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결국 보복 지시…확전 우려 속 이스라엘 이틀째 기습
미군이 27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시리아 동부 지역 시설 두 곳을 공습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 18일 친이란 무장 세력이 이라크와 시리아 내 미군기지를 향해 자폭 드론과 로켓 공격을 가한 것에 대한 대응적 성격으로 이뤄졌다.
미 국방부는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란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경고 메시지란 해석도 나온다. 전날 하마스와 이란 대표단은 러시아를 찾아 함께 가자지구 사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상군 투입 시기를 저울질 중인 이스라엘군은 26, 27일 이틀 연속 가자지구에 병력을 투입해 심야 기습 공격을 이어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30분께 이라크 접경 아부 카말 인근에서 미군 F-16 전투기 두 대가 정밀 무기로 친(親)이란 무장 세력의 탄약고와 무기저장고를 타격했다. 직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자위 차원의 공격은 이란 지원을 받는 무장 단체들의 이라크와 시리아 주둔 미군에 대한 일련의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공격으로 미군 21명이 부상을 당한 데 대한 대응 공격이란 취지다. 공격에 앞서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중동에서 미군을 겨냥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과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CNN은 "이란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으로 촉발될 수 있는 확전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이번 보복 공격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CNN 역시 "한편으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발생한 미국의 친이란 세력 공격으로 인해 역내 긴장이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마스는 이미 이란은 물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대립 중인 러시아와 긴밀한 밀착을 진행하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26일 알리 바게리 카니 이란 외무차관과 하마스의 국제관계 책임자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모스크바에서 미하일 보그다노프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나 3자회담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미국과 대치하는 러시아는 그동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하마스 등 모두와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번 전쟁의 원인을 일방적인 서방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마스는 이번 회담과 관련 "서방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의 범죄를 막는 방법을 논의했다"며 사실상 전선을 러시아와 협력하는 이슬람권과 서방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의 구도를 부각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이란은 이번 전쟁과 관련해 직접 개입설은 부인하면서도 하마스에 대한 적극적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7일 하마스의 습격 과정에선 이란산 박격포 발사기를 비롯해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유탄발사기까지 확인되기도 했다.
한편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은 27일에도 "지상군이 전투기와 무인기(UAV)를 동반해 가자지구 중심부에서 추가로 표적 공습을 했다"며 "대전차 미사일 발사장과 군사 지휘통제 센터, 하마스 테러리스트를 포함한 목표물 여러 곳을 식별해 공격했다"고 밝혔다. 다만 "병력은 작전이 끝난 뒤 해당 지역을 빠져나왔고, 이스라엘군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지상전 개시를 위한 사전 작전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에도 가자지구에 탱크 등을 투입해 급습한 뒤 철수했다. 이스라엘군은 앞으로도 수일간 가자지구에서의 제한적 지상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다만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과의 대결 가능성에 대해선 "하마스를 제외한 어떤 상대와도 전쟁을 벌일 의사가 없다"며 확전을 경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본격 지상전 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하마스는 이날 "휴전이 합의되기 전까지 인질 석방은 불가능하다"며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지금까지 인질 5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은 220여 명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석방한 인질은 4명에 불과하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서방에선 이스라엘에 지상전을 연기를 요구하는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27개국 정상들은 전날 가자지구의 민간인 안전 등을 고려해 "인도주의적 통로와 일시 중지(humanitarian corridors and pauses) 확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데 이어, 유엔도 이날 가자지구 원조를 위한 인도주의적 휴전을 재차 요구했다.
한편 27일 가자지구와 가까운 이집트 지역에 잇따라 발사체가 떨어져 6명이 다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몇 시간 사이 (이집트) 홍해 지역에서 공중 위협이 감지됐다"며 하마스 등이 이번 사건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일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의 여파가 주변 지역에까지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집트는 그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분쟁 중재 역할을 자처해왔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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