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팽팽한 긴장감이 압권'…국립발레단 강효형 신작 '활'
"활의 유연함·강인함 직관적으로 느낄수 있길"
KNB무브먼트서 첫선…28일 국립극장 무대에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에 '쾅!' 하고 꽂히는 순간의 에너지만큼 객석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7월1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국립발레단(KNB)의 'KNB 무브먼트 시리즈' 공연 현장,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강효형이 안무한 '활' 공연이 끝났을 때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KNB 무브먼트는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새로운 창작 안무를 선보이는 공연. 이날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은 7개 신작을 선보였고 그 중 활을 향한 객석 반응은 압권이었다.
활이 28일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한국발레협회가 주최하는 서울국제발레축제 '월드발레스타갈라' 무대다. 한국발레협회 박재홍 회장이 7월 KNB 무브먼트 공연을 보고 활을 초청했다.
활은 여성 무용수 7명이 강렬한 타악 리듬에 맞춰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공연 시간 10분 내내 이어지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 일품이다. 창작타악그룹 '푸리'와 관현맹인전통예술단의 타악합주를 활용한 음악은 공연 막바지로 갈수록 소리를 키우고 속도를 더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킨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고조되는 타악 리듬에 맞춰 끝까지 힘차고 강렬한 흐름을 유지한다.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듯한 단호함이 느껴진다.
강효형은 무용수의 신체를 통해 활이라는 소재가 주는 상반된 느낌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활은 굉장히 단단하지만 또 반대로 어떤 힘에 의해 굉장히 유연하게 구부러진다. 보통 유연하면 쉽게 구부릴 수 있는데 활은 그렇지 않다. 많이 휘게 하려면 그만큼 힘을 들여야 한다. 그 당기는 힘을 놓는 순간 역방향으로 엄청난 속도와 힘이 발생해 화살을 날려 보낼 수 있다. 활은 이렇게 상반된 느낌이 공존하는 소재라 느꼈고, 그래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활이 당겨질 때의 팽팽한 긴장감과 유연함, 그리고 활이라는 오브제 자체가 주는 강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작품 안에 담아내고자 했다."
강효형은 2015년 시작된 KNB 무브먼트에서 '요동치다'를 발표하며 매년 꾸준히 새로운 안무작을 선보였다. 국립발레단이 2019년 초연한 창작 전막 발레 '호이 랑'이 강효형의 안무작이었다. 호이 랑의 주인공 랑은 몸이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군에 입대하는 효녀다. 여성이지만 남성들과 같이 힘든 훈련을 소화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영웅이 되는 인물이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호이 랑은 남성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군무가 돋보인다.
활은 여성 무용수들만으로 무대를 채우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힘과 역동성은 호이 랑 남성 무용수들의 군무를 뛰어넘는듯한 느낌을 준다.
강효형은 활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힘을 관객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무용 작품을 보거나 혹은 안무를 할 때 직관적인 것을 선호한다. 머리로 이해하려 하기보단 작품 그 자체로 다가오는 것 말이다. 작품 속 무용수들의 대형이나, 하나하나의 작은 움직임 모두 활의 모양이나 활에서 감각할 수 있는 느낌, 에너지 등을 연상시킬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작품의 맨 처음과 맨 끝에서 그러한 요소가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곳곳에 배치한 미장센들을 관객들이 찾아보셨으면 좋겠다."
작품의 매력을 더하는 타악 리듬은 강효형이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지켜본 음악이다. 첫 안무작 요동치다에서도 타악 리듬을 사용했다. "내 안무 작품의 본질은 발레와 한국적인 것이다. 항상 다음 안무 소재를 찾기 위해 음악을 많이 찾아서 듣는 편이다. 국악 중에서도 타악에 특히 매료되고 흥미를 느낀다."
강효형은 같은 타악 리듬을 사용했지만 활은 그리고자 하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이미지를 묘사하지 않는 추상적인 작품인 요동치다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활을 들 전사들을 연상시키는 동작과 의상에서부터, 무용수들의 큰 동선이나 혹은 개개인의 움직임 안에 활이라는 형태의 움직임을 많이 녹여냈다. 뚜렷한 스토리 없이 움직임과 이미지만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남기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활은 이성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7명의 무용수 중 특히 역동적인 독무로 시선을 끄는 주역 무용수는 마지막 화살을 상징한다. 주역 무용수는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 중앙을 가로지르며 날아오르는데 화살이 시위를 떠나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음을 표현했다.
7월 공연 당시 강효형도 함께 무용수로 참여했지만 당시 주역 무용수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박슬기가 맡았다. 강효형은 자신이 무용수로서 주역을 맡을 욕심은 없다고 했다. "작품 자체가 중요하다. 안무가인 이상 큰 그림을 보고 연출을 잘하기 위해선 무용수의 역할을 같이 욕심내는 것보다는 안무가의 역할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주역 무용수는 유연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가진 무용수여야 했고, 작품의 중심인 만큼 음악적 해석과 표현력도 뛰어난 사람이어야 했다. 그 기준에 걸맞은 사람이 박슬기 수석무용수였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강효형은 안무가로서 정체성을 강조했다. "강효형이라는 안무가를 앞으로도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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