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독 빼기 위해" 조인성의 돋보이는 존재감

김종성 2023. 10. 2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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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OTT-예능서 종횡무진, 이번엔 어떤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줄까

[김종성 기자]

함께 나이듦이 기분 좋은 배우가 있다는 건 제법 근사한 일이다. 17살에 패션 모델로 데뷔한 그는 등장부터 대한민국을 설레게 한 스타였다.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외모를 지닌 그는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멜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마들렌(2003)', '클래식(2003)', 드라마 SBS '발리에서 생긴 일(2004)', SBS '봄날(2005)' 등에 출연하며 눈부시게 화려한 20대를 보냈다. 

이미 정점에 섰음에도 안주하지 않고 과감히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그 변곡점은 영화 '비열한 거리(2006)'였다. 당시 언론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그는 제5회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후 '더킹(2017)', '안시성(2018)', '모가디슈(2021)'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고, 어느덧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선굵은 배우로 성장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던 스크린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꾸준한 멜로 연기로 시청자를 만났다. SBS '그 겨울, 바람에 분다'(2013), SBS '괜찮아, 사랑이야(2014)', tvN '디어 마이 프렌즈(2016)'에 연달아 출연해 깊어진 남자의 감성을 선보였다. 흥미로운 건 세 작품 모두 깐깐하기로 유명한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인데, 이는 스타이자 배우로 확고히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예능 tvN '어쩌다 사장' 시즌1과 시즌2에 출연해 배우의 이미지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소탈하고 정겨운 모습을 보여줬다. 동네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장면에서 내면의 온기가 느껴졌고, 동료 배우들과 어울리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내면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소개가 늦었다. 이미 모두 눈치챘겠지만, 그의 이름은 조인성이다. 

2023년은 조인성의 해
 
 tvN <어쩌다 사장> 시즌 3 한 장면.
ⓒ tvN
 
2023년은 조인성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권상사 역으로 분한 영화 '밀수'는 관객 514만 명을 돌파하며 여름 4대작 중 유일하게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영화의 위기라고 할 만큼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이라 의의가 크다. 조인성의 위력은 OTT에서도 발휘됐다. 디즈니 플러스 '무빙'은 OTT 화제성 1위를 기록하며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으로 주목받았다. 

"운 좋게 연기를 하고 배우가 돼서 사랑을 받게 돼서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게 돼서 주변에 친한 어르신이 제게 그런 말씀을 해줬습니다. 돈에 취하기 쉬운데 돈의 독을 빼는 게 어떻겠냐. 그러면 복이 올 거라는 말을 해줘서 이기적인 마음으로 돈의 독을 빼기 위해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조인성)

조인성의 존재감이 더욱 돋보이는 건 그의 '인성' 때문 아닐까. 지난 24일 열린 제13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에서 조인성은 선행 연예인에게 주어지는 굿피플예술인상을 수상했다. 조인성은 12년째 서울아산병원 어린이 환자 돕기와 소아희귀질환 치료비 후원을 위한 활동을 비롯해 아프리카 탄자니아 빈민지역 학교 건립 후원을 하는 등 국제 구호 활동 등에 참여하고 있다.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조인성은 "민망하고 염치없"다면서 봉사와 기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돈의 독을 빼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배우로 인기를 얻는 만큼 엄청난 수익이 따라왔을 그에게 자칫 돈은 독이 될 수도 있었으리라. 돈에 취하지 않기 위해 돈의 독을 빼는 게 어떻겠냐는 지인의 조언을 받아들인 그는 "독이 잘 쓰이면 약이 된다"는 생각으로 기부를 시작한 것이다. 

조인성은 "이기적인 마음에서 출발했"는데 "이런 상을 받아도 되나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본래 기부 행위에 자기만족적 의미가 있을뿐더러) 돈의 독을 빼라는 지인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기부에 나선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은 12년째 이어온다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선행을 이어온 그에게 상이 주어져 다행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시간이 지나니까 힘들었던 점보다 좋았던 점들이 더 기억에 남았어요." (조인성)

스크린과 OTT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누빈 조인성은 이제 '어쩌다 사장3'으로 돌아온다. 이번에 그가 (차태현과 함께) 운영할 곳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중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몬터레이의 한인 마트이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배우, 함께 나이드는 것이 기분 좋은 사람, '인성갑' 조인성이 또 어떤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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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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