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면 즉시 근육통 낫는다는 ‘마그네슘 스프레이’… 정말일까? [이게뭐약]

이해림 기자 2023. 10. 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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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뭐약]화장품 마그네슘 스프레이
마그네슘을 식품·​영양제로 섭취했을 때보다 스프레이로 뿌렸을 때 흡수율이 더 뛰어나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사진=젝시믹스, 아니모, 맥스메이드
근육 하면 떠오르는 영양소, 바로 ‘마그네슘’이다. 마그네슘은 보통 식품이나 영양제로 보충하지만, 최근엔 피부에 뿌리는 스프레이 제품도 나왔다. 젝시믹스(Xexymix)의 ‘스포츠 마그네슘 스프레이’, 아니모(ANIMO)의 ‘마그네슘 오일 클라우드 스프레이’, 맥스메이드(MaxMade)의 ‘뿌그네슘 - 마그네슘 릴리프 스프레이’가 대표적이다. 피로한 근육과 관절에 사용하면 통증·부기·뻣뻣함이 즉각적으로 완화된다고 홍보하는데, 정말 그만한 효과가 있는 걸까?

◇근육 경련엔 ‘마그네슘 보충’이 답? 꼭 그렇진 않아
마그네슘은 신체의 정상 기능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몸의 300개 이상의 효소들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몸에 마그네슘이 부족할 경우 칼슘이 근육 세포 내로 더 많이 들어와 근육이 잘 수축하고 긴장하게 된다. 마그네슘은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데도 관여한다. 체내에 마그네슘이 충분하면 혈관이 이완돼 피가 잘 흐르고, 세포에 수분과 나트륨이 적게 축적돼 부종이 줄어든다. 이에 시판 마그네슘 스프레이 대부분은 ▲근육 피로 ▲근육통 ▲근육 경련 ▲종아리 부기 등 증상이 있는 부위에 제품을 분사하면, 증상이 즉각적으로 완화된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근육 피로 ▲근육통 ▲근육 경련에 마그네슘을 보충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마그네슘 부족으로 경련 등 근육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상적 식사를 하는 건강한 성인은 마그네슘 결핍이 일어나지 않는데다, 칼륨이 부족해도 비슷한 증상이 생겨서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근육 경련이 잦다고 해서 무조건 마그네슘이 부족하다고 할 수도 없고, 마그네슘을 보충해준다고 근육 경련이 반드시 잦아든다는 근거는 더욱 없다”며 “환자가 병원에 오면 보통 기본 혈액 검사로 나트륨, 칼슘, 칼륨 수치를 확인하고, 마그네슘 수치 검사는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양제보다 스프레이가 흡수율 높다? 아직은 과학적 근거 無
마그네슘을 피부에 뿌려서 ‘즉각적 효과’가 나타나려면, 마그네슘이 몸에 그만큼 잘 흡수돼야 한다. 그렇다면 식품·영양제로 마그네슘을 섭취했을 때보다 스프레이로 피부에 뿌렸을 때 흡수율이 더 높을까?

스프레이 판매 업체에선 그렇다고 주장한다. A사의 마그네슘 오일 스프레이 제품 상세페이지엔 ‘피부를 통한 마그네슘의 흡수는 모낭을 통해 이루어지며, 140%까지 더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문구가 나온다. 호주 퀸스랜드대 연구팀의 논문 일부를 짜깁기한 내용이다. M사 마그네슘 스프레이의 제품 설명페이지에도 똑같은 논문이 인용된다. 소비자로선 마그네슘을 먹을 때보다 피부에 뿌릴 때 체내 흡수율이 최대 140% 높아지며, 이 사실이 퀸스랜드대 연구에서 입증된 것으로 이해하기 쉽다. 실제로 A사의 마그네슘 스프레이를 소개하는 온라인 게시글엔 “마그네슘을 피부에 분사할 경우 (중략) 음식이나 영양제로 먹는 것보다 흡수율이 높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고기동 교수는 “업체에서 제시한 논문은 마그네슘을 섭취했을 때보다 피부에 뿌렸을 때 흡수율이 더 높다는 주장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A사와 M사에서 인용하고 있는 논문은 ‘마그네슘을 섭취할 때’와 ‘피부에 뿌릴 때’의 흡수율 차이를 비교한 것이 아니다. 막힌 모낭과 막히지 않은 모낭에 마그네슘을 도포했을 때, 어디에서 흡수율이 더 높은지 비교한 실험 논문이다. 논문 저자들은 막히지 않은 모낭에서 마그네슘의 흡수율이 더 높았다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피부를 통한 마그네슘 흡수에 모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 사실이 영양제보다 스프레이의 흡수율이 뛰어남을 뒷받침해주진 않는다. 그러나 업체들은 실험에서 실제로 비교한 항목은 언급하지 않은 채, ‘흡수율이 높아졌다’는 말만 가져와 홍보에 사용하고 있다.

고기동 교수는 “마그네슘을 먹을 때모다 피부에 뿌릴 때 흡수율이 더 높다고 말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까진 없다”며 “마그네슘은 섭취해도 생체 이용률이 낮은 편이라, 이를 피부에 바르면 흡수율이 오히려 더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김예지 학술위원(약사)은 “마그네슘 스프레이의 효용성에 대해선 잘 설계된 연구 결과가 앞으로 더 많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제 싫으면 써볼 순 있어… 효과는 장담 못 해
위장장애가 있다거나, 알약 형태 영양제를 삼키기 어려운 사람이 마그네슘 스프레이를 활용해볼 순 있다. 사용하기엔 영양제보다 스프레이가 확실히 편하기 때문이다. 신체 일부에 통증이나 부종이 있을 때, 해당 부위에 스프레이를 뿌려보는 것도 가능은 하다. 그러나 고기동 교수는 “편리하긴 하겠지만, 영양제로 먹을 때보다 마그네슘 흡수율이 더 높다거나,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장담할 수는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판매되는 마그네슘 스프레이는 의약외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분류된다. 의약외품은 질병의 치료나 증상 경감 등 효과성이 어느 정도 인정된 제품인 반면, 화장품은 의약외품보다 안전성이 높으나 유효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이다. 그러나 업체에서 ‘통증 경감’ ‘뻐근함 완화’ 등 효과를 내세우다 보니 의약외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

근육이 피로하고 아프다면, 약국에서 사용해볼 수 있는 다른 약이 많다. 김예지 학술위원(약사)은 “일반의약품 근육이완제인 한미의약품의 ‘한미리렉스정’ ‘리렉스펜정’과 경구제·스프레이·파스·겔 형태의 진통 소염제를 써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리렉스정은 뇌에서 작용하는 중추성 근이완제인 클로르족사존이 주성분이다. 리렉스펜정은 클로르족사존에 진통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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