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저출산 시대 ‘세상 속으로 열린 교회’

김재중 2023. 10. 28.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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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퇴임한 회사 선배의 자녀 결혼식에 참석하러 최근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를 다녀왔다. 교회의 웅장한 외관보다 눈길을 끈 건 토요일 전용 예식장인 ‘언약채플’이었다. 이곳에서 많은 신혼부부가 하나님의 축복 속에 새 출발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흐뭇했다. 언약채플은 토요일 오후 12시, 2시, 4시 결혼식 예약을 받는다. 예비 신혼부부와 양가 부모 중 사랑의교회에 등록한 지 6개월이 지난 교인이 최소 한 명 있어야 하고, 부부 중 한 명은 세례 교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대관료가 30만원에 불과하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그간 미뤄뒀던 결혼식들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N포세대’라는 요즘 청년들이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반려자를 만나 결혼하는 걸 보면 참 대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여전히 청년들의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막대한 결혼 비용이다. 올해 결혼정보업체 듀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결혼한 신혼부부들은 예식장 1057만원, 예단 797만원, 예물 739만원, 예식패키지 333만원 등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혼수와 신혼여행 비용은 뺀 금액이다. 결혼식 스냅·영상에 예복·혼주 한복 대여, 혼주 메이크업까지 하면 한 번 결혼식에 3500만원까지도 들어간다고 한다. 결혼 비용 가운데 예식장 대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예식장이 코로나를 거치면서 많이 폐업한 데다 물가 상승까지 겹쳐 웨딩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예비 신혼부부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전국에 분포된 한국교회가 예비 신혼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그들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예배당을 예식장으로 개방하면 어떨까. 그리하면 하객 중 비신자들도 자연스럽게 교회를 찾게 되고 예배에도 참석하게 될 것이다. 예비부부들은 하나님의 성전에서 목사의 축도를 받으며 신혼의 첫발을 내딛게 된다. 또한 남자와 여자가 부모를 떠나 결합해 하나가 되고, 하나님이 맺어주신 부부의 연을 인간이 끊을 수 없다는 거룩한 말씀은 언약이 돼 결혼의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게 할 것이다. 일반 예식장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30분~1시간 단위로 붕어빵 찍어내듯이 결혼식을 해치우는 것보다 교회에서 차분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 웨딩 마치를 하는 게 훨씬 나은 이유다.

세상 속으로 열린 교회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 합계출산율이 0.7명까지 떨어진 심각한 저출산의 여파로 최근 3년간 전국에서 폐업한 유치원이 550곳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당장 애를 낳아도 돌봐줄 수 있는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평일 유휴공간을 아동 돌봄 장소로 제공하면 어떨까. 지역사회를 섬기는 자세로 교회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교회 내 아동돌봄센터를 마련한다면 젊은 부부들이 크게 환영할 것이다.

그리하면 목사들도 청년부 예배 때 젊은이들에게 결혼을 독려하면서 애를 낳으면 우리 교회에서 키워주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결혼은 단순한 남녀의 결합을 넘어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1:28)는 하나님의 창조섭리에 협력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사역의 동역자로 삼아주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가 아동돌봄센터를 설치하는 데 걸림돌이 있다. 종교시설에서는 오직 종교 행사만 가능하고 일반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저출생대책국민운동본부가 주중에는 아동돌봄터로 교회 시설을 활용하고, 주일에는 예배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기 위해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벌이는 이유다.

저출산으로 인한 지역 소멸은 교회 소멸로 이어진다. 예배당을 예식장으로 개방하고 아이 돌봄 공간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청년들이 결혼해 아이를 낳는 것은 축복이며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동참하는 길임을 가르치는 것이 저출산 시대 세상 속으로 열린 교회가 가야 할 길이다.

김재중 종교국 부국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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