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협정' 첫 시험대…근조리본 나왔던 시정연설, 올핸 다를까
여야가 ‘신사협정’을 맺은 직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장 분위기는 과거와 달라질까. 오는 31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물음이다.
이번 연설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건 여야 원내대표가 이른바 ‘신사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장 및 상임위회의장 내 정쟁성 피켓 금지 ▶국회 본회의장 연설 때 상대 당에 대한 고성·야유 금지를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 첫 시험대가 31일 국회 본회의다.
지난해 10월 25일 윤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 때는 여야가 격하게 대치했다. 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반발한 민주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야당 탄압 중단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민주당 의원들이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국회에 입장했다. 본회의장에는 정의당 의원이 좌석 앞에 “‘이 XX’, 사과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붙여놓았다. 이날 시정 연설은 역대 최단 시간인 18분 28초를 기록했다.
국회 시정연설은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대통령이 직접 정부의 주요 정책이나 국정 전반에 관한 생각을 밝히는 자리다. 1988년 국회법 개정으로 같은 해 10월 4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첫 시정연설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나는 북한이 좋다면 기꺼이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북한 주석과 만날 것”이라면서 중국·소련·동유럽 국가들과의 북방 외교 방침을 밝혔다. 제1야당이던 평민당은 재야 출신 의원 8명이 불참하고 노 전 대통령 입장 때 기립하지 않고 앉아있는 방식으로 ‘시국사건 구속자 소폭 석방’에 항의했으나, 본회의장에서 고성·야유는 들리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2차례 시정연설을 했으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회를 직접 찾지 않고 국무총리를 통해 시정연설을 대독하도록 했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첫해를 빼곤 총리가 대독했다. 대통령이 매년 국회를 방문해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건 박근혜 정부 이후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게 관례로 자리 잡으면서, 야당 의원들의 피켓시위 역시 관행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10월 27일 세 번째 국회 시정연설에 나섰을 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의원들은 각자 컴퓨터 앞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문구가 적힌 인쇄물을 붙였다. 당시 정의화 국회의장이 “대통령이 연설할 때 예의가 아니다”며 제거를 요청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응하지 않았다.
반대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17년 11월 1일 첫 국회 시정연설 때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검은색 복장에 ‘근조(謹弔)’가 적힌 리본을 달고 참석했다. 이들도 모니터 앞에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선임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가 적힌 A4 용지를 부착했다.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문 전 대통령 연설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북핵규탄 UN 결의안 기권 밝혀라’ ‘공영방송 장악음모 밝혀라’ 등이 적힌 현수막도 펼쳤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전날인 30일 의원총회에서 여야가 맺은 신사협정에 대한 당내 추인을 받을 예정이다. 이미 한 차례 지도부 논의를 거친 상태라 큰 이견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한 민주당 의원은 “신사협정이 본회의장 내 질서 유지에 한정된 만큼, 로텐더홀에서 피케팅 하자는 주장까진 원내 지도부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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