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문 전 대통령 공격, 역효과 낼 수도"
[박성우 기자]
▲ 외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수사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24일(현지시간)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The Diplomat)>는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수십 년 된 정치적 저주를 끊을 수 있을까'(Can Yoon Suk-yeol Break South Korea’s Decades-Old Political Curse?)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도했다. 기사는 제이슨 모건 레이타쿠 대학 교수가 작성했다. |
ⓒ <디플로매트> 보도 갈무리 |
미 외교 전문지가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그것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24일(현지시간)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The Diplomat)>는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수십 년 된 정치적 저주를 끊을 수 있을까'(Can Yoon Suk-yeol Break South Korea's Decades-Old Political Curse?)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도했다. 기사는 제이슨 모건 레이타쿠 대학 교수가 작성했다.
"한국 대통령들의 불행한 결말... 문재인, 피했다고 말하기 이르다"
모건 교수는 칼럼에서 "한국 정치권에는 오래된 불문율이 있다. 임기가 끝나거나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대통령은 거의 항상 불명예스러운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한국 대통령들의 불행한 결말을 설명했다.
모건 교수는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적어도 현재로서는 전임자들의 불행을 피하면서 '저주'의 시효는 거의 만료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고향인 경상남도 양산으로 돌아가 작은 독립 서점을 운영하며 대중의 관심에서도 멀어진 채 지내고 있다"며 "그렇다면 문 전 대통령이 평온하게 퇴임함으로써 오랫동안 한국 지도자들을 괴롭혀온 '저주'가 풀렸는가? 안타깝게도 아직 말하기는 이르다"고 평했다.
그는 "현재 윤석열 정부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치적 후계자인 이재명 대표를 체포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서 기각됐음에도 여전히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모건 교수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임 시절 검찰의 권한을 약화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도에 맞섰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소하면서 보수층 사이에서 하룻밤 사이에 유명인사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마찬가지로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은 보수 정당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정치적 아웃사이더인 윤 총장에게 우파가 지지를 보낸 이유 중 하나"라며 "그런 의미에서 윤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으며, 아직 그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모건 교수는 "달리 말하면 윤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당에 대한 충성심만큼이나 취약하다는 뜻"이라며 "이러한 취약성은 현실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급락해 현재 30% 중반대를 맴돌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윤 대통령이 이끄는 국민의힘은 최근 서울 강서구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대패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과 그 측근들, 총선 위해 문재인 공격시 역효과 불러 일으킬 것"
모건 교수는 "임기가 아직 2년 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보도가 벌써 나오고 있다. 따라서 최근 윤 대통령이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역대 한국 대통령들이 국내 지지율 상승을 위해 활용한 반일 정서 또한 한일관계 회복에 전념하는 윤 대통령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의 이념 전쟁을 통해 반공 정서를 불러일으켜 보수층을 동원하려는 윤 대통령의 시도 또한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며 "약간의 상승세를 보이던 지지율조차 이제는 바닥을 치고 있다"고 혹평했다.
모건 교수는 "수세에 몰린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민주당이 의석의 과반수를 유지하면 이미 양극화된 보수층이 완전히 분열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보수의 숙적인 문재인을 압박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그러나 정치적 반대자를 악마화하고 기소하는 방식의 정쟁은 이미 한국에서 거의 사라졌다"면서 "윤 대통령의 현 지지율보다 높은 45%의 지지율을 기록한 문 전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은 야당에 대한 동정심을 불러일으켜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모건 교수는 "윤 대통령이 마침내 오랜 저주를 끊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는 그의 정치적 의지와 용기에 달려있다"며 "우선 윤 대통령은 유권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최근 비공개 회동에서 약속했듯 국민과의 소통과 민생 개선에 다시 집중해야 할 것"이라 조언했다.
모건 교수는 "검사로 경력을 쌓아온 윤 대통령이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면서도 "그럼에도 윤 대통령이 조기 레임덕을 피하고 취임 당시 열망했던 진정한 통합의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방법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칼럼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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