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 도전 송은이 "장항준 사기치는 줄…돈 쓰길 잘했다"
나원정 2023. 10. 28. 09:00
25일 개봉 영화 '오픈 더 도어'
개그우먼 송은이 영화 제작 도전
개그우먼 송은이 영화 제작 도전
“회사 분위기가 이유식 하는 초식동물만 뽑아놓은 것 같아요. 그만큼 유한(부드러운) 사람이 대부분이죠.”
영화 ‘오픈 더 도어’(25일 개봉)의 감독 장항준(54)이 제작사 ‘컨텐츠랩 비보’를 이렇게 묘사하자, 비보 대표 송은이(50)가 남다른 영입 조건까지 공개했다. “야망과 성공에 목 마른 자들은 올 수 없고요….”
콘텐트 기획사 ‘컨텐츠랩 비보’, 매니지먼트사 ‘미디어랩 시소’를 잇따라 설립한 개그우먼 송은이가 ‘오픈 더 도어’로 영화 제작에 도전했다. 그의 콘텐트 경영 철학은 ‘선한 영향력’. ‘비보’의 모태가 된 개그우먼 김숙과의 고민상담 팟캐스트 ‘비밀보장’(줄임말이 ‘비보’다), 가계부 잔소리 예능 ‘국민 영수증’ 등이 예다. 미국 한인 가족의 근친 살해 실화 이면을 짚은 영화 ‘오픈 더 도어’도 그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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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라인' 장항준이 김은희했다, 그 영화
장 감독은 아내인 드라마 작가 김은희, 코미디언 신봉선‧안영미, 프로파일러 권일용, 배우 봉태규 등과 함께 시소 소속 아티스트다. 송은이와 서울예대 시절부터 죽이 잘 맞는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비보 제작 팟캐스트 ‘씨네마운틴’도 두 사람이 함께 진행한다.
‘오픈 더 도어’는 “가족은 인생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자 동반자”라 믿는 장 감독이 미국 한인 가족 살해 실화를 토대로 “교민 사회의 관계와 갈등,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족들의 분투와 균열”을 살인사건 순간부터 역순으로 되짚어가는 독특한 챕터 구성으로 그려냈다.
‘오픈 더 도어’는 “가족은 인생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자 동반자”라 믿는 장 감독이 미국 한인 가족 살해 실화를 토대로 “교민 사회의 관계와 갈등,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족들의 분투와 균열”을 살인사건 순간부터 역순으로 되짚어가는 독특한 챕터 구성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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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비보 사옥에서 장 감독과 인터뷰에 나선 송은이는 “영화가 흥행공식‧상업 문법을 따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뚝심 있게, 만듦새 좋게 만든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장 감독과도 그런 얘기를 했다. 한국영화가 어렵다는데, 오히려 더 좋은 이야기, 웰메이드 영화에 집중하면 진짜 마음을 울리는 영화가 나오는 중요한 타이밍이 될 수 있다. 어려울수록 영화의 본질과 이야기에 집중하는 작업이 계속돼야 한다”면서다.
송은이 "어려울수록 더 좋은 영화 나올 수 있어"
개봉 당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비보 사옥에서 장 감독과 인터뷰에 나선 송은이는 “영화가 흥행공식‧상업 문법을 따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뚝심 있게, 만듦새 좋게 만든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장 감독과도 그런 얘기를 했다. 한국영화가 어렵다는데, 오히려 더 좋은 이야기, 웰메이드 영화에 집중하면 진짜 마음을 울리는 영화가 나오는 중요한 타이밍이 될 수 있다. 어려울수록 영화의 본질과 이야기에 집중하는 작업이 계속돼야 한다”면서다.
방송가에서 개그우먼들의 입지가 좁아지자, 그가 직접 ‘비보’를 차려 웹 예능으로 ‘멍석’을 깐 지 8년 째다. 첫 영화제작 소감을 묻자 “일단은 이 영화가 잘 완주할 수 있게 도와야겠다는 마음이었다”면서 “기분이 이상하고 설렌다. 개봉 자체로 기쁘다”고 말했다.
‘오픈 더 도어’는 장 감독이 술자리에서 들려준 짧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15~20분여 단편을 구상했다가 뒷이야기를 파고들게 됐다. “단편이니 부담 없겠다”며 영화 제작에 덤볐다가 72분 장편을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빠듯한 저예산이다 보니 스태프‧배우는 표준 근로계약서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지켰지만, 장 감독과 PD들은 노개런티로 참여했다고 한다. 장 감독이 주변 지인들로부터 커피차‧밥차 지원까지 얻어냈다.
