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없는 피아니스트'의 레슨 "여기에서 뭘 상상했나요?"

김호정 2023. 10. 2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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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
7년 만에 내한해 공개레슨과 쇼케이스 열어
"듣는 사람이 한편의 오페라를 떠올리도록 연주해야"
7년 만에 내한해 공개 레슨, 쇼케이스, 독주회를 연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 사진 금호문화재단

“이 첫 부분에서는 무엇을 떠올렸나요? 곡 전체에서는요?”
25일 오후 서울 신촌의 금호아트홀 연세. 프랑스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Alexandre Tharaudㆍ55)가 공개 레슨을 열었다. 선화예술중학교 3학년 임지훈 군이 드뷔시의 전주곡 1권 중 1번 ‘델피의 무희들’을 연주하자 타로는 “좋은 연주였다”며 질문을 이어갔다. 전주곡 3번 ‘들판을 지나는 바람’을 연주했을 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여기에서 어떤 장면을 상상하며 연주했나요?”

타로는 음악에서 어떤 이미지, 오케스트라 악기의 소리, 또는 자신만의 기억을 떠올리도록 유도했다. “여기에서 고대 그림에 나오는 무희들을 떠올려 봐요.” 손을 앞뒤로 뻗은 동작을 하며 그가 말했다. “또 이 부분은 멀리서 오는 바람이에요. 바다 저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죠. 이게 점점 무서워지고 커지는 거예요.” 그는 “특히 드뷔시의 작품을 피아노로 연주할 때는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대입해서 떠올려봐야 해요”라고 이야기했다. “피아노를 칠 때 음을 빼먹는 실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상상력이죠. 피아니스트가 상상력을 가지고 연주하면 청중이 각자 하나의 오페라, 혹은 발레를 떠올리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타로는 프랑스의 감성과 경향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다. 그는 프랑스의 옛 작곡가인 라모ㆍ쿠프랭 등을 되살려내 청중이 사랑하도록 만들었고, 바흐ㆍ스카를라티ㆍ모차르트ㆍ슈베르트ㆍ쇼팽까지 지적이고 섬세한 스타일로 해석해냈다. 약 25장의 앨범을 냈고, 극작가ㆍ무용가ㆍ작가ㆍ영화감독과의 교류도 활발히 하고 있다. 화려한 콩쿠르 경력이나 대형 무대의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조용하고 강한 팬덤이 따라다니는 피아니스트다. 이날 마스터 클래스는 특유의 세밀하고 설득력 있는 스타일을 설명할 수 있는 자리였다.

7년 만에 내한해 공개 레슨, 쇼케이스, 독주회를 연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 사진 풍월다

타로는 2016년 독주회 이후 7년 만에 한국에 왔다. 마스터 클래스에 이어 같은 날 팬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지고, 26일에는 독주회를 열었다. 팬 미팅에서 그는 2019년 낸 에세이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음반매장인 풍월당에서 열린 이 자리에서 타로는 “연주 이전에 피아노를 어루만지고, 냄새를 맡고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자신의 피아노를 소유하지 않는 피아니스트로 유명하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피아노를 만나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라고 했다.

타로의 독특한 음악관과 음색을 좋아하는 한국의 팬들은 이날 모여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타로는 “한국에 처음 온 때가 20세였다. 당시 여대에서 연주 했는데 대학생들이 1000명 넘게 모여 정말 큰 환호를 보내던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그는 또 “팬데믹 이후 선별적으로 해외 투어 일정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내년에 나오는 라벨에 관한 영화 ‘볼레로’에 두 컷 정도 혹독한 평론가로 출연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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