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의 헌책방] 책 잘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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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일하는 틈틈이 글을 쓰고 보니 어느덧 지금까지 열 권이 넘는 책을 썼다.
내가 쓰는 책 대부분은 책에 관한 내용이라 요즘 같은 계절에는 여기저기 초대를 받아 강연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면 역시 '책 잘 읽는 법'이다.
귀한 시간 내어 강연까지 들으러 온 것을 보면 어지간히 책을 좋아하는 분일 텐데 더 잘 읽고 싶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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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에서 일하는 틈틈이 글을 쓰고 보니 어느덧 지금까지 열 권이 넘는 책을 썼다. 내가 쓰는 책 대부분은 책에 관한 내용이라 요즘 같은 계절에는 여기저기 초대를 받아 강연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본래 말솜씨가 썩 좋지 않은 사람이라 강연은 조금만 하고 대신 참가자들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질문도 대개는 책에 관련된 것이라 다른 사람들이 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책을 읽으면서 무슨 고민거리를 가졌는지 들어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면 역시 ‘책 잘 읽는 법’이다. 귀한 시간 내어 강연까지 들으러 온 것을 보면 어지간히 책을 좋아하는 분일 텐데 더 잘 읽고 싶다니. 그러나 마냥 욕심처럼 느껴지지는 않는 게 늘 책에 둘러싸여 사는 나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책 읽고 글 쓰는 걸 직업으로 삼고 있는데도 책을 더 잘 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러나 세상일이 다 그렇듯 정답은 없다. 책 읽는 방법도 말하고자 하면 백 가지, 천 가지나 있을 텐데 그중에서 자기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잘 읽는 방법이 아닐까. 질문하신 분도 아마 여러 방법을 경험해보셨을 테지만 뭔가 또 다른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서 그리 물으신 모양이다.
나는 책을 잘 읽고 싶으면 같은 책을 반복해서 세 번 읽기를 권한다. 읽을 책이 차고 넘치는데 같은 책을 세 번씩 읽으면 시간 낭비 아니냐고 할지 몰라도 많이 읽기보다 잘 읽기를 목표로 한다면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물론 시험공부 하듯 책을 암기하듯 세 번 읽으라는 건 아니다. 처음 한 번은 내가 중심이 돼 읽는 거다. 마치 내가 그 책을 쓴 작가인 것처럼 내 마음껏 읽는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좋고, 오해하며 읽어도 괜찮다. 최대한 즐겁게 읽는다. 두 번째로 읽을 때는 책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읽어나간다. 이렇게 읽으면 자연스럽게 책과 조금의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각이 생긴다. 마치 책 외판원이 된 것처럼 가족이나 친구에게 실제로 책 홍보를 시도해봐도 재미있다. 마지막 세 번째 독서는 강연자가 돼 강단에 올라 책에 관해 말한다는 심정으로 읽는다. 이것이 책을 잘 읽기 위한 최종 목표이기도 하다.
어떤 책을 대상으로 삼아 강연을 한다면 당연히 작가 소개나 줄거리 요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청중이 강연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 책에서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특별한 사유의 흔적이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해변에서 아랍인과 다툰 뒤 살인을 저지르는데, 그래서 뫼르소는 살인범이라는 걸로 결론을 내면 청중은 맥이 빠질 것이다. 책을 읽을 때 줄거리 너머에 있는 깊은 의미를 사유할 줄 알아야 잘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 책뿐이겠는가.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일을 세 번씩 숙고한다면 몸과 마음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뭐든 빨리, 많이 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느긋하게 읽고, 진지하게 사유하는 사람이 잘 읽고 잘 사는 사람이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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