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나오던 공간의 변신…전두환 때 만든 벙커에서 커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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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초소 2곳 ‘벙커갤러리’ 변신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에서 과거 방호 초소로 사용하던 벙커(Bunker)가 초소형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청남대 헬기장 경사지와 양어장 앞에 있는 옛 초소 2곳을 ‘벙커갤러리’로 꾸몄다. 대청호에 있는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3년 건립됐다. 2003년 일반인에게 개방되기 전까지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냈다. 이번에 작은 미술관으로 바꾼 벙커는 대통령 방문 당시 군 병력이 실제 배치됐던 공간이다.
청남대엔 벙커 90여 개가 곳곳에 남아있다. 대청호 수변 침투를 막기 위한 탐조등 벙커와 청남대 외곽과 산책로에 초병이 보초를 서던 ‘무개호(無蓋壕)형’ 벙커가 있다. 대통령이 잠을 자던 본관 주변엔 지붕 덮개가 있는 ‘유개호(有蓋壺)형’ 벙커 12개가 있다. 대통령이 청남대를 방문하면 대통령실 경호원 외에 공수부대 등 군인 850여 명이 벙커와 초소를 지켰다고 한다. 청남대 개방 후엔 출입문이 닫힌 채 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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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초소형 미술관…2~3명 관람 가능
벙커갤러리 건립은 “청남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벙커 내·외벽 도색 작업과 출입문 개방 공사를 했다. 벙커 입구엔 모형 소총 2자루를 달았다. 김종기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은 “그동안 벙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안에 물이 고이거나, 뱀이 출몰하기도 했다”며 “벙커 활용을 고민하다가 보초 시설을 예술 공간으로 바꿔보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벙커갤러리는 2~3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다. 한 곳당 면적은 4.6㎡로 한 평이 조금 넘는다. 이곳에 향토작가인 고정원씨 작품을 걸어 관람객이 그림을 볼 수 있다. 한 남성이 풍선 위에 서 있는 ‘다이어트맨’이란 조형물도 설치했다. 헬기장 사면에 만든 벙커에서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무인 커피 자판기에서 파는 캡슐형 커피로, 이름은 ‘벙커피(벙커 커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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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나오던 벙커서 ‘벙커피’ 판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올해 안에 수영장과 오각정·솔바람 길에 있는 벙커 3곳도 작은 미술관으로 바꿀 계획이다. 나머지 벙커는 매년 예산을 확보해 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청남대 안에는 과거 경호·경비부대가 순찰을 하던 14.7㎞ 길이 산길을 탐방로로 조성했다. 오각정 길, 솔바람 길, 호반길 등 9개 코스다.
최근에는 자동차만 다니던 청남대 진입로(460m)에 생태 탐방로를 조성했다. 청남대 정문~노상 주차장까지 폭 2m짜리 데크를 놨다. 경사가 완만해 남녀노소 길을 걸으며 대청호를 관찰할 수 있다. 충북도는 청남대부터 별장매점까지 3.5㎞ 길이 생태 탐방로를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청남대는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호수 경치를 보고 감탄해 “이런 곳에 별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3년 뒤 준공됐다. 이후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하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위주의 상징인 청남대를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선거 공약을 이행하면서 2003년 4월 충북도에 이양됐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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