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에 꽂힌 尹, 안동 달려갔다…총리·부총리·장관들도 대동

박태인, 김하나 2023. 10. 27.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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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보수 지지층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전날 박정희 전 대통령 제44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난 윤 대통령은 27일엔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청사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26일 중동 순방에서 돌아온 뒤 첫 지방 행선지로 보수의 텃밭인 TK(대구·경북)을 택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오래전에 잡힌 일정”이라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선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첫 과제로 보수결집에 나선 것” "보수 결집 이후 중도층 공략이 이어질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국민에 대한 경례를 하고있다. 사진기자협회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추진 중인 의대 정원과 관련한 소신을 재차 밝혔다. 윤 대통령은 “편중된 상태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기에 지역 균형 발전이 중요하다”며“지역에 기업이 들어오기 위한 핵심은 교육과 의료다. 정부는 교육의 다양성과 지역 필수 의료 확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악수 하고있다. 사진기자협회

윤 대통령은 교육 다양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념 편향 교육은 획일화된 교육을 의미하고, 획일화는 또 반대로 이념화로 귀결이 된다”며 “진영의 좌우를 막론하고 어느 경우나 마찬가지다. 다양성과 개방성이 존중되는 교육을 해야만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자치조직권 확충 및 자치입법권 강화 ▶기회발전특구 등 대규모 지방 투자를 위한 인센티브 유도 방안 ▶지방소멸 위기 대응책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선 지방 기업의 인재난을 언급하며 “다양하고 우수한 교육을 지방에서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젊은 직장인들을 지방에 내려가게 하는 방안으로, 지방시대에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방시대가 되려면 통합이 돼야한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더 열심히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와 관련해 시도지사에게 “다음 달 말 개최지 최종 결정 시까지 각 시도의 역량을 모두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대통령실이 공들인 흔적도 역력했다. 17개 시·도지사와 함께한 행사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등 정부 고위직이 대거 참석했다. 국정감사로 장관 참석이 어려운 부처들은 차관이 대신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 뒤 17개 시도지사와 만찬을 했다. 윤 대통령과 시도지사간 허심 탄회한 대화가 이어지며 만찬은 예정시간보다 90분가량 늦어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잼버리 논란 이후 예산 감축에 대한 우려를 전했고, 윤 대통령은 "호남과 전북 모두 잘 챙기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서 열린 유림간담회에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회의 전엔 안동 병산서원을 방문해 지역 유림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제가 공적으로 맡은 바 소임을,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그 소임을 다 하겠다는 말씀을 유림 어르신들에게 올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9월에도 안동 유림을 만나 “선비의 기개와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신으로 무너진 법치와 공정을 반드시 바로 세우겠다”고 밝혔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초심을 되돌아보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돌파구로 ‘박정희 모델’을 심도 깊게 살펴보는 중이라고 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보관하고 있던 박 전 대통령 시절의 ‘수출진흥회의’ 자료도 별도로 요청해 자세히 살펴봤을 정도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매월 수출진흥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한국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했고, 산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을 아시아 중공업의 메카로 키워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묘소를 참배한 후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참모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중동 순방 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은 보릿고개도 넘기기 어려운 나라에서 맨주먹으로 외국자금을 끌어와 조선업을 시작해 원전 추진을 결정했고 나라를 일으켰다”며 “대통령직을 수행해보니 국민을 먹여살리는 일이 중요한데, 10여년 만에 국가의 산업기반을 만든 박 전 대통령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동 순방 기간 중에는 “낮고 또 낮은 곳으로 찾아가 국민들을 만날 것”이라는 입장도 수차례 밝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단둘이 묘역을 추모하러 가는 길에도 “대통령으로 일해보니 박정희 대통령이 얼마나 위대한 분이었는지 절실히 느꼈다”며 “오늘날 대한민국이 먹고사는 걸 쌓아주셨다”는 감사함을 표했다. 추도사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께서 이루어내신 바로 이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튼튼한 기반이 되었다”며 “지금 세계적인 복합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박 대통령의 정신과 위업을 다시 새기고, 이를 발판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을 마친 후 묘소에 분향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수출전략회의에서도 “박정희 대통령은 16년 동안 수출전략회의를 180회 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했다. 민간 기업까지 장관들 전부 모여서 했다”고 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올해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한 횟수는 10번이 넘는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역사는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의 오랜 갈등으로 점철되었다”며 “윤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참석한 것은 두 세력의 통합을 의미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가 단순히 ‘보수 결집’을 넘어 ‘국민 통합’의 의미도 있다는 취지다.

27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24~26일 성인 1003명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전주보다 3%포인트 상승한 33%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58%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직무수행 긍정 평가의 이유로 외교(44%)가, 부정 평가에선 경제와 민생(23%)이 각각 1위였다. 지난주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섰던 TK의 경우, 긍정평가가 4% 상승한 49%를 기록하며 부정평가(43%)를 웃돌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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