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21일차 "최대 병력 투입해 지상전 임박"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교전이 21일 차에 접어든 가운데 이스라엘 대대적인 지상전 돌입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전면 침공 계획에 대해 재차 강조하는 한편 시점과 규모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고위 관료와 군 당국자 등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접경지에 집결해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타르가 중재하는 인질 석방 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지상군 투입에 나선다는 보도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지상전 규모나 시기 등을 둘러싸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군(IDF) 대변인 리처드 헥트는 자국군과 정부가 지상 작전의 필요성과 인질 구출 노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있다면서 "인질 석방 협상이 (지상전 돌입) 시점에 중대 고려 요소"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 CNN 방송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침공은 이스라엘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정치적 위험을 수반한다고 지적하며 위험 회피적인 면모를 보여 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만간 지상전 돌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TV 연설에서 "우리는 지상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며 거듭 지상전 계획을 밝혔지만, "다만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의 규모로 지상군을 투입할지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 "하마스 통치 능력을 궤멸시키는 한편 인질들을 본국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밤사이 가자지구에서 탱크와 보병을 동원해 하마스와 이들 기반 시설을 대상으로 군사작전을 벌인 후 철수했다. 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가자지구에서 제한적 지상 기습을 "오늘 밤은 물론 앞으로 수일 동안 더 강력하게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심야 기습작전은 분쟁 시작 이후 최대 규모의 지상 작전으로, 이스라엘군의 대대적인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지난 7일 하마스에 기습당한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천명하고 곧바로 보복전에 돌입했다. 수십만명의 병력을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 집결시킨 채 무차별 공습을 이어가는 이스라엘군은 대대적인 지상군 투입에 나설 계획임을 선언하며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여러 차례 대피 공지가 나오고 있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주민들이 가자지구에 머무는 상태에서 지상전 개시로 격렬한 교전이 시작될 경우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에서는 5차 중동 전쟁으로의 확전, 사상자 급증 등 일대 혼란 막기 위해 이스라엘에 지상군 투입을 만류하고 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27개국 정상들은 인도주의 통로 마련을 위해 군사 행위를 일시적으로 멈추라고 촉구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회담 발언에서 "이스라엘은 인도주의적 원칙을 따르는 민주주의 국가로, 이스라엘군이 국제법을 존중해 행동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U 정상들은 확전에 따른 역내 긴장 고조와 무슬림 세력 테러 가능성, 난민 유입 등으로 유럽 내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하마스 기습 직후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로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식량과 식수 부족에 고통받고 있고, 병원을 운영할 연료가 소진된 만큼 긴급 구호와 주민 대피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상전이 늦춰진다면 서방으로서는 카타르와 이집트 등을 통해 가자지구에 끌려가 잡혀 있는 220명 인질 석방과 민간인 대피에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인도주의 지원을 위해 전장에서의 국지적이고 일시적인 중지"를 언급하면서 "이런 아이디어는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3주간 공습을 지속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은 앞서 지난 25일까지 19일간 하마스의 표적 기지 7000곳 이상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는 가자지구를 대상으로 이스라엘이 벌인 역대 공습 중 가장 큰 규모다.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 수가 어린이 2913명을 포함해 총 702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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