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밤 새워 홀로 걸었다"가 퇴폐?…대중가요 속 역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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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바람'은 전두환 정권의 언론탄압을, '연약한 이 여인'은 TBC 동양방송을 위시한 통폐합되는 언론사들을, '촛불'은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리라는 희망, 그런데 너무 약한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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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과거 우리 민중들에게 사랑받았던 노래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살펴본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전태일 열사의 추모곡 '그날이 오면', 터무니없는 이유로 ‘금지’ 조치를 당했던 '아침 이슬' '미인', 해공 신익희의 추모곡이 된 '비 내리는 호남선' 등으로 역사를 거스르며 과거 우리 사회와 민중 열망을 조명한다. ‘대중가요’라는 친숙한 키워드가 독자를 근현대사로 인도한다. 1983년 휴전 30주년 특별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타이틀곡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와 '잃어버린 30년'을 통해 당시 분위기를 되새기는 식이다. '비 내리는 호남선'을 통해서는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대선 후보 신익희가 호남선 열차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상황에 국민이 느꼈던 슬픔을 떠올린다. 노래 '미인'을 통해서는 가사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를 대학가에서 "한 번 하고 두 번하고 자꾸만 하고 싶네"라고 개사해 부르는 바람에 금지 조치당했던 과거를 소개한다. 양희은의 노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밤새워 하얀 길을 나 홀로 걸었다"는 내용이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금지당했던 당시 시대상을 전한다.
신기하게도 당시 상황과 맞물려 조용필이 민주주의의 압살을 소리치는 것처럼 들린다. ‘바람’은 전두환 정권의 언론탄압을, ‘연약한 이 여인’은 TBC 동양방송을 위시한 통폐합되는 언론사들을, ‘촛불’은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리라는 희망, 그런데 너무 약한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 p.25, 「가왕이 목 놓아 외친 한마디 “촛불을 지켜다오!”」 중에서
1970년대 영호남 대결의 표상은 정치인이 아니라 목포 출신의 남진과 부산 출신의 나훈아 두 남성 가수의 대결이었다. 앞에서 이야기한 나훈아 피습사건 이후 두 가수의 팬들은 더 야수처럼 으르렁거렸다. 그만큼 두 가수의 노래에는 영호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었다. - p.60, 「두 가수의 라이벌 구도로 나타난 지역감정」 중에서
신중현과 김민기 등의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도전적 분위기에 당시 정권은 탄압의 방식을 바꾸기로 한다. 그 결과 일어난 것이 바로 ‘대마초 파동’이다. 당시 최고의 스타들이 구속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대중예술계의 숨통을 한꺼번에 끊어버리려고 한 것이다. … 놀랍게도 197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는 대마초를 규제하는 법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였다. 대마초 파동이 일어난 해가 1975년인데 대마관리법이 시행된 것이 그보다 뒤늦은 1977년 1월이니, 처벌부터 먼저 하고 나중에 법률이 생긴 참으로 희한한 상황이었다. - p.83, 「탄압을 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
휴전이 되자 부산에서 서울로 본격적인 환도가 시작됐다. 그와 동시에 피란을 왔던 국민들도 부산을 떠나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정거장」이 이러한 장면을 담아냈다. - p.122, 「1954년 부산의 풍경을 담다」 중에서
이 시기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준 노래가 바로 손인호의 「비 내리는 호남선」이다. 이 노래는 신익희 서거를 추모하는 듯한 가사 때문에 전국적인 큰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되자 작사자 손로원, 작곡자 박춘석, 가수 손인호가 경찰에 잡혀가서 고초를 당했다고 한다. 「비 내리는 호남선」은 신익희 서거 3개월 전에 나온 노래였기에 사실 신익희의 서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노래였는데도 말이다. - p.137~138, 「민족지도자의 죽음과 비 내리는 호남선」 중에서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노래들 | 배기성 지음 | 흠영 | 184쪽 | 1만4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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