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국가 9위 한국, 엑스포 유치할 수 있을까?
[이성윤 기자]
▲ 대통령실은 지난 6월 26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총회 참석 및 베트남 국빈 방문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하인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김건희 여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BIE 공식 리셉션에서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의 목발에 '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됐다)' 문구와 부산을 상징하는 푸른 파도가 그려진 키링(열쇠고리)을 달아주는 모습. |
ⓒ 대통령실 제공 |
2030년 세계엑스포 유치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달 발표를 앞두고 정부는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엑스포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엑스포 유치를 위한 세일즈 외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총리, 박진 외교부 장관, 13개 기업 최고경영자 등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각국의 정상과 유력 인사 2308명을 만났다.
정부가 엑스포 유치에 힘을 쏟는 건 엑스포가 가진 위상과 경제효과 때문이다. 세계엑스포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국제행사로 꼽힌다. 한국이 엑스포를 유치할 경우 199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에 이어 세계 3대 국제행사를 모두 개최한 7번째 국가가 된다. 그만큼 국가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엑스포 개최로 61조 원의 경제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가 위상도 높이고 막대한 경제효과까지 안길 것으로 예상되기에 정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엑스포 유치는 난항을 겪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가 아프리카 국가와 이슬람 국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182개 회원국 중 3분의 2(122개국) 이상이 지지하면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된다. 3분의 2 이상 득표한 국가가 없는 경우에는 상위 2개국이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리야드의 강세에 한국 정부는 결선 투표에 올라 최종 투표에서 리야드를 꺾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만큼 리야드의 지지가 막강하다.
리야드는 이슬람 국가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한국이 리야드를 꺾기 위해서는 이슬람 국가들의 지지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 내 이슬람 혐오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대구 북구에 건립중인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이다.
▲ 지난 5월 3일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 반대 주민들이 북구청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다. |
ⓒ 조정훈 |
대구 북구에 위치한 이슬람 사원은 건설 허가를 받았는데도 3년째 짓지 못하고 있다. 이 이슬람 사원은 원래 없었던 사원도 아니다. 7년째 아무런 문제 없이 운영되던 사원을 증축하려던 것뿐이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건설이 중단됐다. 이슬람 사원 증축을 둘러싼 주민과 무슬림 유학생의 갈등은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대법원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며 유학생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지금까지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의 방관으로 3년째 해결되지 않은 채 유학생과 주민들의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가 방관한 사이 이슬람에 대한 혐오는 짙어졌다. 주민들은 건설 현장 인근에서 이슬람이 금기하는 돼지고기 파티를 벌였고, '탈레반이 대현동에 있나? 여기가 네 나라냐! 어디다 협박 질이냐!',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참수하는 테러리스트 무슬림은 당장 여기서 나가라!'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이에 유엔인권이사회는 이슬람 사원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혐오 언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구시와 북구청은 물론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연 이슬람 국가들은 한국에서의 2030세계엑스포가 개최되는 것을 반길 이유가 있을까?
한국, 세계 9위의 인종차별 국가로 선정
2030 세계엑스포가 진심으로 부산에서 열렸으면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엑스포 유치국으로 선정된다면 부끄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최근 < US뉴스 앤 월드리포트 >가 발표한 '인종차별적 국가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79개국 중 9번째로 인종차별적인 나라인 것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OECD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상위 10위권에 든 나라가 한국이었다.
한국에서 차별을 겪는 건 이슬람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 예능에서 활약하고 있는 콩고 출신의 조나단씨와 나이지리아 출신의 아버지를 둔 모델 한현민씨는 과거 BBC 코리아에 출연해 그간 한국에서 겪었던 차별들에 대해 인터뷰했다(관련 기사: "아프리카노, 까매 까매"... 대한민국의 내로남불 https://omn.kr/1ok62)
조나단씨는 유치원을 지날 때마다 아이들이 "아프리카노 까매 까매"라고 놀려 유치원 기피증이 생겼다고 밝혔다. 또 한현민씨는 자신의 곱슬머리에 대해 "자연산이야? 이거 수세미다"라는 놀림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한국 사회가 백인에게는 "어디서 공부하느냐?"라고 물으면서, 흑인이나 동남아시아 사람에게는 "어느 공장에서 일해요?"라고 묻는다며 백인과 흑인을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가수 윤미래씨도 노래 '검은 행복'에서 흑인 아버지로 인해 받았던 차별을 가사에 담았다.
이슬람을 향한 혐오가 짙어지고, 흑인과 동남아시아 사람을 향한 무분별한 차별이 이어지는 한국에서 2030 세계엑스포는 개최될 수 있을까. 한국은 세계엑스포를 유치할 자격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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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위 글은 필자의 브런치북 'ㅁ 때문에 한류는 망하는 중입니다'에서 일부 발췌한 글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k-wavehasru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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