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러버'들을 위한 쓰레기 버리기 아이디어

이현우 2023. 10. 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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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줄이거나 매장에서 분리배출, 일회용품 사용 자제 권장... 폐기물 책임은 기업에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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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기자]

평소 달콤한 과자와 과일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언젠가 아내가 내게 말했다.

"현우가 탕후루 좋아하겠는데?"

과일 본연의 맛을 즐기는 까닭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다가 최근 탕후루를 사 먹어 보았다. 고구마 맛탕처럼 달콤한 맛이고 표면은 딱딱한 식감이다. 물엿과 설탕을 높은 온도로 가열하여 녹인 뒤 과일 표면을 코팅하여 만들기 때문이다. '겉달속달', 겉도 달고 속도 달다.

탕후루는 중국 북경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간식이다. 산사나무 열매를 엮어 만든 게 탕후루의 시초다. 현재 판매하는 탕후루는 귤, 포도, 딸기, 파인애플 등을 재료로 한다. 가격은 한 꼬치당 3000원에서 4000원 가량이다.
  
 탕후루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 이현우
 
모양새가 낯설지만은 않다. 길거리 음식으로 사랑받는 어묵, 닭꼬치, 염통꼬치와 같이 긴 나무 꼬치에 작은 일회용 컵이 꽂혀 있다.

이 탕후루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코로나 이후 급격히 성장했고 최근에는 시내에서 쉽게 탕후루 매장을 보게 된다. 탕후루의 높아진 인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있으니 바로 꼬치와 일회용 컵 쓰레기 문제다. 

탕후루 쓰레기 처리의 세 가지 유형

살펴보니, 탕후루 쓰레기의 처리 방식은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유형은 탕후루만 쏙 빼먹고 나머지 꼬치와 일회용 컵을 매장에 버리고 가는 유형이다. 모든 사람이 첫 번째 유형이라면 탕후루 쓰레기 문제는 대두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탕후루 매장 입구에 종이컵과 꼬치 버리는 쓰레기통이 있다
ⓒ 이현우
 
최근 탕후루 음식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 탕후루 점포들은 매장 내에 쓰레기통을 구비하여 종이컵과 꼬치를 분리하여 버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쓰레기통 안에는 꽤 많은 꼬치와 종이컵이 버려져 있었다.

분리한 꼬치와 종이컵이 어떻게 처리될까? 종이컵은 재활용되고 꼬치는 폐기된다. 앞서 비교한 어묵꼬치는 길거리를 거닐며 먹기도 하지만 대다수가 노상점포에서 먹는다. 꼬치는 점포에 두고 가고 재사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어묵꼬치 재사용은 위생 문제 때문에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건강에 문제가 된다면 재사용을 지양해야겠지만, 전문가들은 위생상 꼬치 재사용이 문제없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꼬치가 환경 문제가 아닌 위생 문제로만 주목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두 번째 유형은 탕후루를 먹고 난 뒤 쓰레기를 길거리 종량제 봉투에 꽂아놓는 유형이다(이른바 '탕후루 꼬치산'이라고도 불린다). 이건 그나마 양심 있는 사람이다. 길거리에서 눈에 보이는 종량제 봉투기 있으면 꽂아놓는 것이다. 실제로 거리에 탕후루 판매점이 있는 거리를 가봤더니, 길거리 종량제봉투에 꽂힌 탕후루 꼬치를 볼 수 있었다. 
 
 탕후루 꼬치가 종량제 봉투에 꽂혀 있다.
ⓒ 이현우
 
하지만 이건 나중에 쓰레기를 처리하는 환경미화원에게는 매우 위험하다. 나는 과거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매일 하던 일과 중 하나가 폐기물 처리였다. 폐기물을 담거나 봉투를 묶을 때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폐기물을 간혹 발견했다. 종종 폐기물을 쌓아둔 언덕(?)에 올라 폐기물을 정리하는데, 가끔 못이 박혀 있는 목재 철거물을 뒤늦게 발견할 때면 정말 아찔했다.