‘오픈 더 도어’는 장 감독이 술자리에서 들려준 짧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15~20분여 단편을 구상했다가 뒷이야기를 파고들게 됐다. “단편이니 부담 없겠다”며 영화 제작에 덤볐다가 72분 장편을 개봉하기에 이르렀다. 빠듯한 저예산이다 보니 스태프‧배우는 표준 근로계약서에 따라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지켰지만, 장 감독과 PD들은 노개런티로 참여했다고 한다. 장 감독이 주변 지인들로부터 커피차‧밥차 지원까지 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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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사기치나, 했는데 돈 쓰길 잘해"
송은이는 “비보에서 제작 담당하는 두 PD가 영화에는 잔뼈가 굵으셔서 특별히 걱정하진 않았다”면서도 “뭘 몰랐달까요?” 하고 웃었다. “영화에서 중요한 장소인 집을, 저는 예산이 적게 드는 로케이션 촬영하길 바랐지만, 장 감독님이 세트를 짓자고 했어요. 그땐 자기가 봉준호 감독님도 아니고 제가 잘 모른다고 사기치는 건가 싶었는데, 영화를 보니 돈 쓰길 잘했더군요.”
지난달 17일 언론시사 후 간담회에서 “장항준이 김은희(장르물 전문 작가) 했다는 얘길 듣길 바란다”고 했던 송은이다. 이날도 그는 “감독님에게도 기본적인 ‘리스펙(존경)’이 있다. 예능에선 가볍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좋은 영화, 영화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상당히 고민하신다”면서 “그게 잘 맞았다. 예능이 웃음을 준다면 영화의 역할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이라 강조했다.
장 감독은 “1990년대 시나리오 작가(‘박봉곤 가출 사건’) 때부터 무수한 제작자와 일했지만, (송은이 제작자가) 가장 격의 없이 이야기 나눈 동료 같다”면서 “대학 복학했을 때 1학년이던 송은이씨와 친해졌다. 그때도 오빠란 말을 잘 안 했다. 지금도 각자 직위가 변했지, 관계는 거의 변한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언론시사 후 간담회에서 “장항준이 김은희(장르물 전문 작가) 했다는 얘길 듣길 바란다”고 했던 송은이다. 이날도 그는 “감독님에게도 기본적인 ‘리스펙(존경)’이 있다. 예능에선 가볍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좋은 영화, 영화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상당히 고민하신다”면서 “그게 잘 맞았다. 예능이 웃음을 준다면 영화의 역할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이라 강조했다.
장 감독은 “1990년대 시나리오 작가(‘박봉곤 가출 사건’) 때부터 무수한 제작자와 일했지만, (송은이 제작자가) 가장 격의 없이 이야기 나눈 동료 같다”면서 “대학 복학했을 때 1학년이던 송은이씨와 친해졌다. 그때도 오빠란 말을 잘 안 했다. 지금도 각자 직위가 변했지, 관계는 거의 변한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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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이는 여중 시절부터 ‘명물’로 통했다. 학교 소풍 장기자랑에선 각설이 타령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대중에 각인된 건 서울예전 재학 중이던 1992년, 개그계에 신세대 돌풍이 불었던 시기다. 91학번인 그는 이휘재, 신동엽 등과 ‘서울예전 개그 클럽’ 활동 중 방송국 PD의 눈에 띄어 그해 캠퍼스 예능 ‘청춘 스케치’(KBS2)에 출연했다.
90년대 데뷔 "카피라이터 꿈꿨는데 개그우먼 됐다"
송은이는 여중 시절부터 ‘명물’로 통했다. 학교 소풍 장기자랑에선 각설이 타령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대중에 각인된 건 서울예전 재학 중이던 1992년, 개그계에 신세대 돌풍이 불었던 시기다. 91학번인 그는 이휘재, 신동엽 등과 ‘서울예전 개그 클럽’ 활동 중 방송국 PD의 눈에 띄어 그해 캠퍼스 예능 ‘청춘 스케치’(KBS2)에 출연했다.
이듬해 KBS 개그우먼으로 특채된 뒤 단숨에 KBS2 ‘한바탕 웃음으로’의 ‘봉숭아학당’, ‘코미디 세상만사’의 ‘덕균이랑 은이랑’, ‘폭소대작전’ 등 3개의 TV프로그램과 함께 KBS 라디오 ‘밤을 잊은 그대에게’ 고정출연을 꿰차며 활약했다.
신인 송은이는 당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카피라이터 같은 전문직업인을 꿈꾸었는데 개그우먼이 됐다. 그냥 지나쳐버리는 일상적인 것들 속에서 웃음을 찾아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송은이는 “비보(VIVO)가 활기 차다는 뜻도 갖고 있다”면서 "콘텐트라는 큰 갈래에서 브랜드 광고, 영화 제작, 음반이 다 같은 나무에 있다. 어떻게 키우는가에 따라 열매가 다르다. 하고 싶은 사업의 틀과 모양은 갖췄고 탄탄하게 내실을 다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 송은이는 당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카피라이터 같은 전문직업인을 꿈꾸었는데 개그우먼이 됐다. 그냥 지나쳐버리는 일상적인 것들 속에서 웃음을 찾아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송은이는 “비보(VIVO)가 활기 차다는 뜻도 갖고 있다”면서 "콘텐트라는 큰 갈래에서 브랜드 광고, 영화 제작, 음반이 다 같은 나무에 있다. 어떻게 키우는가에 따라 열매가 다르다. 하고 싶은 사업의 틀과 모양은 갖췄고 탄탄하게 내실을 다져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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