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건 없다”…조용한 이태원, 북적이는 홍대 [핼러윈은 지금②]

안세진 2023. 10.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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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세진 기자

27일 오후 12시에 방문한 이태원 거리는 조용했다. 근처 직장인들과 외국인 여행객들이 줄 서 있는 일부 식당을 제외하면 한산한 거리였다. 골목길 안쪽으로 이동해봤다. 술집들은 저녁시간 영업 준비에 한창이었다. 주류 납품 기사들은 트럭을 운전하며 각 매장별 발주된 주류를 배송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이태원 상권의 회복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시가 이태원 상권 회복을 위해 상품권을 발행하는 등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큰 매출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18년도부터 본격 시작된 젠트리피케이션 이후 코로나, 이태원 참사를 거치면서 이태원 상권은 더 이상 회생할 수 없는 길을 건넌지도 모르겠다.

실제 이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늘어난 상가 공실은 이태원의 적막함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었다. 녹사평역에서 제일기획까지 이태원로 1㎞ 정도 대로변과 이면도로에 있는 상가 30여곳이 공실로 남아 있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이태원 상권은 이미 코로나 전부터 높은 임대료 등으로 슬슬 무너지고 있었고 여기에 코로나와 지난해 참사까지 발생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며 “상가 문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주류 납품 배송기사도 “과거 이태원이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아무래도 상권이 죽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 증축 건물 등 여전히 존재하는 위험 요소들도 상권 회복이 더딘 이유 중 하나였다. 참사 발생 골목을 벗어나 세계음식문화거리나 퀴논길을 둘러보면 불법증축으로 보이는 건물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비좁은 골목 곳곳에 있는 가게들은 출입구를 우회하는 안내판을 붙여두기도 했다.

근처에 직장이 있어 이 길을 자주 지난다는 양모씨는 “사고 이후 달라진 점은 크게 없다”며 “골목 뒤편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고 미끄럼 방지판을 깔아놨다고는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보다 문제였던 불법증축 건물들은 여전히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본인들의 어려운 상황을 얘기하면서도 참사에 대한 애도를 잊지 않았다. 이어 단편적인 지원 정책이 아니라 이태원 자체를 기억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이태원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올해 핼러윈 기간에는 홍대로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 등은 이번 주말 홍대 거리에 7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태원으로 분산됐어야할 인파에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몰릴 것으로 보이면서 젊은이들의 안전에 또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핼러윈을 이틀 앞둔 지난 26일 목요일 저녁 홍대거리를 방문했다. 역시나 좁은 골목, 비탈길 등 홍대거리에는 이태원과 비슷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골목길도 인파의 위험성에 대해 알고 나자 위험해보였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마포구청 또한 홍대 거리에 일명 ‘레드로드’라고 불리는 미끄럼 방지 도로를 대규모로 깔았다. 이와 함께 거리 바닥에는 ‘경사로 주의’라는 문구를 곳곳에 새겨 넣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홍대 거리에서 소품샵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굳이 핼러윈 기간이 아니더라도 매주 주말이면 북적북적 한다. 핼러윈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 시스템의 문제”라며 “지난해 사고가 있고난 뒤로 홍대 거리를 미끄럼 방지 페인트로 빨갛게 칠하고 했는데 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현장 통제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최모씨는 “결국 현장에서 어떻게 질서가 이뤄지느냐의 문제 같다”며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든 사람들이 몰리는 번화가는 당연히 있다. 핼러윈같이 큰 행사 등이 있을 때 어떻게 통제와 질서가 유지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도로 표지판을 설치해놓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대 상인들은 제 2의 이태원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나 시 차원에서 안전 지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대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아무래도 핼러윈 기간엔 손님들이 평소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그에 따른 기대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있었던 만큼 안전하게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마포구는 27일 오후 7시부터 다음 달 1일 오전 3시까지 클럽과 주점 등이 밀집한 홍대 레드로드 일대의 인파를 집중 관리한다고 밝혔다. 경찰 1750명, 마포구 직원 600명, 소방 300명, 민간 200명 등이 투입된다. 매일 600명의 관리 인원이 서울 지하철 6호선 상수역부터 2호선 홍대입구역을 잇는 레드로드를 순찰한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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