그 이후로 나는 특히 날카로운 폐기물을 처리할 때 유독 신경을 쓰는 편이다. 젓가락이나 길쭉한 폐기물을 버릴 땐 반드시 부러뜨리거나 분리해 버리고, 날카로운 부분은 신문지 같은 걸 활용해 감싸서 버린다. 꼬치가 꽂힌 종량제봉투를 처리하는 환경미화원의 고충을 상상하니 남일 같지 않다. 만약 탕후루 꼬치를 쓰레기통이나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할 일이 생긴다면 꼬치를 부러뜨린 뒤 버릴 것을 제안해 본다.

세 번째 유형은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는 사람이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쓰레기를 길거리에 투기하는 사람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거리가 매우 깨끗한 나라로 알려진 일본과 싱가포르에서는,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에게는 벌금을 부과한다. 국내도 원래는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지만, 실제로 벌금 무는 사례가 거의 없다 보니 결국 길거리 쓰레기는 환경미화원들의 몫이 되곤 한다.

환경 생각하는 '탕후루 러버'들을 위한 지침

급기야 곳곳에 '노 탕후루 존'을 써붙인 매장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탕후루 쓰레기 문제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탕후루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환경 운동 중 5R 운동이 있다고 한다. 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하기), Recycle(재활용하기), Rot(썩히기), Refuse(거절하기)다. 환경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운동이다.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행위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예 탕후루 소비를 줄이는 것(Reduce)이다. 그러나 탕후루 러버들에게 이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지 않는 건 쉽지 않을 뿐더러, 현실적인 방법도 아니다.

그렇다면 소비한다 하더라도 재활용(Recycle)할 수 있도록 분리배출을 해야만 한다. 종량제봉투에 그대로 꽂아두기보다는 매장 내에서 먹고 매장에서 분리배출하는 방법이 여기에 들겠다.
 
 종이컵 대신 티슈 한장에 팥도넛을 받았다.
ⓒ 이현우
 
마지막으로 꼬치 자체를 거절하는 방법(Refuse)이 있다. 나는 가끔 팥도넛을 먹는다. 일반적으로 먹으면서 간다고 하면 종이컵 위에 팥도넛을 얹어준다. 그때 필자는 종이컵을 거절하고 티슈 한 장을 펼쳐 그 사이에 도넛을 넣어달라고 요청한다. 휴지 한 장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손에 묻은 기름기나 입에 묻은 설탕은 휴지로 닦아내고 버리면 그만이다. 집으로 포장해서 가져갈 땐 비닐봉지를 거절한다.

탕후루 러버들이여, 앞으로 꼬치와 종이컵을 거절해 보는 건 어떨까. 매장 내에서 먹는 방법이나 도시락통에 받아서 먹는 방법도 제안해 본다.

소비자만 탓해서 해결될 일 아냐 

탕후루 꼬치만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플라스틱, 비닐봉지, 담배꽁초와 같은 폐기물, 이중 특히 플라스틱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재활용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분리배출 종류가 늘면 재활용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이것도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폐기물 문제는 개인의 실천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 현재 쓰레기를 양산하는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일단 꼬치나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소비자의 실천도 필요하지만, 상품 생산자인 기업에게도 환경 부담금과 같은 별도의 페널티를 부여해야 한다.

2021년 1월 1일부터 EU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1kg당 0.8유로 플라스틱세를 도입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2023년부터 재사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제품에 1kg당 0.45유로의 세금을 부과한다. 독일은 2019년부터 생산자가 폐기 책임까지 지도록 조치했다.

2024년 1월 1일이면 국내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제정된다.

그러나 폐기물 발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규정은 허술하다.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소각 또는 매립했을 때에만 폐기물처분부담금을 부과한다. 발생하는 폐기물의 책임을 생산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묻고 있다. 쉽게 말해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 폐기물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탕후루를 사먹고 그 쓰레기를 버리는 고객은 문제이다. 그러나 소비자만을 너무 나무라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해도 되는, 즉 아무 데나 버려도 문제 삼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도 책임이 있지 않겠는가.

탕후루뿐 아니라 플라스틱 쓰레기와 같은 문제 또한 얼마나 방치된 채 관리되지 않고 있는가. 사회 시스템 차원에서 폐기물 발생을 방지해야만 한다. 지구는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느긋이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미, 충분히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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