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 어머니' 조병철 "병용, 글로벌 표준 기대…단독도 내년 FDA 신청"
애매한 핵심 지표에 시장 의문 커져
렉라자 임상 이끌어온 조병철 교수
"실험 방법에 따른 차이…실제론 효과 동일"
"이상반응, 관리와 극복 가능한지 봐야"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의 무진행 생존 기간 중앙값(mPFS) 개선 정도는 9개월이라고 봐야 한다"
"존슨앤드존슨(J&J)에서도 내년 1~2분기에 렉라자 단독요법에 대해 신약 허가 승인 신청(NDA)을 할 거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은 27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과 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구 얀센)의 표적 항체치료제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의 병용 요법 임상인 '마리포사(MARIPOSA)' 임상 결과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렉라자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잠재력을 갖춘 약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조 교수는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으로부터 렉라자를 도입한 2015년부터 관련 임상을 주도하는 등 개발에 깊숙이 관여해 온 렉라자의 어머니 같은 존재다. 이번 마리포사 임상 역시 조 교수가 연구 책임자를 맡았다.
환자 더 자세히 관찰한 '마리포사'…"기울어진 운동장…직접 비교 어려워"
현재 지난 23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2023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조 교수가 발표한 마리포사 임상 결과에 대해서는 기존의 비소세포폐암 표준 치료제(SoC)인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를 압도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마리포사 임상은 1차 유효성 지표로 설정된 mFPS가 23.7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 16.6개월 대비 7개월 연장하며 임상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앞서 타그리소와 화학항암요법의 병용 임상인 '플라우라(FLAURA) 2' 임상에서 이 요법의 mPFS가 25.5개월 또는 29.4개월(독립적 중앙 검토위원회 평가 결과)로 나온 데 비해 시장에서 마리포사 임상에 기대했던 mPFS 25개월에는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플라우라2가 도달한 8.8개월의 PFS 연장 대비 마리포사 임상의 PFS 연장 수준 역시 짧다는 평가다.
그러나 조 교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연구 디자인에 차이가 있는 결과를 직접 1대 1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리포사 임상은 모든 환자에게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복부·흉부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8주마다 찍었다"며 "병용요법의 효과를 보다 세밀하게 보고, 뇌 전이까지의 시간을 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중 검사 간격이 촘촘해지다 보니 자연스레 검사에서 종양이 다시 관찰되면 중단되는 PFS는 짧아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조 교수가 '두개강 외(Extracranial) PFS'에 주목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는 이를 언급하며 "다른 연구처럼 검사한다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mPFS는 27.5개월로 더 늘어나고, 타그리소의 18.5개월보다 9개월 정도 차이 난다"며 "플라우라2에서 타그리소와 화학항암 병용 요법이 확인한 8.8개월 차이처럼, 리브리반트든 화학항암요법이든 PFS 연장 효과는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인종·체중·흡연력·뇌전이·EGFR 변이 등 세부 그룹에서도 고른 데이터가 관찰된 만큼 "이 요법은 어떤 환자에게 더 써야 하고, 덜 써야 한다는 걸 가릴 기준이 없다"고 중요성을 설명했다.
차후 공개될 전체 생존 기간(OS)에 대해서도 누차 강조했다. OS는 시험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이 숨져야 중앙값(mOS)이 나오는 만큼 아직 마리포사의 OS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조 교수는 "중간 분석에서 위험비(HR)가 80%로, 통계적 유의성(p값)이 나오면 OS 이득이 확인될 것"이라며 "JP모건에서도 '상당한 점유율' 확보가 가능하다고 봤다"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전했다. 반면 화학 항암 병용요법에 대해서는 "OS 이득이 인정되지 않는 한 많은 의사가 이를 포기할 것"이라며 "플라우라2 임상은 (이득이 확인되는) 경향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첨언했다.
불안 요소로 지적된 안전성도 조 교수는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전했다. 마리포사 임상에서는 3등급 이상의 이상 반응이 병용군에서 75%로 타그리소의 43%대비 높았다. 조 교수는 75%라는 비율은 교통사고 등 약물과 상관없는 반응까지 포함한 수치라며 진짜 약물과 관련이 있는 이상 반응 중 모든 약제 투여를 중단한 환자의 비율은 병용군에서 10%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3등급 이상 반응이더라도 손발톱주위 염증, 피부·여드름 발진 등의 피부질환이 주를 이뤘다며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타그리소·화학 항암 병용 요법에서는 빈혈, 호중구 감소증, 혈소판 감소증 같은 생명과 직결되는 3등급 이상의 이상 반응이 20% 정도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조 교수는 "병용 요법을 썼을 때 독성이 증가하지 않는 치료는 거의 없다"며 "(피부 발진 같은 부작용은)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더 오래 살겠다는 걸 택하지, 누구도 관리가 귀찮아서 짧게 살겠다고 하지 않는다"며 이상 반응이 실제로 많은지, 그리고 극복 가능한 부작용인지를 잘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또한 이번 임상에 포함된 렉라자 단독군의 결과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임상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429명)의 효능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 타그리소 단독군(429명) 뿐만 아니라 렉라자 단독군(216명)까지 포함해 진행됐다. 그 결과 렉라자 단독군의 mPFS는 18.5개월로 타그리소 단독군의 16.6개월보다 두 달 가량 길게 나왔다.
기존에도 렉라자는 단독 요법의 승인을 위해 이뤄진 '레이저(LASER) 301' 임상에서 20.6개월의 mPFS로 타그리소의 18.9개월(플라우라(FLAURA)1) 대비 약 두 달의 PFS 연장 효과를 보였다. 조 교수는 "분명 렉라자가 타그리소보다 못하지 않다"며 "이 역시 MRI와 CT를 촘촘하게 찍었기 때문에 20.6개월보다 좋은 효과를 거뒀다"고 풀이했다.
그는 "J&J에서 내년 1~2분기에 렉라자 단독 요법에 대해서도 NDA를 할 것"이라며 "레이저301의 데이터와 마리포사 임상에서의 렉라자 단독군의 데이터를 합쳐 신청하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렉라자 단독요법은 국내에서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고 국민건강보험 급여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이에 급여가 이뤄질 때까지 환자들에게 렉라자를 무상 지원하는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을 진행 중이다. 현재 EAP 참여 환자는 이날 기준 500명을 넘어선 상태로 유한양행 측은 이 같은 추세라면 연내 지원 대상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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