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은설의 하루가 주는 선하고 선명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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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1년에 한두 권씩, 책으로 꼭 내고픈 글을 만나면 책으로 만든다.
부산에 사는 초등학생 박은설이 쓴 글이다.
은설이는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됐고 주변의 사람들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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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며 자신과 주변을 돌아봐
이익에 눈 크게 뜨는 우리들 반성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1년에 한두 권씩, 책으로 꼭 내고픈 글을 만나면 책으로 만든다. 올해는 그런 글을 세 편이나 만나서 다음 달에 세 번째 책이 나온다. 부산에 사는 초등학생 박은설이 쓴 글이다. 그는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한소네라는 도구의 도움을 받아 글을 썼다고 한다.
처음 그의 글을 읽을 때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하고 설렜다. 그러나 그는 첫 페이지부터 다음과 같이 써 두었다. ‘저의 하루는 평범합니다’라고. 실제로 그의 글은 그 또래가 겪을 법한 평범한 일상을 기록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 이르러 나는 이 글을 책으로 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다음과 같다. "나는 이 책을 쓰면서 나를 한 번 더 돌아보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의 생활에서 잘못된 길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중략) 이 글을 쓰고 한 번 더 점검하는 동안 나 자신에게 많이 실망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밉게 생각했다. ‘나는 바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정을 다하고 나는 스스로에게 답했다. ‘맞아 나는 바보야. 하지만 결국 수정했잖아’라고 말했다. 그제야 나는 웃었다. 가끔은 실망과 자책도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나와 나를 위한다. 나와 나는 이번 글도 같이 썼다. 나와 나는 어디를 가도 헤어지지 않는다." - ‘은설의 하루(2023, 정미소 출판사)’에서
나는 그의 글을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읽었던 ‘안네의 일기’를 떠올렸다. 독일군이 장악한 게토에 숨어 사는 동안 안네는 자신의 눈을 가리게 한 그 세상 너머를 상상했다. 모두가 눈 감고 살아가야 했을 한 시절에 어쩌면 홀로 눈을 뜨고 있던 건 안네였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의 사람들과 상황을 살폈다. 그는 끊임없이 기록해 나아가며 끝까지 사람들이 가진 선한 마음을 믿었고, 잘 버텨내 세상과 마주하고자 했다.
은설이가 바라보는 이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까. 그는 또래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듯하지만, 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본다. 그의 시선은 스스로뿐 아니라 모든 주변인에게 따뜻하게 가서 닿는다. 우리는 주로 먼 곳을 바라본다. 거기에서 어떤 이익을 더 얻을 수 있을지, 거기에서 어떤 부조리함을 찾아 나의 정의로움을 채울 수 있을지를 살핀다. 그렇게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지 알지 못하면서 필요한 때만 눈을 크게 뜬다.
그러나 은설이는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며 성장해 나아간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고 자신의 가족, 친구, 선생님 등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자 한다. 그의 글을 읽는 동안 눈을 뜨고 살아가는 것은 누구인가라는 부끄러움을 계속 가졌다. 나는 누구에게 어떠한 시선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하고 선명한 시선이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주변을 살펴야 한다. 먼 곳의 이익이나 부조리함을 바라보는 것은 그다음이다. 은설이는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됐고 주변의 사람들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다음 시선이 향할 곳은 어디일까. 그게 어디든 그리고 언제든, 그렇게 성장한 사람의 삶의 방향은 우리를 선명히 비추어줄 것을 믿는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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