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봉변 처음"이란 조은석... 민주당, 감사원 '국조' 추진

박소희 2023. 10. 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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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국감서 '전현희 감사' 둘러싼 추가 의혹 제기... "감사원, 검찰의 삼청동사무소로 전락"

[박소희 기자]

 조은석 감사위원이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표적감사 논란 등을 비롯한 감사원의 행태에 제동을 걸겠다며 국정조사 추진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재해 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소병철, 권칠승, 김영배, 김의겸, 박용진, 박주민, 이탄희 의원은 2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전날 국정감사 때 조은석 감사위원 등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감사원의 위법이 드러났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엄정한 감사로 공직사회 기강을 세워야 하는 감사원이 도리어 권력의 하수기관이 되어 정치보복을 실행하는 검찰의 삼청동 사무소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의혹투성이 '전현희 감사'... 국조·수사 강조한 민주당

이어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몇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첫째, '전현희 감사' 출발점이다. 박주민 의원은 "얼마 전 '전현희 감사'가 대통령실을 통해 감사원에 제보됐다는 보도가 있자 감사원은 서둘러 반박 보도자료를 내면서 갑자기 '최초 제보는 국회를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어제 국감에서도 다시 한 번 밝혔다"며 "지난해 국감 당시 저희 의원실 자료요구에 '내부제보가 있었다'고 했고, 유 사무총장도 인정했다. 이 자체로도 허위공문서 작성이고 위증"이라고 짚었다.

둘째, '조은석 배제' 논란이다. 그간 이 사안은 전현희 감사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이 사무처 결론에 반대하며 결재를 미루자 지난 6월 9일 사무처가 결재시스템을 변경, 조 위원의 '열람결재' 없이도 감사 결과 보고서 처리가 가능하도록 버튼을 조작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권칠승 의원은 "이 모든 게 거짓이었다"며 "열람버튼 조작은 조은석 위원이 열람결재를 하지 않아서 비롯된 게 아니라 감사원장, 사무총장, 제1사무차장 등의 모의로 사전에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또 "더 큰 문제는 전현희 위원장 최종 감사보고서는 조 위원뿐 아니라 다른 위원도 '패싱'됐다는 사실"이라며 "세 명의 위원이 6월 9일 오후 4시 30분경 최재해 원장을 직접 방문, 우려를 표명하며 (감사결과보고서) 시행 중단을 요청한 사실과 원장이 시행 중단을 시도했으나 이미 시행돼 중단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감사위원을 패싱하며 각종 불법행위까지 서슴지 않은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도 물었다.

감사원이 데드라인을 정해놓은 것으로 의심스러운 정황은 더 있다. 김의겸 의원은 "어제 국감 도중 감사원 출입기자들로부터 문자를 받았다"며 "6월 9일 낮 12시 53분에 출입기자들이 (감사원으로부터) '전현희 보고서가 오후 4시에 발표되니 기다려달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감사위원 일곱 분이 보고서를 받은 게 오후 1시"라고 했다. 그는 "위원들이 보고서를 받기도 전에 사무처는 '그냥 밀어붙일 테니까 기자들은 4시까지 기다려달라'고 한 것"이라고 봤다.

셋째, 민주당은 '조은석만 배제'가 아니라 '조은석도 배제'라고 의심했다. 김의겸 의원은 최재해 원장을 찾아갔던 세 명의 감위원들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미현 위원마저 감사보고서 시행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도 "다수의 감사위원들이 (국감에서) '나도 몰랐다'를 직간접적으로 다 이야기했다"며 "감사원이 유병호 사무총장의 사병화했고, 개별 돌격대처럼 움직인 게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사무처 위법행위 진상규명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10.27
ⓒ 연합뉴스
 
김영배 의원은 이후 조은석 위원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 감사원 내부 감찰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그는 "감사원은 조 위원이 감사보고서 결재를 미루고 열람도 하지 않았던 행태가 문제 있어서 감찰하게 됐다고 설명해왔다"며 "어제 답변과정에서 이미 9일 오전 중에 감찰TF가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매우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현희 감사'의 또 다른 당사자, 김숙동 특별조사국장이 감찰TF에 참여한 것은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했다. 

이탄희 의원은 이 모든 상황을 "대한민국 헌법질서의 붕괴, 감사원 내부 질서의 붕괴"라고 총평했다. 그는 "헌법상 감사원은 원장과 위원으로 구성되고 감사원 사무처는 사무기구에 불과하다"며 "그 조직이 감사원장과 위원들을 완벽하게 패싱하고, 감사위원들의 결정사항과 전혀 다른 시행문을 시행해버리고, 압수수색 절차를 통해 수집되어야 할 자료를 무단으로 수집해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행태가 여러 차례 자행됐음을 이번 국감을 통해 뚜렷하게 확인했다"고 발언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의 평가는 감사원 국정조사 요구로 모였다. 홍익표 원내대표 역시 "감사위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일련의 절차가 사무총장과 일부 직원 중심으로 훼손됐기 때문에 반드시 바로잡아야겠다"며 "빠른 시일 내에 감사원 국정조사요구서를 본회의에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이미 (최재해 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은)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라며 "기존에 드러난 사실 외에도 추가로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강제수사 절차에 들어가야 된다"고 했다.

조은석의 항변 "얼마나 저를 이상한 사람 만들었나"

한편 그동안 공개 발언 기회가 없다가 26일 증인으로 국감장에 선 조은석 위원은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전현희 감사보고서의 여러 가지 허점을 두고 "이런 보고서를 내놓고, 국회에 보고하고. 33년 공직에서 일해온 사람을... 아니 감사원 소속 사람들이 그 보고서를 보는 순간 '조은석이라는 사람이 엉터리로 했구나' 이렇게 볼 것 아닌가"라며 "그러면 제가 어떻게, 감사위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려면 내부 사람들한테 '나 그렇게 일 안 했다'는 걸 보여야 되지 않겠나"라고 항변했다.

조 위원은 또 "6월 29일날 (법사위) 현안질의 때도 (최재해 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이) 얼마나 저를 갖다가 이상한 사람을 만들어놨나"라며 "사표 쓰고 나가지도 못한다. 그만 두고 나가고 싶어도. 내부에다가, 밖에다가 '조은석이가 국회의원 되려고 이런다'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생활 33년 하면서 이런 봉변은 처음"이라며 감사원 내부감찰 보고서가 전현희 감사를 둘러싼 진상을 왜곡했다며 "감찰관이 범죄를 범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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