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3m 앞까지 왔다…中전투기, 美전폭기와 충돌할 뻔
미국과 중국이 27일 남중국해에서 서로의 군용기와 군함이 자국을 향해 의도적으로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장면을 공개했다. 미ㆍ중 양국이 군사적 신경전을 벌인 이날은 미국 워싱턴DC에선 양국의 외교수장이 만나 정상회담 일정 등을 조율한 날이었다.
미군의 인도ㆍ태평양 사령부는 26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상공에서 중국군 소속 J-11 전투기가 자국의 전략폭격기 B-52에 근접 비행한 장면을 공개하며 “충돌할 수도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밝혔다.
사령부가 이날 공개한 동영상에는 지난 24일 야간 J-11가 남중국해 영공에서 일상적 작전을 수행 중이던 B-52쪽으로 빠르게 접근 비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B-52 전면 아래쪽으로 가장 가까이 접근한 거리는 10피트(3m) 이내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령부는 “중국 전투기의 미군기 차단 시도는 시야가 제한된 야간에 국제항공 안전 규칙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우리는 중국 전투기 조종사가 당시 충돌 위험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몰랐다는 것에 우려한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이어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모든 곳에서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비행하고 항해할 것이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을 위해 헌신할 것”이라며 남중국해 상공에서의 군사 작전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
중국도 미국 군함의 남중국해 항해 장면을 공개하며 ‘맞불’ 대응에 나섰다.
중국 국방부는 26일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미국의 구축함 존슨함이 지난 19일 남중국해에서 훈련하는 중국 해군 함대를 향해 여러차례 큰 각도로 방향을 변경하고 갑자기 속도를 줄이거나 높이는 등 도발적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중국측은 이어 “존슨함이 중국 군함의 670m까지 근접하는 등 안전을 위협했다”고 했다.
이어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해당 영상은 미국이 진정한 도발자이자 교란자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국군은 처음부터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고, 국가의 주권 안전과 해양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중국해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해로 인정 받지 못한 곳으로, 국제법에 따라 해상과 공중에서 모든 국가의 배와 비행기가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남중국해의 90% 이상을 자국의 영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주변국과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22일에도 중국 해경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ㆍ필리핀명 아융인)로 건축 자재를 운송하려던 필리핀 선박을 저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은 필리핀이 불법으로 점거한 암초에 대한 무단 진입을 막았다고 주장한 반면, 필리핀은 무책임하 불법적 행동으로 중국이 선원들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비난했다.
중국과 필리핀 간의 갈등이 벌어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며 “필리핀 항공기, 선박, 군대에 대한 공격은 필리핀과의 상호 방위조약을 발동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뉴스위크는 이와 관련 이날 보도에서 핵무장이 가능한 미군의 전략폭격기 B-52 2대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바로 다음날인 26일(현지시간) 괌을 이륙해 남중국해 주변 상공을 비행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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