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소에 도착한 마음, 기억하겠다는 다짐 [10·29 그리고 1년]

유채리 2023. 10. 2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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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잘 챙겨 드시고,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평범하게 주고받을 가벼운 말이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편지에 "대학 공간에 직접 오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들이 무거운 발걸음의 연속이었을 것 같다"며 "유가족과 같은 속도로 뛰지 못하면 같은 방향이라도 봐달라는 말이 기억난다. 옆에 시민들이 같이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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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추모문화제에서 ‘길 잃은 별들의 길을 잇는 편지 낭독회’가 열렸다. 사진=임형택 기자

“식사 잘 챙겨 드시고,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평범하게 주고받을 가벼운 말이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기본소득당 청년지원단 단원들이 대신 읽는 편지에, 보라색 잠바를 입은 유가족들이 숙인 고개가 한참 동안 올라오지 못했다. 하늘을 보기도,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431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27일 오후 5시30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추모문화제에서 ‘길 잃은 별들의 길을 잇는 편지 낭독회’가 열렸다. 유가족과 기본소득당 청년지원단 단원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이 참석했다. 시민들과 악기 연주를 위해 온 연주가 등 수십명이 모였다. 편지 대독이 이어지자, 지나가던 시민들도 함께 서서 듣기 시작했다. 분향소 한편에 마련된 공간에서 쪽지를 적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편지에 “대학 공간에 직접 오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들이 무거운 발걸음의 연속이었을 것 같다”며 “유가족과 같은 속도로 뛰지 못하면 같은 방향이라도 봐달라는 말이 기억난다. 옆에 시민들이 같이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대학생은 “참사를 겪으며 느낀 트라우마가 잊혀 지지 않을 것 같다”라며 “나의 친구, 언니, 오빠, 동생. 억울하게 눈을 감은 사람이 많다. 지속적으로 관심 가지고 지켜보려고 한다”라고 글을 남겼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추모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적어 벽에 붙이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이날 추모문화제 현장에서 만난 신명철(23)씨는 “지난해 참사가 벌어진 날, 이태원에 있었다”고 했다.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채 이동하다가, 사망한 희생자들이 누워있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 신 씨는 “추모제 내용을 듣고 희생자 영정 사진을 보면서 한 명 한 명 어떻게 살았을지 생각했다”라며 “그날 이후 충격이 커서 잊고 살았다. 올해부터 열심히 기억하고 함께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편지 낭독에 앞서 악기를 연주한 하택후(44)씨는 “연주 소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유가족분이 울먹이는 모습을 봤다”라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 것 같아 뜻 깊다. 음악을 통해 위로의 메시지를 꾸준히 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긴 침묵 후에 입을 뗐다. 기억해달라고, 함께해달라고 했다. 고 박가영씨 어머니 최선미씨는 “너무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날”이라며 “무섭고 떨리고 슬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미래에 또 다른 우리 아이들의 이름과 사진이 이곳에 채워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고 김의진씨 어머니 임현주씨도 “그들이 꿈꾸고 이뤄나갔을 원대한 포부를 가족들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추모문화제에 함께 한 용혜인 의원은 “끈질기게 추모하고 연대했던 마음이 모여 지난 일 년을 함께 버텨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1년의 시간 동안 진상 규명을 위해 더디지만 한 발짝씩 내딛었다. 앞으로도 우리의 힘을 믿고 사람의 힘을 믿으며 더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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