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상의 끝이었던 곳에 왔습니다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2022년 12월 31일, 타이완 섬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여행은 벌써 10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사고 없이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 호카 곶 |
ⓒ Widerstand |
▲ 호카 곶의 기념탑 |
ⓒ Widerstand |
하지만 저는 어쩐지 이 '극동'이라는 말을 썩 싫어하지 않습니다. 이 대륙의 동쪽 끝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것에 오히려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유럽과는 너무도 먼, 대륙의 반대쪽 끝에 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저는 이 '극동'이라는 말에서 발견합니다.
▲ 벨렝 탑 |
ⓒ Widerstand |
여행을 시작하면서, 이 연재물의 제목을 '가자, 서쪽으로'라고 지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제가 이 여행에서 가진 목표는 서쪽으로 가는 것, 그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구를 서쪽으로 돌아 '극동'으로 돌아오기를 바랐습니다.
▲ 호카 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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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가치를 따라 서쪽으로 갈 것인지, 그들에게 등을 돌려 반대쪽으로 갈 것인지를 두고 갈등하는 나라들도 있었습니다. 아니, 사실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이러한 갈등을 겪고 있지 않은 나라는 없었겠죠. 서쪽으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여행자인 저만큼이나 방황하고 있는 나라를 많이 만났습니다.
▲ 엔트론카멘투의 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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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는 제 유럽 여행의 마지막 도시였습니다. 어쩐지 그렇게 쉽게 들어가고 싶지 않더군요. 포르투갈의 시골 마을을 지나는 완행 노선을 택했습니다. 덕분에 기차는 세 번이나 갈아타야 했지만, 그래도 그 덕에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도시의 시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밥을 먹는 경험도 해 봤습니다.
▲ 포르투 |
ⓒ Widerstand |
포르투의 넓은 도루 강은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벅차도록 넓은 강과 바다, 그리고 육지를 잇는 다리를 바라봅니다. 이제 다시, 여행의 새로운 장을 시작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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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CHwiderstand.com)>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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