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정책, 다양한 거주 서비스 선택권 기반으로 마련돼야”
‘장애인 탈시설’은 장애인 단체와 복지계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화젯거리다. 장애인의 탈시설화를 놓고 장애인 부모와 학계, 교계, 서울시 관계자가 모여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들은 명확한 대안책이 없는 탈시설 제도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면서 장애인의 정도에 따른 맞춤형 복지는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장애인탈시설범사회복지대책위원회가 주최하고 밀알복지재단이 주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서울 시장애인주거복지정책 토론회’가 27일 서울시청 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1부 개회식, 2부 토론회 나눠 진행됐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기수 신부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정신은 장애인이 어디에 살건 본인의 의지와 결정을 존중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유엔이 말하는 탈시설을 공간적 의미로만 해석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획일화된 삶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판단으로 살아야 한다는 내용적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경희 한신대학교 재활상담학과 교수는 ‘탈시설 패러다임과 발달장애인 주거복지정책의 현실화’를 논했다.
변 교수는 “탈시설에 있어 발달장애인과 신체장애인의 지원은 차별화돼야 한다”며 “주거 필요성에 따른 발달장애인 개개인의 거주선택권이 보장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장애인 위한 탈시설 정책은 다양한 거주서비스 선택권을 기반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탈시설 대상자들에 대한 세밀한 분석과 지속가능한 정책 마련 없이 획일적인 탈시설 정책이 시행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김 회장은 “장애인 거주 시설을 인권침해의 온상이라고 주장하며 무턱대고 시설을 폐쇄하자는 것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부모 사후에 혼자 남게 될 노령의 장애인, 질병으로 인해 요양이 필요한 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곳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주거 다양화와 시설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치료·재활제도 개선을 위한 제안도 나왔다. 김주현 원광보건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는 “장애인의 맞춤형 복지를 위해서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영역 등 다양한 관점에서 장애인의 특징에 맞춰 맞춤형 재활을 접근해야 한다”며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장애인은 경제적 도움과 간헐적인 돌봄서비스가 필요하고, 자립이 불가능한 장애인이라면 안전한 시설에서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복지가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41개소로, 1983명의 장애인이 입소해 생활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전제 장애인(39만2027명)의 0.5% 수준이다. 전체 이용인 가운데 521명(26.2%)은 50세 이상의 중·고령 장애인이다.
하지만 장애인 거주 시설 관리와 운영에 대한 어려움은 여전하다. 시설의 노후화와 더불어 지역사회의 참여가 저조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역사회 참여 활동과 프로그램이 축소됐고, 시설이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운영주체에 따른 시설 수준 편차가 발생한다. 장애인 시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부정적 시선 영향도 있다.
고 과장은 “장애인 거주 시설 운영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장애인분들이 원한다면 요구에 맞게 지역사회로 나가 체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민우 변호사는 탈시설 패러다임의 모순점을 거론했다. 탈시설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두 가지 사안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 변호사는 “대상 장애인 탈시설을 선택할 의사능력을 보유해야 하고 탈시설을 통해 장애인의 거주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며 “하지만 중증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해야하는 명확한 이유가 없고 (탈시설 이후에)장애인과 지역사회의 교류 방안은 전혀 언급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사표현과 자기의사결정력이 있는 장애인과 그렇지 않는 장애인을 구별해 보다 합리적이고 세심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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