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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연 기자]
최근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봤어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제목이 참 매력적이죠? 원제는 그냥 <기적>이더라고요. 번역하면서 양념을 한 거죠. 누군가는 이 영화가 싱겁고 밍밍하다고 느꼈을 거에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을 소재로 다루었기 때문인데요.
▲ 우리가 지구복을 입고 지구별에 온 것, 그 자체가 기적일지도 모르겠어요. |
ⓒ 박미연 |
일상의 세계... 기적의 현장
영화속 주인공 소년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랐어요. 화산 폭발이 일어나 4인 가족이 모여 살기를! 지금은 부모님의 별거로 동생은 아빠랑, 그는 엄마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랑 살거든요.
어느날 두 기차가 스쳐지나갈 때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듣죠. 소년은 화산이 폭발하는 그림을 가지고 두 기차가 마주치는 곳을 찾아가요. 과연 그는 화산이 폭발하기를 기도했을까요?
아뿔싸! 소원을 빌어야 할 순간, 소년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떠올리고 말았네요. 화산이 폭발하는 기적이 일어나면 사람들의 일상도 폭발하잖아요. 그래서 그토록 간절했던 소원을 빌지 못했던 거죠.
소년은 가족보다 세계를 선택했다고 말해요. 초등학교 6학년의 입에서 이렇게 심오한 말이 나오다니! 놀랍죠? 고레에다 감독이 소년의 입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요?
가족보다 세계를 선택했다! 저는 기적을 바라는 마음 대신 일상의 세계를 선택했다는 말로 들리네요. 보통 삶이 팍팍할 때 기적이 일어났으면 하잖아요. 그런데 거기엔 함정도 있어요. 기적을 바라는 마음은 지금의 삶을 오롯이 살아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거든요.
▲ 와! 암이라는 녀석, 대단하죠? 이렇듯 내 마음을 바꿔놓았으니 말이죠. 기적이에요! |
ⓒ 박미연 |
암이 불러온 기적
어떤 렌즈로 보느냐에 따라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요. 삶도 달라지고요. 저도 암에 걸리기 이전엔 세상이 고차방정식처럼 어렵고 복잡했어요. 짝궁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않았죠. 아이들에게도 매서웠어요. 더 잘하기를 바라며 채찍질하고 통제했죠.
그렇다면 암 이후엔? 수평선 너머에 있던 죽음이라는 손님이 우리집 거실로 찾아오더군요. 생명의 유한함을 자각한 거죠. 언젠간 죽겠군! 하늘을 찌를 듯 오만방자했던 제가 비로소 땅 속으로 꺼질 듯 겸손해지더군요. 가족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졌어요.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스럽고...
오늘은 화야산 단풍이 너무 곱더라구요. 단풍나무에게 말을 걸었어요. 너희는 어쩜 이렇게 노랗게 물들었니? 너는 주홍 빛깔이고, 너는 붉은색이구나! 겹겹이 펼쳐져 조화를 이룬 풍경이 황홀하더군요. 돌돌돌 흐르는 계곡물 소리, 지저귀는 새소리, 나뭇잎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오솔길에 쌓인 잣나무 가지,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가을 열매들... 애틋했어요.
와! 암이라는 녀석, 대단하죠? 이렇듯 내 마음을 바꿔놓았으니 말이죠. 기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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